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북유럽의 전사적지를 찾아서

조국 지킨 함정, 퇴역 후엔 안보 지킴이로!

입력 2016. 11. 18   16:59
0 댓글

<7> 스웨덴 ③


민간에 양도 해상박물관으로 활용

미사일 고속정 시민 탑승 안보 교육

 

해군군사박물관 중세부터 현재까지

해양강국 스웨덴 해군 역사 빼곡히

 

 

 

스톡홀름 유고르덴 섬의 ‘바사’함 박물관 옆 부두에 계류된 미사일 고속정. 스웨덴 해군이 12척의 스피카급 미사일 고속정을 퇴역시키면서 이 한 척을 민간에 양도해 박물관에 전시·활용하게 됐다.

 

 

 

 

스톡홀름 해변 공원에 위치한 웅장한 해군군사박물관! 1910년대 스웨덴 해군 전함에는 이미 수상항공기가 탑재돼 있었다. 강력한 해군력 건설을 위해 스웨덴 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국가 역량을 집중해 왔는지 저절로 느껴졌다.

 


곳곳에 남아있는 해양강국의 군사유적



스톡홀름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시내 주변의 섬들을 돌아볼 수 있다. 특히 항구 근처의 ‘세프스홀멘’ 섬은 17세기에 해군 총사령부가 있었던 곳이어서 일명 ‘해군의 섬’으로 불린다. 지금은 군사시설들이 예술아카데미·동양미술관 등으로 변했다.

또한 건너편 ‘유고르덴’ 섬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17세기 전함을 전시하는 ‘바사’함 박물관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명소 가운데 하나다. 바사함은 스웨덴의 최전성기였던 구스타프 2세 시대에 발트해 장악을 위해 건조됐다. ‘바사’함 박물관은 그 사연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628년 8월 10일, 국왕 구스타파 바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한 진수식이 열렸다. 3년간 심혈을 기울여 건조된 ‘바사’함은 길이 69m, 높이 50m에 64문의 대포를 탑재했다. 건조 비용으로 스웨덴 국민총생산액의 5%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 배는 1㎞ 정도 항해 후 작은 돌풍에 기우뚱 기울며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국왕의 무리한 요구에 조선공들은 자신들도 잘 알지 못하는 설계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333년이 지난 1961년, 해저의 펄에서 건져 올린 1만4000개의 파선 조각을 퍼즐처럼 맞춰 진수 당시 모습으로 복원했다. 특히 ‘바사’함 외부의 예술품 같은 웅장한 장식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스웨덴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함정의 모형.

 

 

 

 

퇴역 고속정 민간 운용으로 안보 관심 유도

‘바사’함 박물관 밖의 부두에는 민간협회에 양도된 해군 퇴역 함정 2척이 정박하고 있다. 해상박물관으로 활용되는 이 함정들은 민간 회원들의 자발적인 기금으로 관리되며 먼바다로 항해를 떠나기도 한다. 특히 시속 40노트 이상의 쾌속으로 바다 위를 나는 듯이 달리는 미사일 고속정은 수시로 일반 시민들이 탑승한다. 폐기된 군용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안보에 관심을 유도하려는 스웨덴 정부의 의도도 있는 듯했다.

스톡홀름 부두에서 해군군사박물관으로 가는 교통편을 젊은 청년에게 물었다. 그는 “10분 정도만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 해군군사박물관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니 널찍한 공원이 나타났다. 그런데 20여 분을 걸어도 오솔길이 많은 숲만 보인다. ‘길을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지도를 펼쳤다. 분명 틀린 방향은 아니다. 공원 숲을 벗어나니 드디어 넓은 초원 위에 웅장한 군사박물관이 나타났다. 그즈음에야 ‘타조같이 길쭉한 다리를 가진 스웨덴 청년의 보폭으로 10분 거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해군군사박물관 전경.

 

 

 

 

“바다로 세계로!” 실천한 스웨덴 해군 역사

박물관 안에는 중세부터 오늘날까지의 스웨덴 해군 역사가 전시돼 있다. 18세기경에는 발트해의 패권을 두고 스웨덴·영국·러시아 간에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다. ‘시 파워(Sea Power)’의 중요성을 깨달은 스웨덴은 1910년대에 이미 10여 대의 수상항공기를 탑재한 대형 전함과 잠수함까지 확보했다. 특히 1940년대에는 대구경 함포를 가진 전함들을 많이 보유했다. 그러나 오늘날 스웨덴 해군은 최첨단 미사일이 탑재된 소형 스텔스 함정 위주로 개편되고 있었다.

또한 스웨덴은 우수한 해군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국가 차원의 관심을 기울였다고 전시관은 소개했다. 그들은 어린 소년들을 선발, 체계적인 함상 훈련을 통해 해군 간부로 양성했다. 군기 확립을 위해 예비 사관들을 채찍으로 체벌하는 옛날 그림도 있었다. 스웨덴 정부는 국익 창출 기여, 열악한 함상 생활 등을 고려해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었다고 한다.



‘바사’함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바사’함 축소 모형. 실제 원형이 복원된 ‘바사’함도 그 옆에 있다.

 

 

 

 

스웨덴 해사 생도의 자부심

박물관을 거의 다 돌아봤을 때 마침 견학 온 스웨덴 해사 생도를 만났다. 당당한 체격에 말쑥한 제복을 입은 청년의 이름은 다니엘 사레톡(Daniel Saretok)이었다. 짧은 시간 대화했지만 그의 말에는 사관생도의 긍지가 넘쳐흘렀다.

사레톡은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회 친구들이 때로는 부럽지만, 생도 생활도 재미있다. 생도대 생활은 엄격하다. 그러나 일과 후에는 필요시 외출이 허용된다. 교관들도 교육 중에는 무섭지만 개인면담 시에는 정말 부드럽다. 스웨덴의 대재벌 ‘발렌베리’가(家) 후손들은 전통적으로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다. 모험심·담력·책임감을 키우는 데 사관학교만큼 좋은 곳이 없다. 더구나 졸업 후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자유분방하고 자기 일에만 관심이 많은 유럽 청소년 중에도 이런 애국적인 청년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종태 조선대 군사학과 교수>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