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심리학

지휘관 헌신+합리적 운용〓행복 병영·필승 강군

입력 2016. 12. 26   17:03
0 댓글

<71·끝> 가고 싶은 군대, 존경 받는 군인


부대원 신뢰·존경, 리더십 발휘에 필수

전우애·용기·사기 저절로 주어지지 않아

군인의 명예는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것

군 복무, 어떤 곳서도 얻을 수 없는 선물

 

 

군대가 가고 싶은 곳이 되고 군인이 존경받을 때, 병사들은 자신의 군 복무에 개인적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군 복무가 삶의 다양한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육군1포병여단 거포대대 봉사동아리 장병들이 웃음치료를 직접 체험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국방일보 DB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군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오늘날 군대는 대개 외부 세력의 침탈로부터 자신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평화와 공존만을 추구하는 그런 존재라면, 외부 세력의 침탈이 있을 수 없고 그러면 군대라는 조직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지금의 군인도 국방이라는 고달픈 임무가 아니라 자신이 개인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런 이상적인 세상과는 사뭇 다르다.

군의 역할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

때로 인간은 그 선한 본성만큼 잔혹할 수도 있다. 물질·지배·학대에 대한 욕구, 이러한 욕구를 합리화하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전쟁이라는 참극을 불러오곤 한다. 특히 오늘날의 전쟁은 그 폐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 문명화가 인간의 공격성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여전히 대학살과 테러리즘은 우리의 목전에 놓여 있다. 우리 역시 자국의 군대가 없으면 외부 세력의 침탈이 언제든 가능한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군대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군대는 국가가 부여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 복무를 가능하면 피하고자 한다. 군 복무의 이러한 양면성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지휘관의 훌륭한 리더십이다. 훌륭한 리더십의 궁극적 목표는 부하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고 그들을 설득해서 군인으로서의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휘관이 갖춰야 할 덕목 많아

권위 있는 리더십을 갖춘 지휘관이 훌륭한 지휘관이다. 권위의 원천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그 하나가 지위에 따른 권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통해 부하의 복종을 합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부하와의 인간적인 관계가 권위의 또 다른 원천이다. 그들의 신뢰와 존경 그리고 충성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지휘관은 자신을 낮춰 부하와 같은 수준에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사적 욕구보다는 대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은 못하더라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훌륭한 리더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부하와 달라야 하는 점이 여기에 있다.

권위의 세 번째 원천이 과업에서의 역량이다. 부하로 하여금 때로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득하려면, 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논리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구비해야 한다. 특히 납득할 수 있으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병영을 운용하기 위해서 지휘관은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춰야 한다. 이것 역시 지휘관이 부하와 달라야 하는 점이다. 충성심과 전우애, 용기와 끈기, 사기 등 무형전력이 저절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군대가 갖는 특수성의 이름만으로 달성할 수도 없다.

훌륭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우리의 군대가 맥락에 맞게 합리적인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면, 군의 사회적 위상과 인식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군에 대한 언론의 태도나 군 복무에 대한 국민의 인식, 그리고 군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를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군이 나아가야 할 길은 꽤 멀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대 내부에서도 변화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군이 전통으로 지켜야 할 것과 구태를 벗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을 따져봐야 할 때다.


군인으로서의 자부심

군대, 군 복무, 그리고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아지고 군이 합리적으로 운용될 때, 군 복무가 개인적 손해와 회피가 아니라 성장과 자부심의 아이콘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군인으로서의 명예심이 생긴다. 군인의 명예는 그들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 그 원천은 군대에 주어진 임무를 자발적으로 진정성 있게 다하는 것이다. 본분을 지키지 않으면서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군이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지휘관이 훌륭한 리더십 속에 부하들과 함께할 때 가고 싶은 군대와 존경받는 군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군대가 가고 싶은 곳이 되고 군인이 존경받을 때, 병사들은 자신의 군 복무에 개인적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국방이라는 공적인 임무에 개인적인 가치를 연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병사들에게 생긴다. 이때 군 복무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일이 된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인간답게 사는 데 필요한 안전과 자유를 위해서는 국가라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군 복무가 자신에게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삶의 다양한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국가·국민 위해 임무 다하는 장병에 무한한 감사”



연재를 마치며

가고 싶은 군대, 존경 받는 군인! 이러한 군대가 우리가 원하는 군대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심리학이 이러한 군대를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나름 고민하면서 ‘전쟁과 심리학’이라는 제하의 글을 연재해 왔다. 군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중요한 문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 그리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의 장병들을 격려하는 마음을 정갈한 글로 풀어내고 싶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정갈한 글은 문장이 현란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감동을 주고, 차분하지만 무미건조하지 않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애정을 담고 있는 글이다. ‘전쟁과 심리학’이 이 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이 글을 읽어준 여러 장병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글을 쓰면서 삶의 일부 혹은 전부를 걸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바람 불고 추운 이 겨울을 우리가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것도 장병 여러분 덕분이라는 점은 변함없이 기억해야 할 사실이다.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빌면서 저는 이만 총총히 물러가는 바이다. 충성!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