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맹수열 기자의 조리병과 함께 쿡

추억 한 스푼… 정성 두 스푼… 전우를 위한 명품요리 뚝딱

맹수열

입력 2016. 12. 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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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육군5사단 표범연대 진격대대 장영웅 병장 / 떡갈비·깐풍 오징어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동그랑땡…

전우들에게도 추억의 맛 전하려 떡갈비 개발

대량 조리 단점 보완코자 만든 깐풍 오징어

힘든 일과 마친 전우의 피로 풀어주고 싶었죠

 

 

 


 

 

 


“사실 요리를 좋아해서 이 길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궁극적인 목표가 없다는 점이었죠. ‘과연 내가 요리를 왜 하는 것일까?’란 고민이 들 때쯤 입대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죠.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요리사,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요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달 29일 육군5사단 표범연대 진격대대에서 만난 조리병 장영웅 병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음식을 만드는 내내 보여준 서글서글한 웃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장 병장은 목표를 세우게 된 계기를 묻자 “입대하고 나니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길이 너무 그리웠다”며 “이런 생각을 할 모든 전우들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준비한 두 가지 ‘명품 요리’ 역시 이런 요리 철학이 담겨 있었다.


튀김실 따로 있는 조리실…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요리 탄생

“오늘 만들 요리는 ‘표고간장소스를 곁들인 떡갈비’와 ‘오(Oh) 깻잎 깐풍 오징어’입니다. 두 요리 모두 제가 나름의 고민 끝에 만든 최적의 레시피죠.” 조리대에 선 장 병장은 당당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조리대에 늘어놓은 재료들은 모두 부대에서 보급받은 것들이었다. 과연 이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를 다 만들어 낼 수 있을까? 1년간의 취재로 약간의 요리 지식이 생긴 기자가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깐풍 소스였다. 깐풍기 등 중화요리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두반장은 군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였다. 하지만 장 병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애초에 보급 식재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른 부대에서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만들었다”며 “두반장이 없어도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요리가 시작되자 장 병장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깐풍 소스에 넣을 채소들을 다지고 떡갈비용 고기를 주물렀다. 물컹거려 손질하기 힘든 오징어를 눈 깜짝할 사이에 깔끔하게 다듬더니 “재료 손질이 끝났습니다”라고 말했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장 병장은 전분에 버무린 오징어를 들고 곧바로 튀김실로 들어갔다. 대대급 부대에 튀김실이 따로 있다니 생소한 모습이었다. 기자를 안내한 정지영(소위) 대대 정훈장교는 “지난 9월 식당을 새로 지으면서 생긴 시설”이라며 “기름이 다른 곳으로 튀지 않아 조리실이 더 청결해진 것은 물론 화재도 예방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두반장 없이도 완벽한 ‘깐풍 소스’… “간단한 재료로 충분한 맛 낼 수 있어요”

장 병장의 튀김은 그동안 봐왔던 것과 조금 달랐다. 그는 전분이 묻은 오징어를 살짝 튀기더니 다시 건져내 물전분에 버무려 기름 속에 넣었다. “튀김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한 작업입니다. ‘뎀뿌라’(일식 튀김)에서 차용한 방법이죠. 오징어 자체가 부드러운 재료이기 때문에 튀김은 더 바삭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손이 더 가기는 하지만 맛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죠.” 장 병장의 세심한 노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깐풍 오징어와 동시에 만들기 시작한 떡갈비도 노릇노릇 구워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두 요리에 곁들일 소스를 만들 차례. 장 병장은 앞서 말한 것처럼 두반장 없이도 고추기름과 간장, 식초, 맛술 등으로 깐풍 소스를 만들어냈다. 살짝 맛본 순간 눈앞에 고급 중식당이 펼쳐지는 듯했다. 어떻게 두반장 없이 정통 중화요리의 맛을 낼 수 있었을까? 그는 “정확히 간을 맞출 수 있다면 간단한 식재료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군 생활을 통해 배운 요리철학으로 나만의 길 걷고파”

