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맹수열 기자의 조리병과 함께 쿡

이연복 셰프도 놀랐다 현란한 칼솜씨에 각종대회가 인정한 맛에...

맹수열

입력 2016. 04. 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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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공군5비행단 최재원 병장의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돈쌈튀김’,‘참깨드레싱을 얹은 비건 감자생채’


“힘들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요리에 대한 열정과 전우들의 격려

곧 전역하지만 군으로 돌아오고파“

 

 


 

 

 

 

 

만남부터 달랐다. 새하얀 조리모와 가지런히 정돈한 조리복, TV 속 셰프들이 사용하는 중식도까지…. “실력이 대단하다”는 공보장교의 사전 설명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만나자마자 들었다. 지난 26일 경남 김해시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간부식당에서 만난 이 남다른 포스(?)의 청년은 5비행단 복지대대 급양중대 소속 최재원 병장이었다.

최 병장은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주최한 전군 군 급식 요리경연대회에서 ‘요리하라 1994’란 팀명으로 선임들과 함께 출전해 최우수상을 수상한 실력자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공군 요리경연대회 최우수상, 4월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군인요리경연 철판배식 부문 은상, 창작요리 부문 동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요리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직 22살 약관의 청년이지만 벌써 요리 경력이 8년 차에 접어든 노련한 조리병이다. 중학생 때 처음 칼을 잡았고, 양식·중식·일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입대 전까지 일식집에서 일했다고 하니 실력은 안 봐도 족히 짐작이 갔다.

 

 

제목부터 남다른 ‘고민·열정’의 결과물



이날 최 병장이 만든 요리는 전군 군 급식 요리경연대회에 내놓았던 두 요리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돈쌈튀김’과 ‘참깨드레싱을 얹은 비건(Vegan) 감자생채’였다. 얼핏 들어서는 짐작이 안 되는 요리명이었다.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한 요리일까? 함께 조리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처음에는 한식을 중심으로 한 퓨전요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고추장 소스를 쓴 이유가 그것이죠.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튀김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냥 튀기면 재미가 없으니 돈가스와 고로케의 형식을 섞어보기로 했습니다. 고로케 속재료를 돈까스에 사용하는 돼지고기에 싸서 튀겨봤더니 참 맛있었습니다. ‘돈쌈튀김’이란 이름은 여기서 탄생한 것이죠.”

요리 제목 하나에도 그의 고민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다면 비건 감자생채는 무엇일까? 최 병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돈쌈튀김은 너무 맛이 강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신선한 샐러드를 준비해보고 싶었는데요. 의외로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장병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채식주의자(Vegan)들이 먹는 샐러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재료인 감자를 국수처럼 가늘게 채 썰어 독특한 식감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죠. 초보자들은 얇은 채칼을 이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일류 셰프 못지않은 요리 솜씨



요리 과정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최 병장의 현란한 칼솜씨. 감자·오이 등 각종 채소를 얇게 포를 뜬 뒤 실처럼 가늘게 채 써는 모습은 TV에서 보던 일류 셰프 못지않았다. “정말 대단하네요.” 기자가 감탄하자 곁에 있던 유성재(상사) 급양반장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줬다.

“대회 당시 심사위원으로 이연복 셰프가 왔었는데요. 중식 대가인 이 셰프도 최 병장이 만든 감자채를 보고 ‘국수 아니었어?’라며 깜짝 놀랐습니다. 프로에게 인정받은 셈이죠.”

칼솜씨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능숙한 웍(Wok·중화냄비) 놀림, 소스배합 등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물 흐르듯 예술처럼 흘러갔다. 대회에서는 4명이 함께 하던 요리를 최 병장은 혼자서 순식간에 해냈다. 유 반장은 “평소에도 요리 연습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친구”라며 “요리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다”고 귀띔했다.

30여 분 만에 두 요리가 완성되고 마침내 기다리던 시식 시간. 우선 식감이 너무 궁금했던 비건 감자생채부터 맛봤다. 입안 가득 퍼지는 참깨드레싱의 고소한 맛과 채소의 아삭아삭함. 가장 놀라운 것은 살짝 데친 뒤 찬물에 담가뒀던 감자채였다. 설명을 하지 않으면 감자라고 짐작할 수 없는 식감이었다.

주요리인 돈쌈튀김은 더욱 놀라웠다. 동그란 고기튀김을 칼로 반 자르자 모락모락 김을 내며 나타난 노란 고로케 속. 먹기 전 눈부터 호강하는 듯했다. 최 병장이 직접 개발한 고추장 소스와 함께 한 입 먹어보니 다양한 맛이 입에 감돌았다. 바삭한 고기튀김 속에 부드러운 고구마, 쫄깃한 갑오징어까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김의 뒷맛은 매콤한 고추장 소스가 완벽히 잡아줬다. 최우수상의 영예는 그냥 얻은 게 아니었다.

국방·요리 두 토끼 잡고 싶어”

요리를 맛보며 최 병장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왠지 남다를 것 같았지만 최 병장은 쑥스럽다는 듯 웃음을 지은 뒤 “별것 없는데…”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에서 우연히 요리를 조금 해봤습니다. 그런데 요리를 드신 부모님께서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셨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저도 체계적으로 배우는 과정에서 요리가 제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리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본격적인 요리의 길을 걷게 된 최 병장은 ‘회를 뜨는 모습이 멋있어서’란 이유로 일식집에 취직했다. 그의 놀라운 칼솜씨는 이곳에서 배운 것이라고. 열정적인 막내가 기특했던 선배들이 그에게 연습할 기회를 많이 줬다고 한다.

최 병장은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가장 든든한 존재로 부모님을 꼽았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와 누나에게 “항상 끝없는 지지와 응원을 해줘 너무 감사하다”며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역을 한 달여 앞둔 최 병장은 다시 군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군의 특성상 직접 조리를 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요리에 대한 꿈과 열정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계속할 것”이라는 게 최 병장의 말. 그에게 조리병은 어떤 의미였을까? 마지막 질문에 최 병장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조리병 생활은 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요리에 대한 열정과 전우들의 격려였습니다. 곧 전역하지만 꼭 다시 공군으로, 특히 5비행단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요리와 국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제 모습을 기대해주십시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사진 < 양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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