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군과 영화

뭉치면 이긴다 상대가 누구든

입력 2016. 12. 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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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래디에이터


 




최근 육·해·공군 대령급 이상 장교 등 200여 명이 국방대학교 안보 과정을 졸업했다. 이들은 앞으로 군의 고급장교 또는 고위 공직자가 돼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리더로 일하게 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졸업식 축사에서 “여러분은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가 돼 우리 사회에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드높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리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AD180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치하의 로마가 배경이다.



로마 배경… 검투사가 된 전투영웅

로마 총사령관 막시무스는 게르만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다. 아우렐리우스는 승리를 치하하고 막시무스를 황제로 추대하려 한다. 하지만 막시무스는 이를 거절한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다. 코모두스는 아버지가 자연사했다고 거짓으로 알리고, 충성을 서약하라고 막시무스를 압박한다. 코모두스의 제안을 거절한 막시무스는 처형 명령이 떨어지자 탈출해 고향 집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이미 살해당한 후였다. 막시무스는 글래디에이터(검투사)가 돼 신분을 숨긴 채 복수를 다짐한다. 사람들은 경기마다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새로운 영웅 막시무스에 열광한다. 코모두스는 콜로세움에서 그의 정체를 알게 된다.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에게 “나는 진짜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성스러운 신하이며, 살해된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이번 생에 복수하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라도 복수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모두스는 질투와 분노로 그를 없애려 하지만 시민의 뜻을 꺾을 수 없어 직접 막시무스와 결투를 하게 된다. 코모두스는 경기에 앞서 미리 단검으로 막시무스를 찌른 후 대결에 나서지만 끝내 자신의 칼에 숨진다. 막시무스는 출혈로 죽음을 맞기 전 아우렐리우스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공화정의 이상을 이뤄 달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로마 공화정의 시작을 모티브로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자기의 핏줄 코모두스가 아닌 일개 장군 막시무스에게 황제 자리를 주려고 한다는 설정은 당시 로마 사정을 알아야 이해가 된다. 영화 속 배경인 당시 로마는 평화로운 ‘5현제’ 시대의 막바지다. 5현제는 네르바 -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 안토니누스 피우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뜻한다. 이들 5명의 황제는 전부 혈족이 아닌 남이다. 친아들이 아니라 황제의 자격을 갖춘 이를 양자로 들인 후 그에게 제위를 물려주는 식으로 권력을 이양했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 코모두스가 제위를 물려받게 되면서 이 전통은 깨지게 된다.

역사적 기록은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자기 뜻으로 직접 아들 코모두스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코모두스가 역대 최악의 하나로 꼽히는 무능한 황제였다는 점과 공화정이라는 새로운 정치 체제로 옮겨가는 시기라는 점을 가미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러셀 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주인공 막시무스 역은 처음에는 멜 깁슨이 제안받았지만, 당시 마흔셋의 나이로 소화하기 어려워 서른일곱 살의 러셀 크로에게 돌아갔다. 러셀 크로는 1999년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인사이더’에 출연하기 위해 18㎏이나 몸을 불렸다가 1년 만에 근육질의 몸으로 이 영화에 나왔다. 러셀 크로는 따로 다이어트를 하는 대신 호주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살을 뺐다고 한다. “낮이면 허브향이 가득하고 밤에는 재스민향이 납니다. 커다란 버드나무가 있고 무화과나무도 있습니다”라는 대사로 막시무스가 아우렐리우스 황제 앞에서 2년 전 떠나온 고향을 묘사하는 장면은 실제 그의 호주 집 분위기를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셀 크로는 이 영화로 2000년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극 중 화려한 전투 신이 벌어지는 콜로세움은 남유럽 몰타에 세트가 지어졌다. 16m 높이의 콜로세움은 3분의 1이 실제이고 나머지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채워졌다.



좋은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해

영화는 코모두스와 막시무스를 대비시키면서 리더의 역할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코모두스가 폭군의 이미지라고 해서 황제정이 나쁘다거나 공화정이 우월하다고 평하기는 섣부르다. 마치 대통령제가 좋은지 의원내각제가 좋은지 선택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결국, 정치의 완성은 리더의 역할에 달렸다. 코모두스는 자신의 야욕을 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혈육도 배신하는 비열한 황제의 모습으로 백성을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다. 반면 막시무스는 전쟁에 나설 때 병사 하나하나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검투사로 나설 때도 누구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전차와의 대결에서 그는 리더의 표상을 보여준다. 막시무스는 투구를 눌러쓴 채 “어떤 상대가 나오든 뭉치면 살 수 있다. 알겠나? 뭉치면 산다!”라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들은 전차부대에 둘러싸인 채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하나하나 전차를 격파해간다. 모든 이들이 실패를 예상했을 때, 막시무스는 용기를 불어넣는 리더의 역할로 승리를 따낸다. 우리 군 역시 위로는 병과 함께하는 리더, 아래로는 조국에 대한 충성과 동료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리더십으로 뭉쳐야 한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러셀 크로, 코니 닐슨, 올리버 리드, 리처드 해리스


<고규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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