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안승회 기자의 필드오브밀리터

귓가를 때리는 총성 숨 막히는 긴장감 과학 만난 강군, 전투력 폭발

안승회

입력 2016. 10. 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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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사단 마일즈 장비 활용 쌍방 전투훈련


최첨단 마일즈 장비 착용  후 빗발치는 총알 소리 피해

필사적으로 은폐물 향해 달리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은 비 오듯…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기동·엄폐·사격

실제 지형 ‘동분서주’ 강인한 체력 필수

적 후방 기습 전술로 승리 달성

 

 

 

 


 

 

 


전투는 실전이다. 실제 전투경험은 전투력 상승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 어떤 훈련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다. 우리 군은 지난 6·25전쟁과 베트남전 파병 이후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과학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다. 육군은 마일즈 장비를 활용해 실제 전장과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전투기술을 숙달하고 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전장 실상을 체험함으로써 지휘관은 전투지휘능력을 배양하고 전투원은 전투기술을 익힌다.


군장과 마일즈 장비 메고 ‘일사불란’

지난 10일 오전 10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경기도 연천군 육군5사단 마일즈(MILES: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 훈련장. 기자는 사단 사자연대 장병들과 함께 최첨단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쌍방 전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타타타탕!” “드르륵!” “분대 은폐하라!”

분대원들과 함께 적진을 향해 은밀하게 기동하던 기자가 방심한 사이 대항군의 총성이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된 것이다. 사방에서 울리는 총성에 분대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기자는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은폐물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단독군장과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삑~’ 이곳저곳에서 아군의 피격을 알리는 마일즈 장비의 신호음이 아우성쳤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가까스로 찾은 은폐물 뒤에 몸을 숨기자 수북이 쌓였던 낙엽이 눈앞으로 흩날리며 맑은 하늘을 가렸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제법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분대장의 수신호에 따라 K2 소총을 움켜쥔 채 대항군의 눈을 피해 땅에 닿을 듯한 자세로 몸을 숙이고 기어가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오락거리로 즐기는 서바이벌 게임과 비슷하리라 생각했던 기자는 ‘아차’ 싶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기동과 엄폐, 사격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대 초반 장병들의 체력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가상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대항군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온몸을 압박해 왔다. 마치 실제 전장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실제 전투현장이 될 다양한 지형을 기동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이 필수입니다. 또 적과의 교전 상황에서는 개인의 사격술과 은·엄폐 능력은 물론이고 소부대 전투기술, 지휘자의 지휘 능력, 각 제대 간의 유기적인 호흡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장병들은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실전적 쌍방훈련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훈련 교관 김기홍 중사의 말이다.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무전을 통해 소대장의 명령을 받은 분대장은 다시 한 번 기동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다른 분대가 적과 대치하는 사이 적 후방으로 우회 기동하는 작전이었다. 나무 뒤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난 기자는 숨을 죽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을 숲의 고요함 속에는 사박거리는 분대원들의 발소리만이 가득했다. 적의 총탄이 금방이라도 적막을 깨고 날아와 ‘삑~’ 하는 기계음과 함께 앞서가는 전우를 쓰러뜨릴 것만 같았다. 온몸의 감각이 전방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멈춰 설 때마다 주변을 경계하며 마주친 동료들의 날카로운 눈은 저 숲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적을 향하고 있었다. 단 몇 초, 불과 몇 미터의 차이로 생(生)과 사(死)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적이 전방에 집중한 사이 기습 공격

10여 분 정도 이동하자 분대장이 정지를 알리는 수신호를 보냈다. 전방에서 총성이 들려왔기 때문. 예상대로 아군이 대항군을 효과적으로 고착시키고 있었다. 전방에 집중하고 있는 대항군은 후방으로 우회 접근한 우리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늠쇠울을 통해 목표를 확인한 기자는 입을 여는 대신 수신호로 분대장에게 사격준비 완료 사인을 보냈다. 대항군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분대장의 사격 개시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호흡을 멈추고 온 신경을 목표에 집중해 소총의 조준선이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 “사격 개시!” 분대장의 외침과 함께 오른쪽 검지를 서서히 움직여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삐이익~~” 분대원들의 일제 사격이 아군과의 교전에 몰두하던 대항군을 명중시키는 것으로 이번 훈련은 마무리됐다.

 



 

 

 

 

 

 

최첨단 마일즈 장비는 어떤 장비?

실탄 없이도 실제 같은 교전… 육군 과학화 훈련 주도 핵심 장비

 


최첨단 마일즈 장비 활용 중대급까지 쌍방훈련 가능

크게 고함을 지르며 무작정 적진을 향해 뛰어오르던 과거의 훈련방식이 변하고 있다. 훈련장에는 입으로 내는 총성 대신 마일즈 장비의 전자음이 가득하다. 마일즈란 다중 통합 레이저 교전체계로 실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교전 활동이나 피해 결과를 실전과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장비다. 실전과 같은 느낌의 전장 상황을 체험할 수 있어 전술훈련의 숙련도를 높이고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분석할 수 있다. 육군의 과학화 훈련을 주도하는 핵심 장비인 이유다.

마일즈 장비는 지난 1998년 처음 야전부대에 보급돼 자체적인 소대급 규모 훈련이 가능해졌다. 지난 2014년에는 중대급으로 그 규모를 확대했다. 육군5사단은 지난해 전 부대의 중대급 전술훈련과 전투분대장 양성교육에 마일즈 장비 훈련을 도입해 ‘훈련이 곧 전투’라는 교육훈련의 요체를 구현하고 있다.

훈련은 실전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최첨단 마일즈 장비는 그동안 훈련의 성과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마일즈 감지기의 실제적인 피격 반응에 장병들의 전술적 움직임은 더욱 신중해졌다. 장병들은 피격을 피하기 위해 진흙 바닥에 엎드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교전 상황에서 지휘자가 하달하는 명령에 따라 개인의 전투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게 됐다.

훈련장 역시 실제 전장 환경과 동일하게 꾸며졌다. 쌍방훈련에 참가하는 장병들은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주야간 상호 교전을 통해 전장 상황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최해성 병장은 “마일즈 장비 없이 진행된 훈련에서는 실제 전장 상황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다”며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실제 쌍방훈련을 진행해 보니 전투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영환(대령) 사자연대장은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실전적 쌍방훈련은 창끝부대 전투력 배양의 첩경(捷徑)”이라며 “앞으로도 교육훈련에 마일즈 장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적과 싸워 반드시 이기는 강한 부대를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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