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천규승의 세상 사는 이야기

하나…둘… 버리고 가는 삶 하나…둘… 열리는 행복들

입력 2016. 12. 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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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끝>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형식과 어색한 꾸밈 제거 본질적 요소만 갖추려는 ‘미니멀리즘’ 필요한 때

채우면 채울수록 커지는 욕망 억제할 수 없으면 불행 이제 우리도 스스로를 돌아볼 때

 

 

 

 

30대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30대 중반의 독신 비중은 50% 가까이 되고, 30대 후반의 독신 비중도 26%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독신이나 만혼 경향이 나타난 지 오래다. 경제적 이유도 만만치 않지만, 혼자 살아도 불편함이 없게 사회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가려면 간편한 것이 좋다. 거추장스러운 형식과 어색한 꾸밈을 제거하고 가장 본질적인 요소만 갖추려는 경향을 미니멀리즘이라고 한다. 2000년대 초, 20대 미국 청년 두 사람이 매달 1일에 한 개, 2일에는 두 개… 30일이 되면 서른 개 하는 식으로 날짜의 숫자만큼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게임을 고안해 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일만 반복해서는 궁극적으로 삶의 공허함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최소한의 서비스만으로 살아가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려 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이 그 취지에 공감했다.

일본에서는 미니멀리즘 게임이 2011년부터 요가 수행 방법인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의 첫 글자를 따서 ‘단샤리(斷捨離)’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단샤리는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으로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는 것이다.



버려야 더 좋은 것으로 채울 수 있다

국립국어원이 제공하는 국어사전은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욕구가 충족돼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의식주가 충족돼야 하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자존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욕구를 충분히 채우고 나면 행복해질까? 그렇지 않다. 욕구는 채우면 채울수록 더 많은 욕망이 생기기 마련이다. 욕망의 크기를 그대로 두면서 그 욕망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풍요를 누리고 있던 1970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사무엘슨’은 행복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행복의 크기=소유 또는 소비의 크기/욕구의 크기>

금수저든 은수저든 상관없이 욕구를 억제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미니멀리즘 게임을 시작하자

우리 사회가 엄청난 일을 겪어낸 2016년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병영에서도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눈물을 삼키며 변화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이다. 나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나, 나는 어떤 열매를 맺었나.

손에 쥔 것을 놓으면 다시 그것을 쥐기가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새롭고 좋은 것을 쥐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들을 빨리 버리고 손을 비워야 한다. 이제 더 나은 우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만의 미니멀리즘 게임을 시작해 보기로 하자. 더욱 성숙한 우리가 되기 위해 불필요한 습관이나 욕심을 버리도록 하자.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말이 있다. 똑같은 물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사자성어다. 천상의 천사가 물을 보면 수정과도 같은 보화로 여기고, 사람들은 목마를 때 마실 물로 생각하는데, 물고기에게는 집이 되고, 악귀는 그 물을 피고름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이 세상은 꿈과 희망이 가득 찬 신천지이다. 긍정적 사고를 갖고 있으면 어떤 일을 하든 삶의 가치가 확대 재생산되지만, 세상이 잘못됐다고 불평을 하고 있으면 이 세상이 부조리로 가득 찬 모순덩어리가 되고 만다.

지난 1년 반 동안 장병 여러분과 함께 세상 사는 지혜를 나누면서 필자도 많은 보람을 느꼈다. 부디 여러분이 병영생활을 수정과도 같은 보화로 여기면서 천상의 천사처럼 귀한 2017년을 맞으시기 바란다.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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