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심리학

대립·반목 틈 메우고 단결·협동 조직으로…어렵고 힘들수록 접착제 리더십이 필요해!

입력 2016. 11. 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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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분열과 갈등 그리고 리더십


임무 실패나 성과 저조할 때

구성원들 간 비난 목소리 커져

추궁·힐난 아닌 원대한 목표 향해

하나로 품어낼 수 있는 리더십 있어야

 

 

 

어렵고 힘들 때 서로 비난하고 탓하는 것이 아닌 더 원대한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품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모든 조건이 유리한 상황에서는 누군들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겠는가? 협동과 단결로 똘똘 뭉친 조직에서 충성심과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부하들을 지휘하는 일은 리더의 자질에 상관없이 크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리더로서 특정 지휘관의 진정한 역량이나 자질을 가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늠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에서 용기의 숨은 가치가 드러나고 역모의 시대에 충신의 곧은 정신이 빛을 발하듯, 분열과 갈등이 조직을 휘저을 때 진정으로 훌륭한 리더의 진가가 드러난다.

어떤 조직이든 그 구성원들은 협동하고 단결하는 만큼이나 반목하고 분열하기도 한다. 협동하고 단결해야 할 이유나 상황이 많은 만큼, 경쟁하고 갈등해야 할 이유나 상황도 많기 때문이다. 단결하는 조직과 분열하는 조직이 외견상으로는 대척점에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협동하고 단결하는 조직도 몇몇 조건이 변하면 서로 싸우고 배척하는 조직으로 돌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조직이 주어진 상황에서 왜 갈등을 겪는지 잘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조직을 협동하고 단결하는 조직으로 재건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나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처럼, 심각한 갈등은 주로 집단의 성과가 빈약해서 그에 따른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피드백은 집단 구성원들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나쁜 결과와 관련해 서로에게 불만을 품도록 만든다. 물론 집단이 주어진 과업에 성공했을 때도 그에 따른 이득의 분배와 관련해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과업에 실패했을 때 생기는 갈등이 더 심각한데, 왜냐하면 이때의 갈등은 실패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과정을 수반하고 그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통렬한 비난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주어진 임무에 실패하거나 그 성과가 저조할 때 그에 대한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그를 비난하는 경향성이 뚜렷이 나타난다. 원인을 밝히는 것은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건전한 의지를 반영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적 동기도 반영한다. 이러한 방어적 동기는 인간이 진화시켜 온 보편적 특성으로, 개인적으로는 적응적일 수 있지만 조직적으로는 구성원들의 분열과 반목 등 심각한 파열음을 가져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심리적 요인으로,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의식 부재를 들 수 있다. 모든 조직은 각 조직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이기적 욕구를 포기하고 협동하고 희생할 필요가 있다. 이때 사람들은 상대방도 자신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협동하고 희생할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경우 배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상대방이 배신할 경우 자신이 떠안아야 할 손실이 더 커지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협동과 단결보다는 경쟁과 분열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불신, 그리고 배신에 대한 두려움은 조직이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더 잘 발생한다.

갈등이 심각한 집단의 구성원들은 때로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떠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그 조직에 대한 그들의 소속감이나 충성심은 곤두박질친다. 게다가 갈등과 반목으로 내분에 싸인 집단은 몇 개의 하위집단으로 쪼개져 서로 대치하는 형국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 조직에 두 명 이상의 리더가 공존하기도 한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토니 스콧 감독, 1995년 작)는 미군의 핵잠수함에서 벌어지는 두 리더 간의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직이 분열할 때 리더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상황이 불리하거나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그 원인을 찾고 책임의 소재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때 리더는 이것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밝힘으로써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한 과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즉, 문제의 분석과 진단을 통한 대안 추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단순히 성과의 평가가 아니라 공동의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분열과 반목에 취약할 수 있는 병사들을 더 큰 하나로 묶어낼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왜 우리가 이와 같은 일을 하는지 그 궁극적인 목표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부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접착제가 필요하다. 접착제는 바로 어려움이나 실패를 서로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배려와 협동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리더십이다. 어렵고 힘들 때 서로 비난하고 탓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다. 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하나의 마음으로 품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잘잘못만 따지는 식의 리더십은 조직의 분열과 갈등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역풍에 배를 저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배를 목표 지점으로 온전히 운행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리더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더가 흔들리면 모든 부하들도 중심을 잃게 되고, 결국 조직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겨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리더가 부하와 달라야 하는 많은 점 가운데 하나는 상황이 어려울 때 사분오열하는 부하들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역량이다. 어려울 때 그 빛을 발하는 불굴의 의지는 병사 개인의 역량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리더십에 따른 조직의 산물이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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