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심리학

군의 애민활동은…애기·애군·애국활동이다

입력 2016. 12. 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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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군인과 애민정신


재해 복구·농번기 일손 돕기 등 매우 다양한 대민지원활동 수행
개인 자존감·군복무 만족도 제고

단결심과 연대감 강화로 전투력 향상

군 이미지와 국방력도 자연스레 높아져

 

 

 

육군23사단 장병들이 동해안 폭설 피해 복구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방일보 DB

 

 


 

군대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흔히들 국가는 국토, 주권, 그리고 국민이라는 요소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국토와 주권을 지켜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래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와 주권 없이는 국민이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결국 군대가 존재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유는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 개개인이 군대의 도움을 요청할 때는 언제나 군대가 그 요청에 응하는 것이 적어도 논리적으로 마땅하다. 그것이 곧 군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해군2함대 장병들이 농가 배 수확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따라서 군인이 갖춰야 할 정신 속에는 강한 애민정신이 들어 있어야 한다. 군인이 이러한 정신을 구현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국가를 외부의 적으로부터 수호하기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명목상 충성에 불과하거나 차가운 충성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애민정신을 평소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한 이유는 제도적으로 군인에게 부과한 전형적인 임무 속에는 이 같은 내용이 구체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민활동은 군인들에게 가외의 노력과 활동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매우 다양한 대민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 군은 농번기에 바쁜 일손을 돕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고, 각종 재해와 재난 발생 시 복구를 위해 지원활동을 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장비 수리, 의료서비스, 생활법률 이동상담 등 군과 동일한 생활권에 있는 주민들을 위한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좀 더 최근에는 환경보호 활동이나 국토 대청결 운동 등을 통해 국민의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예술제, 전시회, 운동회, 문화행사, 부대개방 등의 활동을 통해 민군 간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여럿 있다. 우선 사회·제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문제 중에는 사회적·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꽤 많이 있다. 어느 사회든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제도를 완벽하게 운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하는 국민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자원봉사다. 그래서 이러한 활동은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



육군53사단 장병들이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재호 기자

 

 

 

군대 차원에서 애민 활동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군대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군대는 그 나름의 성격 및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독특성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갖는다. 이때 군인이 어떤 정체성을 갖느냐에 따라 외부 사람들이 군에 대해 갖는 인식, 즉 군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국민이 군을 우호적으로 바라볼 때, 사회 전체적으로 군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국민이 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과 이미지를 갖는 것은 군에 여러모로 중요하다. 특히 군인의 사기 진작에는 일반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필수적이다.

군대가 국민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그러한 활동이 단지 봉사로 끝나지 않고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군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은 군인의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봉사활동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과 희생이라는 군인정신을 실천하는 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봉사활동은 희생과 헌신이라는 군인정신을 체험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또한 군복무 중에 수행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군인들은 동료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단결심과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모두 무형의 전투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애민활동은 국가나 군대뿐만 아니라, 그러한 활동을 수행하는 군인 개인의 삶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발달적으로 청년기에 속해 있다. 청년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형성하는 시기다. 이때의 봉사활동은 자기를 초월해 타인의 존재에 대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넓힐 수 있도록 해준다. 게다가 군인으로서의 대민지원활동은 장병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군복무의 만족도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효과는 모두 자신만을 위한 행위를 통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으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인성의 한 단면이다.

자원봉사에 대한 다양한 동기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맥락을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군이 수행하고 있는 대민지원활동 이외에 가령 군인들의 자기개발과 관련된 영역의 애민활동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의 구성원이 이러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에 있는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자원봉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는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도 유익한 많은 것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한 애민활동은 민과 군 모두를 위한 것으로, 군대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활동이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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