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립박물관에 깃든 우리 역사와 문화

세계를 사로잡고… 범종, 그 천 년의 울림 번뇌서 벗어나는…

송현숙

입력 2017. 09. 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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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진천종박물관


“통일신라 범종 한국 범종의 전형”

1층 전시실 관람 ‘종의 탄생’부터

 


프랑스 화가 밀레의 대표작 ‘만종’에는 황혼을 배경으로 삼종(三鐘)기도를 하는 한 농부 부부가 등장한다. 경건한 모습으로 신께 간구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멀리 성당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가 실제로 들려오는 듯하다. 사실 금속으로 만든 종(鐘)은 종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식 도구다.


우리의 ‘범종(梵鐘)’도 그중 하나! 범종은 절에서 시간을 알리거나 사람을 모을 때, 또는 의식을 행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타악기다. 특히 신라 때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은 국제적으로 ‘코리안 벨’이라는 별도의 학술용어를 만들어냈을 만큼 아름다운 소리뿐만 아니라 독특한 형태와 장식, 구조를 자랑한다. 이처럼 뛰어난 ‘범종’의 문화와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진천종박물관’으로 떠나보자.



진천은 예부터 ‘생거진천(生居鎭川·살아서는 진천에 사는 게 좋다)’이라 불렸다. 평야가 넓고 비옥한 데다 풍수해가 없어 농사짓기에 좋은 땅이라 붙은 이름이다. 현재 쌀·관상어·장미 등의 특산물이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는 고대 금속예술이 발전했던 지역이다.

 

 


“진천 석장리에서는 고대 유적 가운데 최대 규모의 철 생산 유적지가, 또 인근 청주 운천동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범종이 출토돼 이 일대가 ‘범종’을 포함한 금속예술의 메카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금속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범종의 문화를 기리는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이 진천에 세워진 이유이기도 하고요.”(김자람 학예연구사)

지난 2005년 4월 건립된 진천종박물관은 2층 규모로 10여 개의 주제별 코너와 영상실, 기획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건물 외관은 항아리를 엎어놓은 듯 가로·세로 선을 이용해 만든 대형 유리 구조물과 소리의 울림을 표현한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층 전시실 관람은 ‘종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성덕대왕신종(통일신라 771년)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데,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국보 29호 진품을 특수물질을 이용해 작은 금까지 똑같이 재현해 놓았다. 쇳물의 주조 과정이 끝나고 거푸집을 벗는 장면이 웅장하게 연출돼 있다.

 

범종 제작 과정을 설명해 놓은 디오라마.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성덕대왕신종은 아이 울음소리가 난다고 해서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죠. 많은 관람객이 ‘정말로 종을 만들 때 어린아이를 제물로 넣어 만들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성분 분석이나 주조 과정을 보았을 때 실제 아이가 희생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한국 범종의 맑고 청아한 소리와 긴 여운 때문에 생긴 별칭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김 학예사)

본격적인 상설전시실에는 ‘범종의 역사’부터 ‘한국 고대 범종’ ‘동양 삼국의 종 비교와 세계의 종’ 등을 원광식 선생이 기증한 복제품과 사진, 각종 사료를 중심으로 백과사전처럼 잘 정리해 놓았다. 해설에 따르면 우리나라 범종은 삼국시대 불교의 전래 이후 제작·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남아있는 것은 8세기 이후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울림소리가 웅장해 동양 삼국의 범종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범종은 종에 추를 매달고 종 전체를 흔들어 소리를 내는 서양 종과 달리 표면에 치는 자리를 만들고 그 부분을 당목(撞木)으로 쳐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공간에서는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대표하는 범종들을 총망라해 놓았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종 소리도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해놓아 시대별 범종의 모양은 물론 소리의 차이점까지 꼼꼼하게 비교·체험해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범종은 한국 범종의 전형이라 할 수 있어요. 종신의 외형은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놓은 것 같고,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주악천인상 한 쌍과 함께 2개의 당좌가 장식돼 있습니다. 시대가 흘러 고려 때는 종신 하부가 치맛자락처럼 퍼지고 비천상과 불상·보살상 등으로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고려말에는 중국 종 양식이 들어오면서 조선 범종은 혼합된 모습을 보이는데 종 제작과 관련된 긴 내용의 명문이 빽빽이 기록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김 학예사)

2층 전시실에는 범종의 신비로움을 한 발짝 더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성덕대왕신종 주조 과정을 디오라마로 만들어 놓았는데, 기계가 없던 시절 사람 손으로 일일이 밀랍을 녹이고 틀에 쇳물을 부어 완성하는 과정까지 범종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간 정성이 어마어마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범종을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를 분류해 놓은 표를 보면, 구리·주석·아연·금·은·철·납 등 각종 광물질의 황금비율을 찾아내 쇳물을 만들어 사용했던 장인정신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김 학예사는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긴 범종의 역사와 제작 기술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학생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한국 종의 우수성을 꼭 알고 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관람료: 500~1500원
문의전화: 043-539-3847~8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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