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조아미 기자의 아들과 함께 하는 하루

전역증은 인생 최고의 자격증…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조아미

입력 2017. 01. 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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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 육군25사단 계룡연대 신병교육대대 최진원 예비역 병장


# 해군6전단 소속 윤모 병장은 입대 초 해군마트(GS리테일)에서 ‘대학 원격 강좌 학점 취득’에 관한 홍보물을 봤다. 윤 병장은 군 생활을 알차게 보내고자 곧바로 수강신청을 했고, 이틀에 한 번씩 일과 후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강의를 꾸준히 들었다. 윤 병장은 현재 1·2학기 2개 강좌를 수강해 6학점을 취득했고, 전역 후 복학 부담을 줄이게 됐다.

# 육군31사단 김모 상병은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두 번 검정고시에 응시했으나 탈락해 학업을 포기했다. 입대 후 부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학습교재·멘토 등 부대에서 지원해주는 검정고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얻을 수 있었다.

# 해군2함대사령부 이모 상병은 행정병으로 복무하면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연히 파워포인트 학습콘텐츠를 찾아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공부하며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후 무역영어 3급을 공부할 계획이다.

국방부 인력정책과에 따르면 한 해 약 25만 명의 청춘들이 입대하고, 동시에 25만 명의 병사들이 전역한다. 이들에게 군대는 단순히 시간을 버리는 곳이라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됐다. 장병들은 자기개발을 하며 군 생활을 ‘성취의 시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육군25사단 계룡연대 신병교육대대 최진원 예비역 병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최 병장은 자기개발의 기본인 ‘독서’를 통해 진로를 결정하고, 또래상담병이 됐다. 더 나아가 분대장으로서 전우들에게 솔선수범을 보이며 대대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일 최 병장은 건강하고, 알차게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전역했다. 본지에서 최초로 21개월간 추적한 그의 군 생활을 공개한다.

 

 


 

 

 

 

<전역D-1>

 

나라사랑 새기고 자기개발 힘내고…

북 포격 도발에 유서 작성… 미래 꿈 향해 한 발짝 더

 

 

이제 곧 전역이다. 아니 당장 내일이다. 믿기지 않는다. 오늘 짐 정리를 마쳤다. 친한 후임들에게 샴푸와 린스, 빨래통을 쓰라고 줬다. 텅 빈 관물함을 한참 쳐다보게 된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섭섭하고 어색하다. 같은 생활관 동기 8명도 내일 같이 전역한다. 애써 TV만 보며 서로 딴청을 피운다. 나도 그러고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은 다 똑같을 거다.

21개월. 짧지만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다. 나는 날 믿고 응원해주시는 아버지와 하나뿐인 형이 거쳐 간 이곳을 택했다. 이병 때는 매시간 긴장의 순간이었다. 실수하기 바빴다. 선임이나 간부에게 찍힐까 봐 두려웠다. 군 생활이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입영일 아침에도 고기를 먹을 만큼 난 고기를 좋아한다. 병영식당에서 먹는 밥에 나물 반찬이 나오는 날이면 거의 밥만 먹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빡센’ 훈련은 내 입맛을 꿀맛으로 바꿔놨다. 군대 밥이 맛있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15년 8월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정말 전쟁이 날 것 같았다. 부모님께 남기는 유서도 썼다. K2 소총을 메고 잠을 잤다. 진정한 나라사랑을 느꼈고, 안보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까 고민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때울까’ 생각하며 어리석게 보낸 날도 많았다.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고비마다 옆에서 날 도와주는 좋은 사람이 많았다. 김태성 중사(진). 정말 좋아하는 간부다. 얼굴만 보면 까칠해 보여 말 붙이기 힘들지만, 친해지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은 전역한 선임이 날 힘들게 할 때 조용히 내 옆으로 와 이야기를 들어줬다. 충성마트에서 만나면 간식도 꼭 챙겨주셨다. 또 다른 나의 형 같았다.

책을 좋아하는 선임이 있었다. 책 100권만 읽고 전역하면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을까 시험해 보고 싶었다. 되돌아보니 오늘까지 15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생각과 행동이 바뀌게 된 계기였다.

