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소설가 김별아가 쓰는 엄마의 병영일기

리더십 갖춘 선임이란…

입력 2016. 11. 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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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3사단 서혜준 일병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에게

혜준! 계절과 시절이 정신없이 흘러가누나. 가슴팍에 작대기 하나를 단 채로 어설프고 불안해 보이기만 했던 아들에게도 어느새 직속 후임이 넷씩이나 생겼네.

처음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와 후임이 들어왔다고 자랑하던 때의 흥분한 목소리가 기억난다. 그 직전 나라사랑카드로 7만 원이 넘는 큰돈을 국군복지단에서 지출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먼저 도착했기에 대체 뭘 그리 많이 샀나 궁금했는데 후임을 PX에 데려가 이것저것 사주느라 그랬다 했지. 부대에 선임이 후임에게 생필품을 사주는 전통이 있다더니, 후임에게 세탁세제부터 티셔츠까지 크게 인심을 썼더구나!

월급의 절반 가까이 되는 돈을 지출하고 나서야 살짝 후회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엄마는 네게 무조건 잘했다고 칭찬했지. 형제가 없는 외동으로 자라서 아무래도 이기적이지 않을까, 단체생활에서 남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엄마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나 보다. 동기들은 물론이고 후임들과도 잘 지내는 아들이 다행일 뿐만 아니라 대견스럽구나.

네가 엄마에게 말했잖니. 처음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필요했던 것들을 이것저것 떠올리다 보니 장바구니가 가득 차 버렸다고. 내가 필요했던 게 후임에게도 필요하리라 생각하며 기꺼이 불편을 덜어주려 하는 마음, 그게 바로 내 경험을 통해 남의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지.

요즘은 어느 조직에서나 입만 열면 ‘리더십’을 이야기해. 리더십에 관해 논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리더십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특강과 캠프도 무수하지. 사실 엄마는 조직 안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프리랜서라서 리더십을 내 문제로 절실하게 느낀 적이 없었단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강연이나 행사 등을 통해 회사나 학교, 군부대 등 다양한 조직을 간접 경험하다 보니 리더십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어.

명장 아래 오합지졸이 없다 했던가! ‘호랑이가 호랑이를 낳고 개가 개를 낳는다’는 속담이 틀린 말이 아니더구나. 리더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 구성원들의 행동과 눈빛마저 달랐거든. 열정이 있고 목적의식이 분명한 리더와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리더가 이끄는 조직의 성취와 미래가 다른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조건을 갖춰도 그것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으니까.

혜준! 부디 후임에게 네가 만나고 싶은 바로 그런 선임이 되어주렴. 동기와 후임들과 더불어 형제애를 나누며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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