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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상징’ 타타르족 전투식량, 동서양을 사로잡다

입력 2016. 12. 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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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칭기즈칸과 타타르 스테이크


칭기즈칸 군대의 러시아 침공 때

타타르 부족 전투식량에서 유래

햄버거 고기로 발전됐다는 일설도

 

 

 

칭기즈칸 초상.

 

 


타타르 스테이크는 서양 육회다. 소고기나 말고기를 다지거나 갈아서 양파·소금·후추·파슬리로 양념한 후 날달걀을 얹어 비벼 먹는다. 우리 육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서양에서는 주로 호밀 빵과 함께 먹는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칭기즈칸 군대를 따라 중앙아시아에서 서양으로 흘러들어 간 음식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타타르(Tartars)는 로마 시대에 훈족(Huns)이라고 불리던 터키 계열 유목민족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책에 나오는 흉노(匈奴)가 서양 훈족으로 타타르인 돌궐(突厥)계통 민족이며 옛날 우리는 달단족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터키를 비롯해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키스탄·키르기스스탄과 중국 신장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타타르의 후예들이다.



타타르는 터키 계열 유목민족을 의미

시기적으로 명칭에 차이가 있을 뿐 훈족과 타타르족은 유럽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로마의 멸망도 훈족 때문이다. 훈족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에게 밀린 게르만 민족이 대이동을 시작해 로마로 들어왔고 이미 힘이 빠져있던 로마제국이 그로 인해 멸망한다.

타타르인 돌궐족도 유럽인을 공포에 떨게 했다. 유럽의 헝가리까지 영역을 넓혔던 몽골 군대가 러시아로 쳐들어갈 때 몽골 기병과 함께 우랄 알타이 산맥을 넘었던 종족이 타타르다.



유럽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타타르족

“트르르트르르(TrrTrr)…”.

먼 곳에서부터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두려움에 질려 소리쳤다. “타타르족이 쳐들어온다.” 침략자를 태운 말들이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속설에 따르면 ‘타타르’라는 말은 침략자들의 발말굽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반면 어원사전을 보면 중앙아시아 유목 부족이 스스로 자신들을 타타(Tata)라고 부른 데서 나온 말, 또는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의 지옥을 뜻하는 타타루스(Tartarus)에서 비롯된 말이라고도 한다. 피에 굶주린 야만인이라고 여겼기에 지옥인 타타루스와 연결 지은 것이다.

러시아를 정복한 후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항복을 요구하는 바투칸.

몽골군 음식에서 비롯된 서양 육회

어쨌든 유럽인이 타타르를 무서워한 이유는 잔인했기 때문이다. 낯선 생김새에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는 침략자들은 저항하면 키가 마차 바퀴보다 작은 어린아이를 제외하고 남자는 모두 죽였다.

서양 육회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타타르를 수식어로 붙인 까닭은 육회가 몽골군 음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러시아에서 발달해 서유럽에 퍼진 음식이다.

그 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러시아를 공격한 몽골군, 특히 타타르 병사들이 먹었던 날고기였다.

러시아에 쳐들어간 몽골군은 다양한 민족의 복합체였다. 우리와 같은 몽골계도 있지만, 타타르 같은 터키계열 민족도 있었다. 공통점은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한 유목민족이었다는 것이다.

몽골인 같은 유목민족은 전통적으로 고기를 삶아 먹고, 수렵민족은 구워 먹는다. 물론 날고기도 먹지만 별미로 먹을 뿐 야만족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날것을 뜯어 먹지는 않는다.

바투칸의 러시아 침공.

전투식량의 한 종류인 생고기

그러나 전쟁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목민족은 장거리 이동을 하거나 전투를 할 때는 생고기를 먹었다. 전투식량의 한 종류였고 비상식량이었기 때문이다. 장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는 고기를 삶아 먹을 시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럴 여건도 되지 않았다.

중앙아시아의 사막이나 초원은 어디를 둘러보나 지평선이 보이는 허허벌판이다. 그러니 땔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땔감을 구한다 해도 조리를 위해 불을 피우면 연기 때문에 먼 곳의 적에게 존재와 위치가 바로 노출된다. 이 때문에 몽골 군대는 빠르게 이동할 때는 고기를 날로 먹거나 아니면 말의 피를 먹으며 이동했다.



말 안장 밑에 생고기 넣어두고 먹어

속전속결로 유명한 몽골 군대는 이동할 때 한 명이 여러 필의 말을 끌고 다니는데, 말이 지치면 다른 말로 옮겨 탐으로써 쉬지 않고 행군을 할 수 있다. 말을 여러 필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또 있었다. 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의 피부에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 먹음으로써 식량을 대체한 것이다. 그 덕분에 별도의 병참부대가 따라 다니지 않아도 돼 전광석화 같은 전투가 가능했다고 한다.

또한 몽골 군대는 말을 타고 이동할 때 안장 밑에 생고기를 넣어 두었다. 생고기를 날로 먹으려면 질겨서 먹기가 힘든데 안장 밑에 넣어 놓으면 이동 중에 고기가 저절로 다져져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이 부드러워진 생고기에 약간의 양념을 해서 먹으면 됐다.

피지배 민족은 알게 모르게 정복자의 문화를 따라가게 된다. 몽골 지배를 받은 러시아도 타타르의 생고기를 따라 먹게 됐고 이것이 서유럽으로 퍼지며 현재의 타타르 스테이크로 발전했다. 일설에는 이것이 미국에서 햄버거 고기로 발전했다는 얘기도 있다. 음식으로 본 전쟁과 교류의 역사다. 사진=필자 제공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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