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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괄의 방자함에 격분…군사 해산시키고 분연히 자결

입력 2016. 12. 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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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이괄의 부하로 이괄을 징벌한 이윤서


 

이윤서(李胤緖·1574~1624)의 자는 선승(善承)이고 시호는 장의(壯毅)다. 본관은 합천(陜川)이며, 증조는 홍문관수찬 희증(希曾)이며, 아버지는 천수(天受)다.

어렸을 때 높고 큰 뜻을 품었고 재주와 용맹이 출중했으며, 자라서는 글을 배우고 과거 공부에 힘써 학문이 날로 향상됐다.

임란 후 무관 중 청백리로 이름 높아

 

 

1594년 국가에서 무사를 많이 뽑자 그는 학문을 그만두고 무과(武科)에 응시해 급제했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어지러운 때이므로 자취를 드러내지 않고 편비(偏裨·대장을 돕는 작은 장수)로 있었다. 임란이 끝난 뒤 1600년 비로소 선전관(宣傳官) 겸 비변사낭관(備邊司郎官)에 제수됐는데 무관(武官) 가운데 청백리로 이름이 높았다.

1620년 가선대부(嘉善大夫) 품계에 오르고 구성부사(龜城府使)가 됐다. 이때 명나라 장수 모문룡(毛文龍)이 용천(龍川)에 주둔했다. 모문룡의 군대는 기율이 엄하지 않아 여러 고을에서 행패를 부렸고, 관리들에게 많은 치욕을 주었다. 그러나 이 못된 모문룡의 장교(將校)들도 이윤서가 다스리는 구성에 오면 서로 존중하고 감히 능멸하지 못했는데, 이윤서의 공직기강이 엄명(嚴明)한 것에 감복했기 때문이다.

1623년에 위장(衛將·조선시대 오위의 군사를 거느리던 장수)에 제수됐다. 가을에 역적 이괄(李适)이 영변(寧邊)에 막부(幕府·대장군의 진영)를 개설할 때 이괄의 청으로 그를 중군(中軍)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윤서는 막부에 있으면서 이괄의 교만 방자한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이괄이 반역을 일으켜 군사를 몰아가자 이윤서는 애가 찢어지고 머리털이 서서 비밀리에 글을 써 초관(哨官·100명으로 편성된 초(哨)를 통솔하던 벼슬) 왕유영(王有榮)에게 부하를 거느리고 샛길로 가 평양의 원수부(元帥府)에 죽음으로 갚겠다는 뜻을 전하게 했다. 첩과 두 딸도 원수부로 보낸 다음 별장(別將) 유순무(柳舜懋)와 함께 이괄을 베어 죽이려고 했으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맹세코 적에게 더럽혀지지 않을 것”

 


이윤서가 유순무에게 말하기를 “우리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차마 구차하게 살 수 없다. 내가 장차 군사를 해산하고 원수(元帥)에게 달아나 죽음으로 맹세코 적에게 차마 더럽혀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원수부에 밀서(密書)를 급히 보내고 별장 박진영(朴震英)이 자산(慈山)에 이르러 이신(李愼)·이탁 등과 함께 화포(火砲)를 쏘아 병력을 일제히 해산시키자 이괄의 반군은 기세가 죽었다.

이윤서가 원수 장만(張晩)을 만나 큰 소리로 울며 말하기를 “제가 역적 놈을 베어 죽이지 못하고 멀리 몰아 들어오게 하였으니 무슨 낯으로 천지 사이에 서 있겠습니까?”라고 울부짖었다. 그리고 종을 시켜 종장(宗長)에게 돌아가 알리게 하기를 “내가 이제 죽을 곳을 얻었으니 이를 선조의 사당에 고하여 주시오” 하면서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모든 군사가 다 용동(聳動·몸을 솟구쳐 뛰듯 움직임)했고 원근에서 듣는 자가 모두 장하게 여겼다.

 

평소 도량 넓어 큰일 당해도 의연

조정에서는 그 충성을 아름답게 여겨 특별히 자헌대부(資憲大夫) 형조판서 겸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를 추증(追贈)하고 예관(禮官)을 보내 사제(賜祭)를 올리게 했다. 그 뒤 진무공신(振武功臣) 원종(原從) 1등에 녹훈(錄勳)하고, 숭정대부(崇政大夫) 의정부우찬성(議政府右贊成) 겸 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로 높여 추증했다.

이윤서는 키가 크고 용모가 뛰어나며 도량이 넓었다. 술을 잘 마시고 자질구레한 절차에 얽매이지 않으며 남들과 대처하면서 다투지 않았다. 집에 있을 때나 관직에 있을 때나 기쁘고 노여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큰일을 당해서도 의연했다. 평소 성품이 이러했으므로 위난(危難)에 임해 절의(節義)를 다하고 죽는 것을 마치 자기 집으로 돌아가듯이 여겼다.

역적을 토벌하는 데 이바지한 이윤서의 공은 외적(外敵)을 막은 것보다 적다 할 수 없으리니, 그의 처신은 후세의 사표(師表)로 크게 빛을 발한다.

<박희 한국문인협회 전통문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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