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2016 책읽는 병영

더 세심하게 읽고 감상 발표까지…전투력 높이고 인성은 다진다

김가영

입력 2016. 12. 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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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육군9공수특전여단, 귀성아카데미와 귀성 쉼터


독서 활성화 정책으로 시작한 경연대회

책 읽는 병영을 만드는 ‘좋은 자극제’

북카페보다 근사한 귀성 쉼터

“여자친구 면회오면 꼭 찾을 것”

 

 

 

육군9공수특전여단 내 독서카페 귀성 쉼터를 찾은 한 병사가 책을 읽고 있다.





“말을 잘하고 싶었던 저는 이 책을 펼치면서 말 잘하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길은 없다’고 말합니다. 말,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땀 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축구 황제 펠레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결국, 연습이 전부”라고. 여러분도 앞으로 뭔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노력하십시오. 한 고개, 한 고개를 넘으면서 더욱 성숙하고, 더욱 행복하고,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파워포인트 자료로 책 내용 소감 발표

지난 1일 육군9공수특전여단 회의실. 제1회 귀성아카데미가 열린 이곳에서는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는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빌 맥고완 지음/비즈니스북스 펴냄)를 읽고 느낀 점을 밝히는 박새힘(21) 일병의 발표가 한창이었다. 잦은 말실수와 퉁명스런 말투로 주변 사람들과 계속 마찰을 빚자 말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이 책을 읽었던 박 일병은 책을 통해 ‘간결하게 말하라, 천천히 말하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라, 남을 이해하면서 대화하라’ 등 대화의 기술을 배웠을 뿐 아니라 노력의 중요성까지 깨달았다는 소감을 진정성 있게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일반도서·전투발전 교범 모두 가능

박 일병 외에도 이동윤 하사 등 8명의 장병이 각자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과 느낌을 발표한 이날 행사는 여단이 독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시작한 경연대회. 지난 10월부터 예선을 거쳐 대망의 첫 결선이 치러진 이날 장병들은 파워포인트 자료와 함께 책의 내용과 소감 등을 발표하면서 열띤 경쟁을 펼쳤다.

귀성아카데미에는 일반 도서뿐만 아니라 전투발전 교범에 대한 감상까지 발표할 수 있다. ‘전투력’과 ‘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본선에 진출한 모든 장병에게는 장려상과 함께 도서상품권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또 본선 입상자에게는 포상휴가증과 여단장 표창뿐만 아니라 여단 전 장병을 대상으로 독후감을 발표하는 영예도 얻게 된다.

여단은 전문 강사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장병을 초빙, 인성·안보 강연이나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듣는 ‘귀성 공감 100℃ 강연’을 매월 실시하는데 이번 달 행사에 입상자를 초빙하는 것. 아직 첫 대회를 치렀을 뿐이지만 귀성아카데미는 책 읽는 병영을 만드는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날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카트린 지타 지음/걷는나무 펴냄)를 테마로 발표한 이원관(21) 일병은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이전까지는 심심풀이로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귀성아카데미를 계기로 좀 더 진지하게 독서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지음/한빛비즈 펴냄)에 대해 발표한 박지훈(27) 일병 역시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잊기 마련인데 이런 대회 덕분에 책 내용을 오래 기억하게 됐을 뿐 아니라 더욱 세심하게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안락한 공간 ‘귀성 쉼터’도 설치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여단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귀성아카데미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문을 연 독서카페 ‘귀성 쉼터’도 책 읽는 시간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여단이 야심 차게 설치한 공간. 예하 부대마다 이미 북카페가 설치돼 있지만, 여단은 소속 장병들이 더 쾌적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귀성 쉼터에 커피머신과 인테리어 등 일반 카페 뺨치는 시설을 갖췄다. 도서관이라는 느낌보다 사회의 카페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맛있는 차와 함께 책을 읽을 뿐 아니라 팀 단위 토론과 간담회까지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소속 대대에도 북카페가 있지만, 커피가 맛있고 인테리어도 근사해서 주말이면 귀성 쉼터를 찾곤 한다”는 송호상(21) 일병은 “스마트폰, 술, 게임 등 유혹이 많은 사회와 달리 군대는 일과시간 외에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입대 후 책을 많이 읽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귀성 쉼터를 봤을 때 지난번 면회에서 대화할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해했던 여자친구가 생각났다”는 김범수(24) 일병은 “다음번에 여자친구가 오면 꼭 귀성 쉼터를 찾을 것”이라고 별렀다.

여단 작전병 임무를 수행하면서 귀성 쉼터 관리를 맡은 김동규(22) 일병은 “귀성 쉼터 일을 하느라 여가가 많이 줄었지만, 워낙 커피를 좋아해 관리병을 자원했다”면서 “이곳에서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고 여유 있을 때 책도 읽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며 활짝 웃었다.

강희수(대위) 정훈참모는 “이제 첫발을 내디딘 귀성아카데미를 비롯해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장병들이 내적인 힘과 인성까지 키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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