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꽃보다 전우

10년 만에 다시 오른 문무대왕함 ‘림팩’의 추억 아직도 생생

맹수열

입력 2016. 06. 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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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문무대왕함 승조원들과 김진형 제독의 만남


혈기왕성 20대 같이 보낸 전우들

아내·자녀와 함께 전우회 참석

2006년 훈련 사진 보며 ‘함박웃음’

김진형 당시 함장 “고맙고 고맙다”

 

 


 



“함장님! 보고 싶었습니다!” “너희들도 잘 지냈지? 세월 참 빠르구나!”

10년 전 하와이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한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함정에 올랐다.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였다. 어느덧 한 집안의 든든한 가장이 된 이들은 가장 빛나던 시절 자신들을 이끌어준 함장과 재회해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잠겼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만에 특별한 전우회를 가진 주인공들은 지난 2006년 한국형 구축함(DDH-Ⅱ) 문무대왕함에서 근무한 장병들과 당시 함장을 맡았던 김진형(예비역 소장) 제독. 이들은 최근 해군 진해기지에 정박 중인 문무대왕함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날 전우회에는 김 제독과 전역 장병들 및 가족 40여 명, 전·현역 간부 50여 명 등 100여 명이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우애를 넘어 형제애 다진 장병들

2006년 여름, 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문무대왕함은 당시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참가를 위해 하와이로 향했다. 림팩 훈련은 해군의 가장 큰 연합훈련 중 하나. 해군을 대표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출항한 장병들은 40여 일의 훈련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우리 해군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돌아왔다.

“그때 우리는 이곳에서 SM-2 함대공미사일을 발사모드로 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시험발사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승조원들이 고달팠던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모두가 이해하고 열심히 준비한 끝에 성공적으로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함장으로서 이보다 더 승조원들이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당시 문무대왕함을 이끌었던 김진형(예비역 소장) 제독의 말이다.

단순히 성공적인 훈련만이라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군 생활을 그리워하며 모이지 않았을 터. 훈련 내내 문무대왕함 장병들은 하와이에서 전우애를 넘어선 형제애를 다졌다고 한다. 전역 후 경찰이 돼 울릉도에서 근무 중인 김준우 씨는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군 생활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함장님과 전우들이 보고 싶어 휴가를 내고 한걸음에 울릉도에서 진해까지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제독 역시 “힘든 함정 생활 속에서도 승조원들 모두가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회상하며 “우리의 모토인 ‘The sea makes us one’, 바다는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는 마음을 모두가 간직하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진심 담긴 편지에 눈시울 붉어지기도

추억과 전우애로 뭉친 문무대왕함 장병들은 함정을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갔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생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주로 개별적인 만남이 많았다. 그러던 중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뭉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사관실 조리병이었던 신민규 씨를 중심으로 전우회가 추진됐다. 특별한 전우회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은 김기환(대령) 현 문무대왕함장은 이들의 추억과 땀이 깃든 문무대왕함에서 모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드디어 맞이한 ‘재회의 날’. 이들은 자신들의 모토인 ‘The sea makes us one’이 새겨진 단체 티셔츠를 입고 문무대왕함에 발을 내디뎠다. 아빠, 남편이 된 이들은 가족들에게 함정 곳곳에 어린 추억을 이야기해주며 감회에 빠져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기념 배지를 현재 근무 중인 후배 수병들에게 전해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우애를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예비역 수병들의 편지’였다. 혈기왕성한 20대를 함께 보낸 전우와 자신들을 이끌어준 간부들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낭독하는 이벤트였다. 전우의 진심이 담긴 편지가 읽힐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늘어났다. 반면 림팩 훈련 당시의 사진과 영상을 모아 편집한 기념 동영상을 볼 때는 곳곳에서 함박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준 것. 지휘관으로서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또 있을까요?” 김 제독은 10년 만에 열린 전우회에 참가한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또 한 번 웃어 보였다.


 

 


여군 장교가 지금의 아내 ‘특별한 사연’

이번 만남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도 있다. 림팩 훈련 당시 갑판병이었던 권희민 씨가 그 주인공이다. 권 씨는 당시 함께 근무하던 여군 장교와 전역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다가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해 가정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권 씨는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문무대왕함은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뜻깊은 전우회를 마친 뒤 이들은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훗날을 기약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김 제독은 “헤어지기 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가자는 얘기를 들어 더욱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10년마다 만나는 것은 너무 멀고 그렇다고 매년 모이는 것은 또 쉽지가 않죠. 그래서 5년마다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저도 참석하냐고요? 당연하죠!”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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