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소설가 김별아가 쓰는 엄마의 병영일기

드디어 일병으로 진급!

입력 2016. 11. 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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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준, 축하한다! 11월 1일 자로 드디어 일병으로 진급했구나!

유별나게 무덥던 지난여름 입대해서 신병훈련을 받는 동안 엄마의 마음도 메마른 땅처럼 바싹 타들어 갔지.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무더위 속에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받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에어컨도 한 번 틀지 못하는 바람에 누진제니 뭐니 시끄러운 와중에도 우리 집 전기요금은 오히려 줄어들지 않았겠니? 신병교육대 인터넷 카페에 깨알 같은 아들 사진이 올라왔을 때, ‘눈물 상자’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장정 소포를 받았을 때, 매일 인터넷 편지를 쓰다가 처음으로 네 답장을 받았을 때, 마침내 수료식에서 5주 전과 확연히 달라진 새카만 얼굴의 아들을 만났을 때, 그리고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첫 면회와 외박을 나왔을 때…… 지난 100여 일 동안의 기억들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는구나.

한 번도 이렇게 오래, 이렇게 멀리 너와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어서 엄마는 두렵고도 외롭고, 그립고도 안타까웠지. 한동안은 아들 생각만 해도 코가 울리며 눈이 뜨거웠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거리에서 군복을 입은 장병들을 보면 남의 아들도 내 아들만 같아서 한참 동안 눈길을 뗄 수 없었어. 스무 살이 넘어서도 엄마의 눈에는 어린아이 같기만 한 네가 낯선 곳에서 낯선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단다.

하지만 혜준! 너는 엄마의 걱정을 훌쩍 뛰어넘어 기대보다 훨씬 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고 강건하면서도 유연하게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군 생활을 하고 있지. 집에서 멀리 있긴 하지만 부대의 분위기도 좋고 함께하는 전우들도 좋다니 엄마는 비로소 시름을 덜었어. 게다가 이제는 어설프고 미숙하게만 보이는 작대기 하나에서 한 개가 더 늘어난 두 개짜리가 되었으니 마음만은 뿌듯하구나.

일병은 일이 많아서 일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던데,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기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항상 배우는 자세일 거야. ‘논어’에서도 말하길, 앞에 가는 세 사람 중에 반드시 한 사람은 내 스승이라지 않니? 군대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스스로 배움을 구하고 얻으며 차근차근 맡은 일을 처리해 나갔으면 좋겠다.

아들은 잘할 거야. 넌 잘할 수 있어. 언제나 그랬듯 너는 엄마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아들이니까.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고 어수선해도 흔들림 없이 네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줘서 다행스럽고 고맙다. 다시 한번 일병 진급을 축하하며, 아들에게 영원한 사랑과 지지를 보낸다!

<육군53사단 서혜준 일병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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