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끝> 보디가드
내년 3월 5일까지 서울 LG 아트센터
톱 여가수와 경호원의 운명적 사랑
영화 ‘보디가드’의 감동 그대로 재현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들도 향수 자극
양파·손승연·정선아 3인3색 디바 연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 사로잡아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을 연재해오며 수많은 뮤지컬과 형식을 소개했다. 아마 독자들도 이젠 무비컬이나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뮤지컬이 그렇게 어렵고 낯선 장르가 아니라 왕년의 인기 음악이나 흥행 영화를 가져와 무대로 꾸밀 수도 있고,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장르임을 소개하려 노력했다. 그동안 국방일보의 연재 칼럼을 읽으며 휴일 공연장 나들이를 상상해봤거나 연인이나 가족과의 휴가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면, 문화인으로서의 소양은 충분하다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 ‘보디가드’가 제작된 것은 1992년의 일이다. 희뿌연 스모그 사이를 자신이 지키고 있는 인기 여가수를 번쩍 들어 안고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보디가드의 이미지는 훗날 뮤지컬의 포스터 이미지로도 쓰일 정도로 유명했던 이 작품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공동 극작가였던 로렌스 캐스단이 극본을 맡았다. 사실 대본 자체는 꽤 이른 시기였던 1976년에 이미 완성됐다는 말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흥미롭게도 그가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 남녀 주인공은 다이애나 로스와 스티브 맥퀸을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 있다. 하지만 실제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인기 가수와 전직 특수요원 출신의 사설 보디가드로는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낙점됐다. 자칫 다이애나 로스가 부르는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를 들었다면 과연 이만큼 잘 어울렸을까 싶은 아찔한 생각도 든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돼 4억1100만 달러의 티켓 판매액을 달성했는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5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영화는 휘트니 휴스턴을 불멸의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흔히 다이아몬드 송이라는 우스갯소리로 불렸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앤드 아이~야’라는 노랫말이 마치 ‘웬 다이아~’로 들려서 생겨난 농이다)를 비롯해 ‘런 투 유(Run to you)’ ‘아이 해브 나씽(I have nothing)’, ‘아임 에브리 우먼(I’m every woman)’ 등은 영화의 흥행 못지않게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들이다. 물론 노래와 춤으로 이야기를 꾸미는 뮤지컬로의 변화에서도 이 노래들은 기억을 소환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이자 감동의 원인 역할을 한다.
뮤지컬은 2012년 등장했다. 영국 웨스트엔드의 아델피 극장에서 12월에 막을 올렸는데, 대서양 건너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던 미국 뮤지컬 여배우 헤더 헤들리가 주연으로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녀는 ‘라이언 킹’에서 심바의 연인인 암사자 날라 역으로 데뷔해 ‘아이다’의 오리지널 캐스트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는 뮤지컬계 스타다. 뮤지컬에는 영화에 나오지 않았던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들까지도 극 안에 삽입해 이야기를 꾸미는데, 헤들리는 휘트니 휴스턴의 ‘환생 혹은 빙의’라 불릴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가창력을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영국에서의 흥행은 전 세계로 이어지며, 2016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새해에는 캐나다와 호주, 이탈리아 등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어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말 무대에서는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세 명의 여배우가 무대를 꾸민다. 관록의 뮤지컬 배우로 미모만큼이나 통통 튀는 연기와 감탄을 자아내는 가창력으로 유명한 정선아가 역시 노래로는 빠지지 않는 가수인 양파와 신예 손승연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흑인 창법을 구사할 줄 아는 양파의 원숙함과 풍부한 성량으로 시원스럽게 고음을 내지르는 손승연의 노래는 무대에서 직접 듣고 즐기는 재미가 기대 이상일 정도로 소름 돋도록 만족스럽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전율을 느끼며 절로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모습에 왜 요즘 TV에 그토록 많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누리는지 절로 실감하게 된다. 정말 노래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최고의 뮤지컬 무대다.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보디가드 프랭크 역으로는 이종혁과 박성웅이 나온다. 이종혁은 ‘42번가’에 출연했던 경험이 있고, 박성웅은 이번 무대가 뮤지컬로의 첫 도전이다. 뮤지컬에 대한 부담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자주인공의 노래는 한 곡밖에 없고 그나마 음치를 연기하는 노래방 장면이라 용감하게 무대 나들이를 시도하게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웃음을 자아낸다. 정말 제대로 된 노래는 한 곡도 부르지 않지만, 무대에서의 장악력이나 여성들을 비명 지르게 하는 남성적 이미지는 그야말로 최고다. 올 연말 수많은 우리나라 뮤지컬들 중 놓치면 후회될 무대이니 꼭 즐겨보기 바란다. 멋진 새해맞이를 기원해본다.
2017년 3월 5일까지 서울 LG 아트센터.
<감상 팁>
추억의 영화를 보자
1992년 작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했다. 끈질긴 스토커와 자신의 임무를 철저히 지켜내는 보디가드의 모습이 요즘 감각으로 봐도 꽤 흥미진진하다.
휘트니 휴스턴을 그리며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며 성장한 세대라면 이 무대는 그 자체로 이미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48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녀를 떠올리면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마저 붉어진다.
타깃 연령층이 없다!?
음악은 ‘복고풍’일 것이다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무대에 등장하는 음악은 옛것이 아닌 요즘 젊은 세대들도 아우르는 편곡을 거쳤기 때문이다. 웬만한 콘서트보다 뜨겁고 열광적이다.
<원종원 교수 / 뮤지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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