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軍동아리

“장교부터 병사까지 음악愛 빠진 전사 우린 월요병 몰라요”

송현숙

입력 2016. 10.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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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9전투비행단 밴드 ‘적전조평’


 4월 병영예술체험교육 계기로  밴드 결성

‘드럼 좀 쳤던 교회 오빠’ 출신 등 경력 다양

월요일마다 모여 틈틈이 연습 실력 다져

사랑의책나누기본부 ‘북 콘서트’로 첫 데뷔

 

 

 

공군19전투비행단 밴드 동아리 ‘적전조평’은 지난 19일 중원기지 강당에서 열린 (사)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주관 ‘문화가 있는 독(讀)한 북 콘서트-군대가 스펙이다’에 출연, 전우들 앞에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은 리허설 장면.

 

 

 


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아리는 바로 밴드다. 이런 현상은 전·후방, 제대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장병이 많다는 방증일 터. 공군19전투비행단(이하 ‘19전비’)에도 있다. 그런데 누가 봐도 특별한 밴드 동아리다. 일단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적전조평’! ‘적에게 전율을! 조국에 평화를!’이라는 비행단 구호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강렬한 이름처럼 구성원 조합도 이색적이다. 장교부터 병사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고 있다.



북 콘서트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지혜’를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하는 연세대 김형철 교수.

 

 

 


‘적전조평’ 데뷔하던 날

19일 오후, 기자가 ‘적전조평’ 동아리원들을 찾아서 간 곳은 19전비 중원기지 강당 출연자 대기실. 이들은 (사)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독(讀)한 북 콘서트-군대가 스펙이다’(이하 ‘북 콘서트’)의 2부 첫 출연자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이 저희 첫 데뷔 무대예요. 떨리지만 연습했던 모든 걸 쏟아붓고 내려와야죠.” 베이시스트인 91전대 장비지원대대 운영통제실장 하성욱(37·학사 119기) 대위의 말처럼 출연 직전까지 악보를 들고 거듭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이 흡사 전투를 앞둔 전사처럼 비장하기까지 했다.

이날 북 콘서트에서는 연세대 철학과 김형철 교수의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지혜’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연과 여성 팝페라 그룹 ‘더카리스’, 걸 그룹 ‘포켓걸스’의 공연 등 음악과 강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연이 펼쳐졌다. 평소 독서 코칭 프로그램, 우수 독후감 선발 대회, 지휘관·참모 독서 공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책 읽는 병영 문화 조성에 힘써온 부대라 그런지 객석에는 지휘관부터 이등병까지 600여 명이 빈자리 없이 자리해 깊어가는 가을날, 문화의 향연을 만끽했다.

위트와 지혜가 가득했던 초청강사의 강연에 이어 드디어 ‘적전조평’의 순서가 왔다.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무대에 올라선 6명의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에게 객석의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 악기 점검 후 제1전자기타리스트 황태원(22·작전병) 병장의 신호에 맞춰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곡은 미국 록 그룹 그린 데이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온몸을 휘감는 음악 소리와 화려한 무대 조명, 뿌연 스모그까지 더해져 흡사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객석의 장병들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거나 우렁찬 환호로 전우의 데뷔 무대를 축하했다.

이날 북 콘서트를 관람한 박현석 일병은 “밴드 동아리의 공연을 보며 이번 북 콘서트의 표어인 ‘군대가 스펙이다’라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면서 “전우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오늘 멋진 무대를 만들었듯이 저 또한 군 생활이 스펙이 될 수 있도록 보람찬 군 생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범준의 ‘처음엔 사랑이란 게’, 크라잉넛의 ‘넌 내게 반했어’까지 총 3곡을 부르고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무대 아래로 퇴장한 동아리원들의 웃는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동아리 리더이자 보컬인 이승국(26·항공기기체정비사) 중사는 “작은 실수도 있었지만, 객석의 호응에 힘입어 공연은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우리 동아리원들이 즐긴 무대였다”며 데뷔 무대에 만족감을 표했다.



“우린 월요병이 없어요”

‘적전조평’은 새내기다. 올 4월 병영예술체험교육을 계기로 만들어진 동아리다. 현재 문화콘텐츠협동조합 ‘아이콘’ 소속 강사들로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인원은 총 9명. 월요일 저녁마다 만나 2시간씩 교육을 받고, 틈틈이 개별 연습으로 실력을 향상시킨다.

강사 조하나(27) 씨는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이번이 세 번째 부대인데 동아리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자기 주도적 동아리’를 만드는 게 목표인데 ‘적전조평’이 딱 그런 목표에 부합하는 동아리”라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동아리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보는 듯하다 ‘드럼 좀 쳤던 교회 오빠 출신의 항공기전기정비사 드럼연주자’부터 ‘왕년에 홍대를 주름잡던 3옥타브가 우스운 실력파 보컬 부사관’, ‘통기타 말고 전자기타는 처음이라며 수줍어하더니 무대에 올라 겁없는 독주를 선보이는 병사’, ‘주경야독으로 코드의 사나이로 거듭난 베이시스트 장교’까지. 소속도 임무도 계급도 다르지만, 이들은 “‘적전조평을 통해 진정한 팀워크를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희는 월요병이 없어요. 밴드 연습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죠. 군 생활의 활력소예요.”(이원우 일병)

“처음에 오합지졸이었던 음과 박자들이 하나씩 맞아가는 걸 보면 정말 짜릿합니다. 저희는 팀워크가 정말 좋아요.” (주현성 상사)

“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소속이 달라 데면데면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동아리 덕분에 다른 장병들과 알게 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대 공감을 이룬 것이 가장 좋은 점입니다.”(하성욱 대위)

동아리 활동의 장점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듯한 이들의 꿈은 ‘적전조평’ 이름을 19전비에 길이 남기는 것이다. “병사들로만 구성된 동아리는 전역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저희처럼 간부가 포함된 동아리는 안정적이라는 것이 장점입니다. ‘적전조평’에서 우리의 이 열정을 더 많은 전우와 더 오래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알림:우리 부대 동아리를 소개해 주세요. 정훈 계통을 통해 제보하시면 됩니다.

군 전화 947-3817.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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