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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찍기만 해도 원하는 언어가 ‘述述’ 손안의 통역사 있으니 외국어 울렁증 저 멀리

입력 2016. 12. 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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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자동번역시대




“지겨운 영어 공부 꼭 해야 해요?”

한 시간 가까이 영어 숙제와 씨름하던 아들의 외침이다. 어려운 영어 때문에 좋아하는 TV를 보지 못해 신경질이 났을 터. 아들은 얼마 전 친구들과 돌려봤다는 기사까지 들이밀었다. 구글·네이버 등 IT업체들이 내놓는 번역서비스 덕분에 외국어 공부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내용이다.

네이버 ‘파파고’.

AI로 무장…오류 최대 85% 감소



실제로 구글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새로운 ‘구글 번역’은 전 세계 어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구글 번역은 기존에도 웹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외국인에게 질문하고 싶은 문장을 스마트폰에 대고 말하면 원하는 언어로 들려주는 음성인식의 편리함 때문에 여행자 필수 앱으로도 꼽혔다. 하지만 백조를 ‘새(swan)’가 아닌 ‘숫자(100trillion)’로 번역하는 황당함으로 썩소(썩은 미소)를 자주 자아내곤 했다. 하지만 새로운 구글 번역은 마치 중급 수준의 어학실력자가 가다듬은 것 같은 정교함을 자랑한다. 이는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신경망 기계번역(NMT)’ 덕분이다.

NMT는 단어와 구문을 개별적으로 번역해 조합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언어를 쪼개지 않고 한 번에 전체 문장 단위로 번역한다. 번역 후에는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결과를 골라 다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문장을 재구성한다.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기존 번역 투와는 달리 자연스러운 문장이 가능해진 이유다. 구글은 번역 속도가 기존보다 3∼8배 빨라졌고 오류는 최대 85%까지 줄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번역 능력이 향상된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가져다준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탑재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번역 대결에서도 구글 번역이 인간을 앞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구글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등 8개 언어에 이 기술을 우선 적용했고 향후 103개 언어에 대해 확대해 갈 예정이다. 몽골어, 스와힐리어 등 불가능에 가까웠던 언어도 알아듣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한컴 ‘지니톡’.

음성 톤까지 구분… 문자·필기 인식도

네이버의 통번역 애플리케이션 ‘파파고’도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랩스에서 자체 개발한 이 서비스는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까지 4개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특히 자연어처리 기능을 탑재해 깔끔한 번역이 장점이다. 자연어처리는 구글 번역에 탑재된 NMT의 토종기술로 사람이 사용하는 말과 글에 가까운 번역을 제공해준다.

게다가 음성 인식 기술을 탑재해 스마트폰에 대고 말하면 원하는 언어로 들려주는데 음성 톤까지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밥 먹었어?’는 의문문으로 ‘밥 먹었어’는 일반 문으로 번역해준다.

외국어 텍스트가 궁금할 때는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된다. 문자인식(OCR), 필기인식(HWR) 등의 기술로 자동 인식해 원하는 언어로 보여준다. 특히 파파고는 한국어와 일본어 번역이 놀라울 만큼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일본 사업을 하면서 축적한 일본어 데이터베이스(DB)가 번역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내년에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도 추가할 예정이다.



연속 대화도 가능… 소음과 말소리도 구별

한컴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지니톡’도 어학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역시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지니톡은 연속으로 진행되는 대화도 끊김 없이 번역해주는 것이 장점이다. 여행 중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때도 한번 터치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특히 말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맞춤형 결과를 들려주고 주변의 소음과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어 소음이 있는 장소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지 번역 기능도 탑재돼 해외에서 낯선 메뉴판이나 길 안내 표지판을 사진으로 찍으면 지니톡이 번역해 준다.

이젠 아프리카나 동유럽, 아랍 등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 갈 때도 걱정 없을 듯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가이드 없이도 각 지역 속속들이 돌아다니며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SF영화 ‘스타트랙’ 등에서 봤던 자동번역을 이렇게 빨리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나저나 ‘영어 공부를 뭐 하려 하느냐’는 아들의 하소연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아직은 공부해야 한다고 해봤자 아들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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