드디어 완성된 두 요리를 시식하는 시간. 장 병장은 동료 조리병들과 시식을 위해 나온 장병들, 기자 앞에서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삭 촉촉한 오징어 튀김은 매콤·새콤한 소스와 어우러져 완벽한 깐풍 오징어로 거듭났다. 촉촉한 간장소스를 입은 떡갈비 역시 고급 한식당 같은 정갈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두 요리는 제가 군생활을 하며 느낀 점들을 담아낸 것이라 저에겐 더욱 특별합니다. 깐풍 오징어는 대량 조리로 인해 떨어지는 맛과 질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개발한 요리입니다. 오징어에 들어있는 타우린이 힘든 일과를 수행하며 쌓인 전우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낼 수 있죠. 또 마지막에 올린 깻잎을 통해 깔끔한 맛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떡갈비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동그랑땡을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전우들에게 추억을 부르는 동그랑땡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개발했죠.” 그가 만든 요리가 특별했던 것은 그 안에 담긴 요리철학 때문이었다.

“이제 요리는 저에게 전부가 됐습니다. 그리고 군대는 요리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을 심어준 곳이죠. 요리 기술 외에도 항상 앞장서서 조리병들을 이끄는 간부님들에게 열정과 근면을 배웠고,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철학 등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익힌 노하우를 후임들에게 전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군 생활을 통해 제가 성장한 만큼 후임들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군 생활을 통해 배운 많은 것들을 바탕으로 제가 알아낸 저만의 요리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 오(Oh)! 깻잎 깐풍 오징어


재료: 오징어, 깻잎, 계란흰자, 전분, 고추, 마늘, 피망, 홍피망, 양파, 파, 생강, 고추기름, 간장, 식초, 설탕, 소금.


① 고추, 마늘, 피망, 홍피망, 양파, 파, 생강을 잘게 다지고 깻잎은 가늘게 채 썬다.
② 오징어의 배를 갈라 내장과 껍질을 제거한 뒤 칼집을 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③ 생강즙으로 오징어의 비린내를 제거한 뒤 계란흰자와 전분을 묻혀 170℃ 기름에 튀긴다.
④ 팬에 고추기름을 두른 뒤 다진 고추·파·마늘·생강을 넣고 볶다가 간장 2큰술과 소금 조금을 넣는다.
⑤ ④에 다진 양파·피망·홍피망을 더한 뒤 설탕 반 큰술, 식초 반 큰술과 물을 넣고 끓인다.
⑥ 튀긴 오징어를 ⑤에 넣고 볶아낸 뒤 접시에 담고 채 썬 깻잎을 얹는다.






 

 


>> 표고간장소스를 곁들인 떡갈비

재료: 소고기, 돼지고기, 쌀떡, 양파, 표고버섯, 당근,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마늘, 파, 생강, 소금, 간장, 설탕, 청주, 감자전분

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7대3 비율로 함께 다진다.
② 마늘과 파, 표고버섯은 편으로, 당근과 양파는 채로, 새송이버섯은 주사위 모양으로 썬다. 느타리버섯은 찢어두고 생강은 다진다.
③ 다진 고기에 간장 1작은술, 소금 조금, 청주 1작은술, 다진 마늘·파·새송이버섯을 넣어 반죽한다.
④ 고기 반죽을 둥글게 빚은 뒤 속에 불린 쌀떡을 심는다.
⑤ 팬에 기름을 두른 뒤 생강, 마늘, 파를 넣고 볶다가 숨이 죽으면 양파, 당근, 느타리버섯을 더한다.
⑥ ⑤에 표고버섯, 간장 2큰술, 청주 1큰술, 소금 조금, 설탕 반 큰술, 물 1컵을 넣고 약한 불에서 끓이다 물전분으로 농도를 맞춘다.
⑦ 팬에 기름을 두르고 ④를 부쳐낸 뒤 석쇠에 기름을 묻혀 한 번 더 굽는다.⑧ 접시에 떡갈비를 담고 소스를 붓는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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