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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바둑·게임…무한진화 AI 무한도전

입력 2016. 11. 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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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인간과 AI의 대결


 

 

AI 엑소브레인의 장학퀴즈 우승 장면.  ETRI 제공




‘인간과 인공지능(AI)이 대결을 펼치면 누가 이길까.’

지난 3월 ‘인류저항군 지도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세계의 대국에서 무참히 패배한 이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자칫 인류를 앞서는 AI가 일상까지 점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탓일 터. 이 때문일까. 주목할 만한 인간과 AI 대결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산 AI ‘엑소브레인’, 수재들과 퀴즈 대결서 승리



인간 수재를 뛰어넘는 AI 수재가 한국에서 탄생했다. 지난 18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강당 특설무대에 마련된 장학퀴즈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한 AI ‘엑소브레인(Exobrain)’이 인간 퀴즈왕 네 명을 상대로 완승한 것이다. 엑소브레인과 퀴즈 대결을 벌인 네 사람은 올해 장학퀴즈 시즌1 우승팀 참가자인 안양 동산고 3학년 김현호 군, 시즌2 우승팀 참가자인 대원외국어고 2학년 이정민 양,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서울대 인문대학 윤주일(20) 씨, 방송사 두뇌게임 프로그램에서 준우승한 KAIST 수리과학과 오현민(21) 씨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뇌들이다. 하지만 엑소브레인은 2등을 차지한 윤주일 씨를 160점이나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퀴즈 대결을 벌인 이정민 양은 “엑소브레인의 문제에 답하는 능력과 흔들림 없이 일정한 페이스대로 유지되는 실력에 감탄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엑소브레인의 놀라운 퀴즈 실력 비법은 뭘까. 엑소브레인은 ETRI가 2013년부터 3년 6개월간 개발해온 AI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추론 과정 비슷한 방식으로 답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사회자가 퀴즈를 내면 이를 문법적인 방법으로 분석해 뜻을 파악한 뒤 그간 학습한 지식 데이터베이스(DB) 속에서 답을 추론해 낸다. 추론 과정에서 정확도가 80%에 도달하면 답을 내놓는 방식이다.

놀라운 것은 엑소브레인 개발이 아직 1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ETRI는 2020년까지 2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2022년까지 3단계인 영어로 기술된 전문지식에 대해 질의응답이 가능한 솔루션(QA)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때쯤이면 인간이 AI와 힘을 합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딥젠고와 대결 중인 조치훈(왼쪽) 9단.  일본기원 제공

일본 AI와의 바둑 대결에선 조치훈 9단이 이겨

일본에서는 인류의 승전보가 들려오기도 했다. ‘한국 바둑계의 전설’로 불리는 프로 바둑기사 조치훈 9단이 일본의 AI를 꺾은 것이다. 조 9단은 최근 일본기원에서 열린 바둑 소프트웨어 ‘딥젠고(Deep Zen Go)’의 대국에서 2승 1패를 기록하며 최종 승리했다. 멋지게 이세돌 9단의 복수를 해준 셈이다.

하지만 조 9단은 딥젠고에 대해 “마치 사람과 두는 것 같았다”며 “강한 곳은 강하지만 약한 곳은 약해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졌다”며 극찬했다. 이어 “2개월 전에 봤을 때보다 단기간에 엄청나게 강해져 6개월 후에는 내가 질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딥젠고는 일본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도완고의 개발팀과 도쿄대학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AI다. 미국 구글의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  필자 제공

스타크래프트2 대결도 임박

게임 실력을 놓고 인간과 AI의 대결도 예정돼 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게임축제 ‘블리즈컨 2016’ 개막식에서 내년 1분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의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표준, 설계도 역할을 하는 API가 공개되면 AI에게 학습을 시켜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즉 인간과의 실력 대결도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이미 블리자드는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을 통해 게임을 활용한 AI 등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퀴즈와 바둑에서 승리 경험이 있는 AI가 더욱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스타2 대결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까. 스타2는 단순 기억력뿐 아니라 상상력과 판단력까지 갖춰야 승리할 수 있어서 당분간은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불안한 소식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AI 로봇이 난동을 부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AI 로봇 ‘샤오팡’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유리를 깨거나 관람객에게 위협을 가했다. 제압하려 달려든 안내원도 뿌리치고 돌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시회 진열장 유리가 깨지고 사람까지 다쳤다. 설마 AI가 벌써 자아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닐까. 베스트 셀러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의 전망처럼 인간과 AI가 대결보다는 공존하길 제발 바란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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