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립박물관에 깃든 우리 역사와 문화

서울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키덜트 천국’

송현숙

입력 2017. 09. 25   16:09
0 댓글

<35>피규어뮤지엄W


2015년 중년 피규어 ‘덕후’ 3명이 의기투합해 개관

희귀템 2000여 점 전시 중

 

MBC ‘무한도전’에 소개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유명해져

 

 

 


 

 

출산율 급감으로 장난감 시장이 타격받고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장난감 시장이 있다. 성인 계층을 대상으로 한 ‘키덜트(kidult)’ 관련 상품 시장이다. 키덜트란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다.


이처럼 키덜트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련 장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있는 ‘피규어뮤지엄W’가 대표적이다.

중년의 피규어(모형 인형) ‘덕후’ 3명이 의기투합해 지난 2015년 개관한 이곳은 키덜트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 최근 MBC ‘무한도전’에 소개되면서 마니아층뿐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유명해지고 있다.

지하 1층·지상 5층의 총 6층으로 구성된 이 박물관은 외관부터 흥미롭다. 해가 저물면 7만 개의 LED 모듈이 빛을 뿜어내는 기형학적 모양의 유리 건물을 성인 남성보다 큰 대형 로봇 피규어들이 수호신처럼 지키고 서 있다.


 

 

이달 초 새 단장을 마친 상설전시실은 5층부터 2층까지 역순으로 배열돼 있다. 5층에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할리우드 캐릭터 열전이 펼쳐진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해 액션 배우 이소룡 서거 40주년 한정판 피규어, ‘터미네이터3’에서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실제로 착용했던 가죽 의상을 입혀 실존인물과 똑같은 크기로 만든 실물 크기(life-size) 피규어 등 진기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영화 속 세상으로 소환한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을 보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피규어도 그랬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피규어를 앞에 놓고 도슨트(전시 해설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관람을 100배 더 풍요롭게 한다. 원본에서는 회색이었던 헐크가 피규어 도색 과정에서의 실수로 초록색이 된 이야기, 이소룡의 팬에서 유가족도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이소룡 피규어 작가로 우뚝 선 어니 킴(본명 김형언)의 인생 이야기, ‘스타워즈 5’편에서 주인공이 사용했던 총 소품이 지난해 경매에서 30만 달러(약 3억여 원)에 낙찰된 이야기 등은 이 박물관에서만 들을 수 있는 대화 소재들이다.

김혜숙 부관장은 “해설을 신청하시면 1시간 동안 도슨트들의 전문 해설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나 피규어 문외한이라도 재미있게 관람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층 내려가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기다린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것은 1951년생 ‘아톰’이다. 이 만화의 원작자는 원래 의사였는데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그림으로 치유하고자 그린 것이 탄생 배경이다. 지금이야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국이지만, 당시는 미국 디즈니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들이 많다고. 당시 ‘아톰’과 쌍벽을 이루던 ‘철인28’의 가부좌 희귀품부터 세계 최초의 변신로봇 ‘게타로봇’, ‘마징가Z’, ‘건담’ 버스트 버전까지 로봇 애니메이션의 변천사도 흥미롭다.

박물관 전시품은 대략 2000여 점. 이 가운데 한국에서 탄생한 캐릭터는 ‘무혼(無魂)’뿐이다. 1990년대 발간된 ‘취미가’라는 잡지에 실린 홍상혁 작가의 소설 속 삽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4층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의 혼을 대신해 싸워주는 로봇이라는 뜻의 이 캐릭터에는 한국적 아름다움이 3곳 숨겨져 있다. 늠름한 어깨에 자리한 어처구니, 팔뚝의 단청 무늬와 범종 커버가 디자인돼 있다. 나쁜 기운을 없애주는 의미가 담겼다.


 

 

 

 

김 부관장은 “홍콩의 피규어 전문업체인 핫토이의 생산품 가운데 10분의 1이 한국에 풀릴 정도로 국내 시장 규모가 크지만, 우리 캐릭터로 만든 피규어 전시 공간은 많지 않다”면서 한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콘텐츠가 캐릭터임을 강조했다.

피규어 종류 중에는 관절을 움직여 갖고 놀기 편한 액션 피규어, 자세가 고정된 스태추 피규어, 만화를 찢고 나온 것처럼 배경까지 연출된 디오라마가 있다. 3층에 이 모든 것이 모여 있다.

할리우드 배우 히스 레저가 마중하고, 미국의 마블과 DC에서 선보인 아이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블랙펜서(최초의 흑인 히어로) 등 슈퍼 히어로들이 눈 호강을 시켜준다.

2층에는 최근 대중에게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원피스’ 등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총집합해 있다. 또 1989년 영화 ‘배트맨 1’ 제작 당시 팀 버튼 감독이 실제 촬영에 사용하고,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배트 모빌 진품이 존재감을 뽐낸다. 특수 효과가 발달하지 않아 직접 모빌에 낚싯줄을 매달아 밀고 당겼던 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다.

F1, 르망 그랑프리에 출전했던 슈퍼카 다이캐스트가 전시된 지하 1층에서는 10주 과정의 ‘꿈다락 교육’을 비롯해 피규어와 인문학을 연결한 ‘길 위의 인문학’ 등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 부관장은 “지금이야 ‘덕후’라는 표현이 부정적이지 않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애 같다’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면 피규어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놀이임을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한가위 연휴 10월 2~4일 휴관), 관람료 1만2000~1만5000원, 문의 02-512-8865.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