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 의술을 꽃피우다

인술 베푼 제1이동외과병원…‘따이한 최고’ 명성 얻어

입력 2017. 09. 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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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베트남전과 한국군 의료지원단


1964년 군의관·간호장교 등 130명 파병…현지 국군 부대원·민간인 담당

112만6140명 진료·1만14명 수술…8년간 단 한 번도 베트콩 습격 안 받아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끈 이후 해외파병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 국군은 레바논 동명부대, 남수단 한빛부대, 소말리아 근해 청해부대, 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 등 10여 개 국가에 1100여 명을 파병해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침략을 받았으며, 6·25전쟁 때는 유엔군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나라가 최초로 해외파병을 시작한 것은 1964년 베트남전이었다. 처음 베트남 땅을 밟은 부대는 전투병력이 아니라 의료지원단인 제1이동외과병원이었다. 독자들이 아시다시피 베트남전(1960∼1975)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NLF)이 북베트남(월맹)의 지원 아래 남베트남(월남)정부 및 이들을 지원하는 미국과 벌인 전쟁이다.

군사원조단의 주력인 제1이동외과병원은 1964년 7월 15일 모체부대인 제7후송병원(서울 성북구 창동)에서 창설됐다. 병원장 이형수 중령을 비롯한 외과 7명, 신경외과 1명, 정형외과 1명, 내과 2명, 안과 1명, 이비인후과 1명, 방사선과 1명, 병리과 1명, 마취과 2명, 치과 2명 등 19명의 군의관과 6명의 간호장교 등 총 130명(자체 경계를 위한 장병 24명 포함)으로 구성됐다.


 

제1이동외과병원 깃발               전쟁기념관 소장

 

 


군의관 중 3분의 2는 미국에 유학을 다녀온 실력 있고 영어도 잘하는 의사들이었다. 이들은 1964년 9월 11일 부산항을 출발해 9월 22일 사이공(현 호찌민)에 도착했다. 이어 9월 25일 붕따우(Vung Tau)에 도착, 9월 28일부터 주베트남 미군사령관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의 작전 지휘 아래 남베트남 육군정양병원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뒤이어 1965년에 제106후송병원, 1966년에 제209이동외과병원과 제102후송병원에 각각 파병돼 현지 국군 부대원과 민간인 진료를 담당했다.

참전 의료진의 회고담을 들어보면 “전상자 응급처리, 수술, 병실 간호 및 치료가 끝없이 계속돼 동이 트는 것을 저녁 노을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전상자 치료뿐만 아니라 대민 진료로도 ‘따이한 최고’라는 명성을 얻었다.

140병상을 갖춘 이동외과병원은 1973년 2월 15일 베트남에서 철수할 때까지 8년4개월 동안 베트남인 112만6140명을 진료했고, 1만14명을 수술했다. 대민 진료는 주로 폐결핵 등의 내과 질환과 산부인과·소아과 질환이었다. 채식과 소식 위주의 식습관 때문인지 위장 질환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붕따우에서 대민 진료 중인 이동외과병원 군의관.

 

 

 

베트남 환자들에게 통역을 통해 주요 증상을 물어보면 ‘늑다우(두통)’, ‘다우럼(허리 쑤심)’ 정도로만 말하고 더 이상의 병력 청취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폐결핵 2기, 3기로 알려주어도 놀라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안 될 정도로 병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루 18알의 결핵 치료제를 한 달 치 주어 보내면 사흘 만에 다시 와서 약을 달라는 환자가 많았다. 준 약을 어쨌느냐고 물어보면 식구들이 감기에 걸려 나누어 먹었다고 하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의료진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술을 베푼다는 사실을 베트콩들도 알았던지 8년간 병원이나 의료진은 단 한 번도 습격을 받지 않았다.

몇 년 전 제2대 이동외과병원장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필자의 장인어른(송익훈 예비역 준장)을 모시고 전쟁기념관에 간 적이 있다. 관람 중 제1외과병원기를 발견하고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해외 파병 중인 국군의무부대가 50여 년 전 이국 땅에서 애쓴 선배들의 기상을 이어받아 ‘태양의 후예’처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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