한 동기는 경찰을 준비했다. 내 꿈이 없을 때, 난 그 친구와 함께 ‘경찰’이라는 꿈에 다가섰다. 독서를 통해 그 꿈이 확실해졌다. 그렇게 난 조금씩 변해갔다. 또래상담병으로 활동했고, 분대장 자격으로 어깨에 견장도 달아봤다. 그러다 보니 모범적인 군 생활이 이어졌다.

2015년 10월, 연대전술훈련 평가에서 대대장 표창을 받았다. 또 새벽 취사장에 불이 났을 때 소화기를 들고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에 나서 다시 대대장 표창을 받았다. 군 생활을 하면서 자부심 높았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장하다! 최진원.’ 스스로를 칭찬해 주었다.

전역하면 군 생활과는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될 거다. 그러나 난 이 만남이 내게 준 깨달음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21개월을 버렸다’는 말은 하기 싫다. 나는 분명 인생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고 자부한다. 하루해가 졌다.

내일 이 시간에는 난 여기 없을 거다. 하지만 내 빈자리는 누군가 다시 채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해왔던 것처럼 조국을 위해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할 것이다.

 

 


 

 

 


 

<전역D-데이>

영하 15도 강추위 속 따뜻한 이별…

분대원과 함께 있으니 ‘훈훈’…하얗게 내리는 눈도 선물 같아

 

 


새벽 2시에 겨우 눈을 붙였다. 뒤척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봤다. 하얗게 눈이 쌓였다. 오늘따라 눈이 반가웠다. 나의 앞길을 축복하는 선물 같아 보였다.

오전 8시가 돼 당직실로 내려갔다. 복도에서 마주친 간부·후임들과 인사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후임들은 나의 전역을 부러워했다. 예전에 내가 전역하는 선임을 바라보던 눈빛이었다. 따뜻한 음료를 건네준 오동혁 일병. 꼭 맛있는 피자와 치킨을 두 손 가득 들고 부대를 찾겠다고 말했다. 당직사령에게 휴대폰을 받고 부대를 나섰다. 나를 비롯해 중대에서 오늘 3명이 전역한다. 본부중대장님과 분대원들이 전역자들의 길을 배웅했다. 입영식 때 처음 걸었던 길, 수도 없이 걸었던 이 길 곳곳을 눈에 꼭꼭 담았다.

위병소 앞에 다다랐다. 분대원들이 멋지게 도열해 줬다. 이들과의 마지막 악수다. 눈물이 갑자기 쏟아졌다. 우는 나를 여러 명이 안아줬다. 영하 15도의 강추위에 얼굴도 손도 빨개졌다. 한 후임이 눈덩이를 온몸에 뿌렸다. 시원했다. 그러면서 참 따뜻했다.

나는 이제 예비역 병장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군 생활을 밑거름 삼아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안녕! 전우들, 안녕! 우리 부대’. 21개월 동안 함께해 줘서 감사합니다.

 


<취재일지>

 

2015.4.21 입소

 

 

 

 

2015.5.12 훈련병

 

 

 

 

2015.7.15 이병

 

 

 

2015.11.20 일병

 

 

 

 2016.3.29 상병

 


 

2016.10.18 병장

 

 

 

 

2017.1.20

전역

 

 






 

● ‘숫자’로 보는 병영

 

641 - 641일간의 군 생활.

150  - 군 생활 동안 150여 권의 독서.

100 - 매월 5만 원씩 적금, 현재 100만 원이 넘었다.

60 - 60명의 선임 전역.

 

 

● ‘키워드’로 보는 병영

 

소화기 - 새벽 취사장 화재에 소화기를 들고 불을 꺼 대대장 표창을 받았다.

유서 - 2015년 8월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부모님께 처음 유서를 썼다.

꿀맛 - 편식이 심했지만 훈련과 규칙적인 군 생활로 입맛이 바뀌었다.

경찰 - 군에 와서 경찰이라는 꿈을 가지게 됐다.

멘토 - 김태성 중사(진), 잊을 수 없는 간부.

 

● 2% 부족한 아쉬운 군 생활

 

체중 - 입대 후 꾸준히 운동해 체중 감량에 성공했지만 유지하지 못했다.

한국사 - 한국사 공부를 해왔지만 자격증 취득엔 실패했다.

분대원 - 분대장으로서 더 많은 시간을 분대원들과 보내지 못했다.

저금 - 월급의 50% 정도 적금을 했어야 하는데 5만 원은 좀 부족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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