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립박물관에 깃든 우리 역사와 문화

“광물 250톤 작업해야 다이아몬드 0.2g 얻을 수 있죠”

송현숙

입력 2017. 08.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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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익산 보석박물관


수십억 원 호가 진귀한 보석·원석 등 11만8000여 점 전시

광물의 탄생 과정·보석 연마 방법 등 지식과 정보의 바다

4월·10월엔 보석 대축제…장신구 제작 체험교실도 열려

 



가을 결혼 시즌이 다가왔다. 예식·혼수 등을 간소하게 준비하는 ‘스몰 웨딩’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예물로 18K 커플 링 하나씩 나눠 끼었다”는 커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보석 종류와 크기보다 ‘가치’에 의미를 두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도대체 사람들은 언제부터 보석에 눈뜨기 시작한 걸까?

불투명한 원석이 연마를 통해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되는 과정이 흡사 마술 같다.

원석이 나지 않는 ‘보석의 도시’ 익산

“선사시대 짐승 뼈, 화석, 옥돌, 조개껍데기가 최초의 장신구였다면, 보석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철기시대로 볼 수 있어요. 이후 18세기 산업혁명을 기해 돈을 지불하고 보석을 취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인에게 대중화됐고, 그 이전까지는 지배층과 귀족의 전유물이었죠.”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에 가면 지명만큼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 박물관이 있다. 지난 2002년 5월 개관한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이다. 익산 인터체인지 근처 왕궁보석테마관광지 내에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현아 익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익산은 1970년대 귀금속 가공을 지방 특화산업으로 지정한 이후 전국의 보석 세공업자들이 모여 단지를 형성하고, 점차 보석 도시로 이름을 날리면서 관련 박물관까지 생겨났다”며 익산은 원석이 나는 곳이 아니고, 가공을 통해 원석을 찬란한 보석으로 만드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건물이 인상적이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다이아몬드 커팅 모양을 형상화했다. 상설전시관은 2층에 있다. 총 3개의 상설전시실에 8개 테마별로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총 11만8000여 점의 원석과 보석을 전시 중이다.

세계적인 규모(6215㎡)를 자랑하는 박물관답게 광물의 탄생 과정부터 보석 연마 방법, 관련 지식과 정보들도 풍성하다. 거친 돌 속에서 피어난 영롱한 보석의 매력 속으로 남녀노소가 빠져들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여름엔 직접 장신구를 만드는 보석체험교실과 키즈보석아카데미가 진행되고, 매년 4월과 10월엔 보석 대축제가 열린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관람 온 김연희(42) 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볼거리가 많고 초등학생 아들도 무척 관심 있게 보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 “특히 수천만 년 세월의 비밀을 간직한 광물 속에서 찾아낸 원석이 연마·가공을 통해 보석으로 태어나는 모습이 꼭 마술 같다”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원석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가공 모습을 연출해 놓은 디오라마.

감탄 자아내는 보석 작품의 향연

세계의 보석이 총집합한 만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전시품(보석)도 많다.

으뜸은 독일 세공 명장인 만프레트 빌트가 만든 ‘보석꽃(Gem Flower)’이다. 다이아몬드 213개와 에메랄드, 18K 금, 투르말린, 그린 애니멀 등 작품 전체를 보석으로 치장했다. 감정평가액만 20억 원+α에 이를 정도로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실 정도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도시답게 백제인의 혼이 흐르는 작품도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24K 순금 2000여 돈으로 제작한 ‘미륵사지 석탑’(실제 탑의 20분의 1 크기·감정가 4억 원 이상)과 ‘사리장엄’, 그리고 크리스털과 18K 금 등으로 만든 미륵사 목탑이다.

터키석·마노·백옥 등 17개 원석 4만7000여 개로 만든 ‘오봉산 일월도’는 박물관의 자랑거리다. 조선 왕조 임금 용상 뒤쪽에 그려졌던 오봉일월도는 절대적 왕권을 표시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자 정통성을 상징했다. 투박한 원석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오봉과 해, 달, 산, 소나무, 파도의 느낌이 묵직하다.

이와 함께 우주에서 온 운석(별똥별), 12개의 탄생석, 보석 중의 왕 ‘다이아몬드’ 삼총사(5·8·10캐럿)도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전시물이다.

“다이아몬드는 지구 상 광물질 가운데 가장 단단하고, 보석 중의 왕으로 불릴 만큼 가격도 비싼데 그 이유는 0.2g(1캐럿)을 얻기 위해 평균 250톤의 광물을 작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석을 채굴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고생한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김 해설사)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보석박물관 전경.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다이아몬드 커팅 모양을 형상화했다.

보석이라 불리는 광물은 30여 가지…기술발전으로 늘어나는 추세

세상에 광물(돌)은 많다. 그렇다고 모두 보석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필수조건 몇 가지가 있다. 바로 휴대성과 견고성,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선호해온 전통성, 그리고 희소성이다.

보석은 크게 무기물 보석과 유기물 보석으로 나뉜다. 지구의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무기물 보석은 주로 화강암(다이아몬드·토파즈·수정 등), 퇴적암(오팔·터키석·공작석·쿤자이트), 변성암(루비·사파이어)에서 나온다. 유기물 보석은 진주·산호·호박 등이 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보석의 신기술로 평가받는 큐빅과 같은 합성 보석의 등장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천 가지 광물 중 보석이라 불리는 광물은 20~30여 가지뿐이다. 세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석에 편입되는 종류가 점차 느는 추세라고.

“보석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는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어요. 최근에는 장신구 외에 의료용, 산업용, 건축재료, 반도체 재료 등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죠. 보석박물관에 오셔서 보석에 관한 모든 것, 특히 대한민국 원석 가공 기술의 현주소를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김 해설사)



관람 안내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관람료: 350~3000원

           120명 이상 군인단체 1500원)
관광안내소: 063-859-4645
대중교통: 익산터미널 하차 후
시내버스 63번,
좌석버스 555번 이용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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