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군과 영화

당겨진 화살에 망설임은 없다

입력 2016. 12.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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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최종병기 활



 

 


최근 북한이 우리나라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가상훈련을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군은 이를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의 하나로 판단, 악의적 위협을 규탄하고 도발 시 철저하게 응징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도 앞서 “군대는 강해야 한다. 국가의 안위를 지키려면 강하고 담대하고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병자호란, 조선 최고의 신궁 이야기

1636년 병자호란이 발생하고, 50만 포로가 청으로 끌려가는 민족의 비극이 있었다. ‘최종병기 활’은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아버지가 인조반정 이후 역적으로 몰려 죽고, 간신히 살아남은 조선 최고의 신궁 남이(박해일)는 유일한 피붙이인 누이 자인(문채원)의 행복만을 바라며 살아간다. 자인의 혼인 날 청나라 정예부대의 습격으로 자인과 신랑 서군이 포로로 잡힌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남이는 아버지가 남긴 활 하나만 들고 청나라 정예부대를 뒤쫓는다. 그는 돌과 나무에 몸을 숨긴 채 신묘한 활 솜씨로 청나라 군인을 하나 둘 없애간다. 청나라 명장 쥬신타(류승룡)는 왕자 도르곤과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남이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남이와 쥬신타의 쫓고 쫓기는 활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 고유의 무기인 ‘애깃살’ 소재로

영화 개봉 이후 ‘아포칼립토’의 추격 장면 및 재규어에게 위협받는 장면 등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 영화의 설정은 할리우드 서부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편견을 갖기보다는 달라진 게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최종병기 활’은 산악 지형인 우리 강산을 배경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밤낮의 변화, 그리고 감정의 대립과 액션의 충돌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사거리가 길고 빠른 애깃살(아기살)을 사용하는 남이와 무시무시한 파괴력의 육량시를 사용하는 쥬신타 간의 활 전쟁이 대결의 초점이다. 애깃살은 보통 화살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곡사가 가능하고, 육량시는 칼날 같은 모양의 묵직한 화살촉을 사용해 위력적이다. 영화 막판 두 개의 다른 활, 그리고 다른 전법을 구사하는 대결 구도도 볼거리다.

‘최종병기 활’은 애깃살이라는 우리 고유의 무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우리의 또 다른 화려한 무기인 화포를 소재로 한 ‘신기전’을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 모두 특정 무기의 장점을 강조하거나 나라와 민초를 구한다는 민족주의에 침몰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도 비슷하다.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줬던 김한민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허술한 이야기 구조를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으로 보강했다. 산악이 많은 우리나라와 넓은 평야를 주 무대로 한 청의 기본적인 전투 방법도 가늠케 한다. 제작진은 기기묘묘한 우리 산야를 배경으로 기존 카메라 장비 외에 하늘에서 촬영하는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등 제작비 90억 원을 투입해 한국형 사극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냈다.


 



명나라 추종한 인조 시대의 실패 꼬집어

‘최종병기 활’은 액션에 앞서 영화의 출발점이 된 시대적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명과 청 사이에서 실리를 취했던 광해군 시대와 달리 노골적으로 청을 깎아내리고 명을 추종한 인조 시대의 실패를 꼬집고 있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반도와 평화를 맺지 못했던 나라는 중원의 지배자가 되지 못했다. 고구려 때문에 후연은 중원의 지배자가 되지 못했고 수나라는 무리한 침략 탓에 결국 몰락했다. 여진족은 후방의 고려 때문에 중원에 나가지 못했다. 청 역시 병자호란을 일으켜 조선을 누르고 중원에 진출하려 했고, 그 결과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버티다 결국 신하의 예를 취하는 ‘삼전도의 굴욕’을 맛보게 된다.

최근 북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1월 20일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한다. 미국의 변화를 앞두고 강공을 펼치는 중국 등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군은 역사가 준 교훈을 토대로 안으로는 럭비공 같은 북의 위협에 맞서고, 밖으로는 변화하는 국제 정세의 흐름에 적응해야 할 때다.


최종병기 활(War of the Arrows), 2011

감독: 김한민/출연: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고규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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