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터키 ④
해군장교 꿈꾸는 군사고등학교 학생
터키군의 6·25전쟁 참전사도 훤해
해변의 웅장한 해군군사박물관
700여 년의 오스만 해양역사 오롯이
수백 년 동안 지중해를 주름잡았던 오스만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터키 해군군사박물관!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케말 어록과 자신이 직접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진도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보스포루스해협과 이스탄불 서민 생활
이스탄불이 끼고 있는 보스포루스해협은 이 도시 관광의 꽃이다. 특히 페리투어가 출발하는 ‘에비뇨뉴’ 선착장은 이스탄불 서민들의 역동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들이 끊임없이 다니고, 배가 도착할 때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페리는 시민들의 중요한 출퇴근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선착장 옆 ‘가라타’ 다리에서는 수십 명의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흑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이곳은 특히 고등어가 많이 몰린다. 가난한 서민들이 낚싯대만 들고 오면 하루 반찬을 마련한단다. 다리 밑 바닷가에는 하루 종일 물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구운 고등어와 양파를 큼직한 빵에 끼워 파는 그 유명한 ‘고등어 케밥’ 거리다. 빵을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차는 그 특유의 고소함! 따라서 이곳 선착장과 케밥 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터키인들은 누구보다도 바다에 관심이 많았다. 이곳 ‘에비뇨뉴’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해변에 700여 년의 오스만 해양역사를 보여주는 웅장한 해군군사박물관이 있다.
오스만 영욕이 담긴 해군군사박물관
박물관 학예관인 에르콘(Erkon·50) 씨는 평소 수장고 관리와 관람객 안내를 맡고 있다. 그는 “박물관은 1897년 해군도서관으로 처음 건립됐고 현재 5만여 점의 소장품을 가지고 있다. 전시실에는 오스만 해군 발전과정, 황실용 갤리선, 해상무기, 주요 해난사고 자료 등이 꽉 차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강의 오스만 해군도 1571년 10월 7일, 그리스 서부 파트라스 만의 ‘레판토해전’에서 기독교국 연합함대에 전멸당해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무스타파 케말은 1920년대 강력한 해군건설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우람한 체격의 케말이 윗옷을 벗고 직접 보트의 노를 젓는 사진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오스만 해군 대참사 ‘어투그룰’호 침몰
박물관 마지막 전시실은 오스만 해군의 ‘어투그룰(Ertugrul)’호 사건 사진전 코너였다. 이곳에는 사고기록문서, 유류품, 해저탐사사진 등으로 그날의 참상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1890년 9월, 이 해난사고로 일본 와카야마현 구스모토 앞바다에서 오스만 해군 장병 587명이 사망했다. 1889년 7월 14일, 황제 친서를 가진 파샤 중령 외 609명의 사절단은 일본과의 친선교류를 목적으로 낡은 목재군함 ‘어투그룰’호로 이스탄불을 출발했다. 이 배는 수에즈-캘커타-사이공-상하이를 거쳐 일본 요코하마에 11개월 만에 도착했다. 당시 수병들은 선박 노후화, 물자부족으로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렸고 일부 선원들은 콜레라에 걸렸다. 일본 왕을 접견한 함장은 충분한 휴식 없이 무리하게 출항을 서둘렀다. 이유는 오스만 해군의 나약한 모습을 동양인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였다. 결국, 1890년 9월 16일 밤 10시, 태풍으로 군함은 구스모토 앞바다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610명 승선자 중 생존자는 인근 등대 암초로 가까스로 헤엄쳐 나온 23명이 전부였다.”
전시실에는 사고해안의 기념탑과 터키·일본 합동추모행사 사진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영재 조기 선발 미래 군 간부 육성
박물관 밖 단체관람 중학생들에게 에르콘 씨가 필자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니 손을 흔들며 환호한다. 터키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들 중 해군장교를 꿈꾸는 학생들은 해군군사고등학교로 진학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의 소개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리는 보스포루스해협 입구 섬에 있는 해군군사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학교는 군함정박이 가능한 부두까지 갖춘 광대한 시설을 가졌고 자율구보를 하는 학생들이 가끔 보였다. 역사관에는 교내생활과 학교행사 소개 사진들이 많았다.
돌아오는 선편에서 주말외박을 나가는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군사문제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은 그들은 6·25전쟁 터키군 참전사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1학년 오스만(Osman·15) 군은 “자신은 터키 해군사관학교로 진학해 한국 진해의 해군사관학교에 위탁교육을 가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을 떠나 외딴 섬에서 유능한 군인을 꿈꾸며 수련하는 그 어린 소년들의 마음이 기특해 한 아름의 과자를 선물로 안겨주고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사진=필자 제공
[팁]
전국 4군데에 군사고등학교
학비 무료 전원 기숙사 생활
터키는 전국 4군데에 국가 인재양성 차원에서 군사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학비는 국비로 지원되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졸업 시에는 개인희망에 따라 사관학교나 명문대학에 자유롭게 진학이 가능하다. 현재 육군군사고등학교는 이스탄불(Istanbul)과 이즈미르(Izmir)에, 해군군사고등학교는 헤이벨리(Heybeli)에, 공군군사고등학교는 부르사(Bursa)에 있다.
<신종태 조선대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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