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조아미 기자의 아들과 함께 하는 하루

표현 서툴던 아들 군대 가더니 “사랑합니다” 웃음꽃 절로 피네요~

조아미

입력 2017. 04. 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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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진해기지사령부 권남우 병장


군에 와서 얻은 건 가족애와 애국심

부모님의 소중함 그땐 왜 몰랐는지…

철없이 내뱉은 모진 말 떠올리며 반성했죠

 

네가 입대한 지도 일년 반이 지나고

입대 전 사소하게 부딪히고 대화 적던 우리 가족

이젠 아버지 사업 걱정도 하고 우리 아들 철들었네~

 

 

 

 


 



그땐 몰랐다.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없었다. 대가 없이 뭐든 해주는 그분들의 모습이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에 와보니 알겠다. 힘든 훈련을 마친 뒤 읽어보는 아버지의 든든한 편지, 그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전화 목소리. 전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부모님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달았다.

해군진해기지사령부 정훈공보실 권남우(23) 병장의 아버지 권정현(53) 씨, 어머니 김영숙(49) 씨가 입대 후 한층 성장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7일 부대를 방문했다.

 



 

 


아들 덕에 진해 군항제도 보고 “함께여서 행복해요”

온 도시에 연분홍빛 벚꽃이 가득한 경남 진해. 진주에서 차로 출발한 부모님이 진해 군항제가 한창인 부대에 도착했다. 권 병장은 부모님과 함께 만개한 벚꽃길을 걸으며 군항제 기간에 열리는 해군 홍보 사진 전시회를 관람하는 등 부대 투어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들 덕에 군항제 벚꽃을 제대로 본다”며 “아들과 꽃길을 걸으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권 병장이 근무하는 진기사 정훈공보실을 찾았다. 어머니는 군복을 입어 보며 정훈병 체험에 나섰다. 아들은 전역병 사진 촬영, 부대 내 행사 지원, 신문 배부, 뉴스 모니터링 등 자신의 업무에 관해 설명했다. 아버지는 함께 근무하는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며 “우리 남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권 병장은 그런 아버지에 대해 “아들이 걱정돼 간부들께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니 감사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부모님의 사랑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부모님이 아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진기사 정훈공보실 부서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갑판병에서 정훈병으로… ‘내가 먼저 하자’ 정신으로 임해

2015년 8월 31일 입대한 권 병장은 입대 전까지 삶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수능시험 당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언어영역에서 실력 발휘를 못 했다. 가고 싶은 대학이 있었지만 모두 떨어져 낙담했고 의욕이 없어졌다. 대학에 가서도 수업에 빠지기 일쑤였고 학점은 2점대에 머물렀다. 군에 가기 위해 휴학을 했지만 입대도 쉽지 않았다. 지원하는 곳마다 계속 떨어졌다.

굳이 휴학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말렸던 부모님과 아들은 부딪히기 시작했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대화가 단절돼 소통도 안 됐다. 그러던 중 권 병장은 해군에 입대하게 됐다. 처음 6개월간 진기사 항만전대에서 참수리 고속정을 타며 갑판병 임무를 수행했다. 새벽 1, 2시에 출항하기도 하고, 추운 겨울 새벽 바닷바람을 온몸에 맞으며 견시병 임무도 수행했다. 식사 당번과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군대 와서 처음 해봤다.

권 병장은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군에서 힘든 일을 하며 부모님이 내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은 용기를 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표현에 서툴러 그동안 ‘사랑한다’라는 말도 해보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수화기 너머로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한번은 휴가 나와서 사업은 잘되느냐고 물었다”며 “이젠 집안 걱정을 하는 걸 보니 철이 많이 든 것 같다”고 했다.

권 병장은 지난해 5월 정훈공보실로 전입 왔다. 생소한 사진 촬영과 포토샵 등을 배워야만 했다. 일이 서툴러 실수도 반복했다. 그때마다 선임에게 싫은 소리도 들었다. “매일 일과를 걱정으로 시작했고,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하려고 하는 일을 내가 먼저 나서서 하자’고 결심했어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는 틈나는 대로 책을 보며 포토샵을 익혔고, 선임이 시키기 전에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을 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줄었고, 일의 재미도 느껴졌다.

진기사 정훈공보실장 이은호 소령은 “권 병장은 우리 부서 수병 중 가장 선임으로, 묵묵히 모범적으로 후임들을 이끌고 있다”면서 “업무가 많을 때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부서 간부들에게 큰 힘을 주는 존재”라고 칭찬했다.


부모님이 정훈병 체험에 앞서 진기사 정훈공보실에서 부서원들과 함께 신문을 보며 뉴스 모니터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사능력시험·토익 공부 등 끊임없는 자기계발

국제통상학을 전공한 권 병장은 무역업계 관련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기 계발에도 열심이다. 그중 하나로 지난 2월 한국사능력시험 1급에 합격했다. 현재는 토익 900점을 목표로 공부 중이며 영어 회화도 열심히 익히고 있다.

“군에 와서 얻은 것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부모님에 대한 사랑입니다. 이제 5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23개월의 군생활을 알차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사랑하는부모님께

받는 것에 익숙했던 삶, 이제부터 자랑스러운 아들 될게요!

 


엄마의 사랑하는 아들, 남우예요. 철없고 아이 같았던 제가 벌써 스물셋이나 됐어요. 언제나 어릴 것 같던 저인데 이렇게 철이 드나 봐요.

어릴 때부터 늘 같이 살아서 엄마의 소중함을 몰랐는데 입대 후 떨어져 지내면서 가족들에 대해 그리움, 고마움 그리고 소중함을 느꼈어요.

입대 전 엄마, 아빠께 했던 모진 말들이 생각나서 너무 죄송해요.지난날 저는 늘 받기만 했던 것 같아요.

걱정이 많아 힘들 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항상 엄마를 찾았어요. 그래도 엄마는 더 필요한 건 없느냐며 더 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하셨어요.

돌이켜보면 항상 받기만 하는 삶에 익숙해져서 그랬던 거 같아요. 부모님께 뭔가를 해드릴 생각은 안 하고 받기만 하려 한 생각들이 참 부끄럽습니다.

부족한 아들을 항상 사랑해주신 부모님, 이런 부모님이 계시기에 제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요.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게요.


 

사랑하는아들에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법… 우리 남우가 그런 사람이길

 


진달래도 피고 매화꽃도 만발하니 완연한 봄이다.

처음 입대할 때는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매일 안부 전화 주고, 급한 일 있으면 연락도 할 수 있어서 군대에 있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안심이 된다.

남우가 입대한 지도 일 년 반이 넘었구나. 군 복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단다. 그리스에 가면 앞머리에는 숱이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며,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는 이상하게 생긴 동상이 있는데, 그 동상 아래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단다. ‘나의 이름은 기회다’.

남우가 스스로를 갈고닦아 찾아온 기회를 쉽게 알아차리고, 붙잡을 수 있도록 준비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오는 것이고, 준비가 되지 않으면 기회가 오는지 가는지 알 수가 없단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지금부터 가장 단순하고 쉬운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길은 작은 일을 반복하는 거란다. 남은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어. 오늘이 항상 어제보다 나은 남우가 되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제대할 때는 더욱 씩씩하고 멋진 모습으로 만나자.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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