기획 완결 인성이 전투력이다

복도에는 책, 벽엔 김광석이 반기고…생활관의 무한 변신… 어딜 가도 인성 근육이 ‘쑥’

노성수

입력 2017. 10. 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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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4개 테마로 직접 아이디어 제시

벽화 그리고 책장 만들어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

언제 어디서나 손 닿을 만한 곳에 책 비치

자유로운 환경 속 지식 공유와 전우애 다져

 



‘나비가 날아다니는 푸른 숲길을 지나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객실과 가수 김광석의 너털웃음이 반기는 뮤직 공간에서 전우들과 책을 읽는다면?’

이런 ‘꿈 같은’ 상상이 현실로 펼쳐진 부대가 있다. ‘병영 생활관은 삭막할 것 같다’는 편견을 깨고 생활관 전체를 북카페로 바꿔 장병 인성 함양에 앞장서는 육군203특공여단 쌍호대대를 찾았다.



생활관을 북카페로… 판과 틀을 깬 병영 생활관

“와~ 이곳이 정말 생활관 맞나요?”

계단을 들어설 때부터 복도와 자투리 공간을 가득 채운 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테마별로 꾸며진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발 디딜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장병들의 책 읽기를 위한 병영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처럼 생활관 전체를 통째로 바꾼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203특공여단 장병들은 자신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4개의 테마 아래 창의적인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나무를 자르고 조립해 책장을 만들고, 개성 넘치는 벽화를 그려 재능을 발휘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손에 닿을 만한 곳에 책을 비치해 자연스럽게 독서를 유도했다.

자신이 읽은 책을 반드시 제자리에 다시 꽂아 놓아야 하는 규정이나 반납 독촉도 없다. 장병들은 맘껏 책을 읽고, 생활관 곳곳에 비치된 책장에 자율적으로 책을 반납해 스스로 북카페를 운영해가고 있다.

김재순 일병은 “부대 전입 후 ‘이곳이 군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갖춰진 생활관에 깜짝 놀랐다. 입대 전 갖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을 털게 돼 부대 적응이 수월했다”며 “요즘엔 ‘오만과 편견’ 등 고전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서평 작성으로 ‘완전한 내 책으로 소화하기’

아무리 좋은 책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203특공여단 장병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남기는 서평 작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의 지도로 서평을 작성하고 책이 주는 메시지를 완전한 내 삶의 자양분으로 소화한다.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면 각자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포상 휴가를 줘 참여를 독려한다.

박성용 병장은 “서평 작성은 ‘자신감 찾기’였다”며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작품마다 작가의 특색을 비교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휴가 때 휴대전화에 빠졌었는데 이젠 책에 눈이 가더라”고 웃어 보였다.

육군203특공여단 쌍호대대 장병들이 ‘뮤직공간’으로 꾸민 생활관 내 복도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하루에 1시간 책 읽는 문화 정착… 한 페이지에 10원씩 기부도

책과 책을 읽을 공간이 조성돼도 독서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전시행정에 그치기 쉽다. 이에 부대는 매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60분간 독서 시간을 반영해 책 읽기 환경을 마련했다. 장병들은 자유로운 자세로 전우들과 책을 읽으며 지식을 공유하고 전우애를 쌓는다. 자신감을 충전하고 논리적인 사고로 거듭난 장병들은 병영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임한다. 김영일 병장은 지난해 국방부와 국방홍보원 국방TV가 주관한 제5회 장병강연대회 ‘도전! 나도 명강사’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쌍호대대는 이달 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선정하는 제2회 대한민국 독서병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부대는 책 한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10원을 기부하는 등 책 읽기를 통한 사랑 나눔에도 동참하고 있다.

203특공여단장 신현기 준장은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인성이 바로 선다. 독서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인성을 함양시키는 힘이다. 독서를 통해 장병들이 다양한 전장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여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

“책 읽기에 그치지 말고, 직접 기록해야 완전히내 책이 됩니다”

 


“전국 부대의 장병들을 만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최근 장병 독서 코칭과 특강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사진) 회장은 병영 독서문화 정착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인사다.

지난해 6월 국방일보 인터뷰 후 각 부대 섭외 1순위 강사로 꼽히는 그는 병영 독서 인프라 구축과 자신이 개발한 ‘따따한 닐쌈일(W.W.H.1.3.1)’ 서평 작성법으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따따한 닐쌈일(W.W.H.1.3.1)’ 서평 작성법은 ‘저자가 왜(Why) 책을 썼는지’ ‘어떤 내용(What)을 담고 있는지’ ‘책을 읽고 독자가 어떻게(How) 책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지’ 쓰는 방법이다. 이어 ‘책을 읽고 든 생각하나(1)’를 쓰고, ‘그 이유 세 가지(3)’를 적어 ‘한 가지(1) 결론’을 내린다.

김 회장은 “책 읽기에 그치지 말고, 직접 기록해야 완전히 내 책이 된다. 책은 인성을 바로 세우고, 병영 갈등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전역 후 진로 탐색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육군 203특공여단의 생활관 북카페를 높게 평가하며 “앞으로도 생활관 내 ‘작은 도서관’ 확대 등 병영 독서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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