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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고 걷거나 아이쇼핑만 해도 사랑의 온도 ‘쑥쑥~’

입력 2016. 12. 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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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즐겁게 기부하는 ‘퍼네이션’


“아빠, ‘사랑의 온도탑’이 꽁꽁 얼어붙었다는데 우리가 가서 호호 불어줄 수 없을까요?”

TV를 보던 초등학생 딸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TV 화면에 비친 50도를 넘지 못한 서울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을 너무나 안타깝게 가리키면서 말이다. 뉴스를 보니 성금액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은 26일 현재 49.3도에 불과하다. 목표액 100도(3588억 원)에 49.3%(1770억 원)가 모금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7도보다 2.4도나 낮다. 이는 최근 사회적 혼란 사건이 악영향을 끼친 탓일 터. 딸의 바람처럼 얼어붙은 기부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는 스마트한 비법은 없을까.


굿네이버스 ‘미션 희망트리’.

 


월드비전 ‘마이키즈’.

 



증강현실 게임 포인트 쌓아 기부


전통적 기부 방식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이색 기부 ‘퍼네이션’이 눈길을 끌고 있다. 퍼네이션은 즐거움(Fun)과 기부(Donation)를 합친 용어로 체험이 곧 기부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선보인 ‘미션 희망트리’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은 전 세계적인 ‘포켓몬 고’ 열풍을 몰고 왔던 증강현실(AR) 기술을 국내 최초로 기부 앱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포켓몬 고’에서 몬스터를 포획하듯이 앱을 실행한 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선물상자를 찾으면 된다. 선물상자를 터치할 때마다 얻은 포인트는 난방비 지원, 결식아동 지원, 재능 후원, 주거환경 개선 등 4가지 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기부할 수 있다. 이렇게 쌓은 포인트는 굿네이버스 희망트리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해 국내 위기 가정 아동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개인 이름으로 후원하고 싶은 시민들은 앱에서 선물 아이템을 별도로 구입해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빙트리’. 필자 제공

 

 

걸을 때마다 포인트 적립 후원



걷기만 해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사회공헌 앱인 ‘빅워크(Big walk)’는 앱을 실행한 후 10m 걸을 때마다 기부 포인트 ‘1눈(Noon)’이 쌓이는 방식이다. 1눈은 1원으로 환산돼 쌓인 눈만큼의 금액을 기부할 수 있다. 기부 대상은 빅워크에 프로젝트를 의뢰한 기업이나 단체들이다. 현재 저소득층에게 난방 텐트를 기부하는 ‘올해는 좀 더 따뜻하게’ 프로젝트 등이 진행 중이다. 참가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선택한 후 앱을 켜고 걸으면 칼로리가 얼마나 소모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부는 물론 ‘필요 없는 군살’까지 나눌 수 있는 셈이다.

아이쇼핑만 해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위시플렉스’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한 차례씩 디지털·가구·생활·패션 등의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상품 10개를 골라 위시 리스트에 담으면 생기는 후원 머니 500원을 돕고 싶은 후원 프로젝트에 보낼 수 있다. 노숙인 돕기, 필리핀 어린이 돕기, 팟캐스트 제작 지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번호 추첨에 당첨되면 위시 리스트에 담아 놓은 상품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  필자 제공

 

 

 

자신과 닮은 지구촌 어린이 돕기도 가능

평소에 찍은 사진을 올려도 기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장의 기부 습관을 모토로 하는 ‘포도(podo)’ 앱을 이용하면 된다. 앱에 등록된 다양한 기부 공약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사진을 올리면 된다. 예를 들어 ‘힘이 되는 사진을 올려 주세요. 사진 200장이 모이면 장애 아동들을 후원합니다’라는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올리고 댓글로 응원할 수 있다.

자신과 닮은 어린이를 돕는 이색적인 경험도 가능하다. ‘마이키즈’ 앱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월드비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2000여 명의 전 세계 아동 중 자신과 ‘붕어빵 지수’가 가장 높은 아동이 나온다. 아동의 사진을 본 뒤 아동보호정책 등에 동의하면 해당 아동을 도울 수 있다.

중고 물건들을 사고팔면서 자연스럽게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기빙트리’ 앱은 쓰지 않는 가방, 이미 다 본 책, 자신이 가진 재능 등을 앱에 내놓을 때 판매 수익금 일부를 전달할 단체를 미리 선정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물건 거래가 되면 정해놓은 판매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

더는 돈이 없어서 기부를 못 한다는 핑계를 대기는 힘들 것 같다. 마음만 있다면 조금만 정성을 들여도 기부천사가 될 방법은 너무나 많다. 얼마 남지 않은 2016년을 뜻있게 보내고 다가오는 2017년을 희망차게 맞이하는 비법으로 기부만 한 것은 없어 보인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어 터질 때까지 우리가 뜨거운 기부의 입김을 불어 넣어보면 어떨까.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 퍼네이션 (Funation)

재미(Fun)와 기부(Donation)의 합성어로 게임 등 쉽고 간단한 방식으로 즐기며 기부하는 문화를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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