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군복을 사랑한 패션

19세기 영국 해군의 코트, 올겨울 나도 입어볼까?

입력 2017. 09. 06   16:36
업데이트 2018. 12. 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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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피코트(Pea Coat)


두꺼운 방모 직물 소재

폭 넓은 칼라 더블 브레스트

리퍼 칼라와 머프 포켓

큰 단추가 2열로

6·8·10개 부착이 특징

 

금속 단추

-더블 브레스트로 좌우 상관없이 여밀 수 있게 하기 위해 단추를 2열로 부착.

 장식을 위해 금색이나 은색 주로 사용.

 

리퍼 칼라(reefer collar)

- 추운 날씨에 라펠을 세워 단추로 여밀 수 있음.보온성 확보.

 

 

바로크 시대 초기에는 네덜란드가 경제적 중심국이었으므로 남성복과 여성복 모두 네덜란드풍의 검소하고 입기 편한 실질적인 복식이 유행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적이고 화려한 장식이 달린 과장된 실루엣은 프랑스 왕권이 강해지기 전까지 일단은 사라졌다.


 

금속 단추가 달린 피코트를 입은 배우 고준희. 사진 출처=버버리
금속 단추가 달린 피코트를 입은 배우 고준희. 사진 출처=버버리

 


 


자국 함대가 세계 해양에서 크게 활약했던 17세기에 네덜란드는 영국과 해상 패권을 다투었으며, 당시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대의 무역항이었다. 이렇게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원거리 무역을 하면서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복장이 필요해짐에 따라 직물이나 장식이 단순하고 기능적이면서 실용적인 복식이 유행했으리라 짐작된다. 네덜란드의 이런 복식은 남성복 근대화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을 받은 옷으로 ‘피코트(Pea Coat)’를 들 수 있다.

피코트는 두꺼운 더블 모직 상의를 가리키는 네덜란드어 ‘파이예케르(pij’jekker)’에서 유래했다. ‘파이(pij)’는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입는 옷을 뜻하고, ‘예케르(jekker)’는 짧은 윗옷, 즉 재킷을 말한다. 이것이 영어로 옮겨지면서 ‘피클로즈(P-clothes)’, ‘피재킷(P-jacket)’ 등으로 불리다가 피코트(Pea Coat)가 됐다고 한다.

피코트는 전체적으로 몸에 꼭 맞는 형태의 더블 브레스트(double-breast)로 좌우 상관없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여밀 수 있으므로 방풍 기능과 함께 보온성이 확보됐고, 돛을 조작하기에도 편리했으며, 굵은 밧줄의 마찰로부터 몸을 보호해 줬다.

또한 폭 넓은 칼라 아래의 좌우 라펠(lapel) 모서리에 단춧구멍이 있는 리퍼 칼라(reefer collar)가 달려서 추운 날씨에는 라펠을 세워 단추로 여밀 수 있게 돼 있다. 그래서 이 피코트의 또 다른 명칭이 리퍼 재킷 또는 리퍼 코트다.

피코트 앞쪽 허리 위에 수직의 머프 포켓(muff pocket)이 달려 있는데, 이 머프 포켓은 강풍에 돛을 말아 올리느라 얼어붙은 손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원래 머프는 추운 겨울 수도자들을 위해 양가죽으로 만든 원통형의 방한용 토시다. 이 머프의 양쪽 뚫린 곳으로 손을 넣어 따뜻하게 함으로써 체온을 유지했다.

이렇게 실용적인 피코트는 19세기 영국 해군이 착용했고, 나중에 미국 해군까지 착용하게 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현재는 남성들의 대표 코트 중의 하나가 됐다.

피코트는 실용성과 활동성이 특징이므로 일반적인 코트보다는 길이가 짧다. 해군(Navy) 제복에서 유래했기에 감색이 검은색과 함께 기본 색상을 이루며, 소재는 두꺼운 방모 직물인 커지(kersey) 또는 축융 가공된 멜턴(melton)이다. 더블 브레스트이므로 큰 단추가 2열로 6개, 8개, 10개 등으로 부착돼 있고, 대부분은 오른쪽 칼라 아래에 감춰진 단추가 1개 있다.

단추는 십자군전쟁의 영향으로 서아시아 이슬람 국가에서 전해졌다. 17세기까지 단추는 매우 값비싼 재료였다. 그래서 처음 유럽인의 의복에 단추가 등장했을 때는 본래 가지고 있는 기능적 요소보다 장식을 위한 사치품으로 주로 활용됐다. 프랑스의 왕들은 칙령과 사치금지법으로 단추 사용 및 단추의 수에 제한을 두었다. 18세기 말 남성들은 코트를 장식하기 위해 18개까지 단추를 달았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남성 코트에서 단추의 역할은 기능적이면서 동시에 장식적이다. 피코트에 금색이나 은색의 금속 단추를 달면 산뜻함과 경쾌함이 더해진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피코트가 요 몇 년 새 다시 나타나고 있다. 2017 가을 겨울 패션쇼에도 랑방(Lanvin), 드리스 반노튼(Dries Van Noten), 사카이(Sacai) 등의 컬렉션에 피코트가 등장했다. 최근 트렌드인 오버 핏(over fit)의 느낌으로, 실용성 및 보온성을 갖추고 한층 더 캐주얼하게 부드러운 밀리터리 감성을 가지고 다가온 것이다.

 


<하희정 상명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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