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도전! 병과체험

장갑차까지 의장… 공중 물자 보급 빈틈없다

김상윤

입력 2016. 03. 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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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공정화물의장사 -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259전술공수대대 공정화물의장중대


첫 호이스트 조작에 손이 덜덜... 충분한 경력없다면 부속품 찾기도 어려워

 

 

 상상해 보자. 당신은 일주일 전 적지에 투입된 특수부대 요원이다.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물도, 식량도, 탄약도 다 떨어졌다. 더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이때 아군 수송기가 나타나 보급물자를 낙하산에 매달아 하늘에서 투하했다. 꼭 필요한 물자를 보급받은 당신은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시 육상 보급로가 끊어지거나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공중 물자 투하는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와 같다. 그런데 이 단비가 내리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전작업이 있다. 바로 ‘공정화물의장’ 절차다.

의장(艤裝)이란 각종 보급물자를 항공기에서 안전하게 공중투하할 수 있도록 규격화된 공정화물로 제작하는 특수임무다.

16일 공군 화물의장사에 도전하기 위해 전군 최고의 공정화물의장 전문부대,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259전술공수대대 공정화물의장중대를 찾았다.

 

 

 전문 의장기술 보유한 유일한 부대

세계적 수준의 화물의장 능력 보유

철저히 매뉴얼 따라 의장 절차 준수

 

체력관리 필수…협업으로 안전 도모

고도의 전문성으로 유사시 전군 지원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 등 필요

 


 

 

 

정해진 곳에 정확히 결속…완벽 화물의장의 기본



16일 오전, 화물의장사에 도전하기 위해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화물의장중대로 향했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완벽하게 초심자인 기자를 위한 간단한 임무 소개 브리핑과 소개 영상 시청이 진행됐다. 브리핑을 맡은 19년 경력의 베테랑 화물의장사 정보경 상사는 “육·해·공군 가운데 특수화물까지 취급하는 전문적인 의장기술을 보유한 부대는 이곳 259대대 공정화물의장중대뿐”이라며 “오늘 적극적으로 화물의장사 임무를 체험하시되, 반드시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단히 브리핑을 마치고, 화물의장사들이 있는 공정화물의장 작업장으로 향했다.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는 10여 명의 의장사 가운데 오늘의 멘토, 이상훈 중사가 달려와 기자를 화물 꾸러미 앞으로 이끌었다. “이게 바로 CDS(Container Delivery System)입니다. 주로 유류, 식량, 탄약 등을 의장한 화물이죠. C-130 수송기 1대가 출격 시 최대 16개까지 투하할 수 있습니다. 먼저, CDS에 낙하산을 고정·결박하는 임무를 저와 함께 수행해 보시죠.” 이 중사가 말했다.

화물의장에 사용되는 낙하산은 화물의장용 특수 낙하산으로, 화물에 따라 낙하산도 그 종류가 달라진다. 무게도 보통이 아니다. 낙하산 1개가 무려 60㎏에 육박한다. 낑낑대며 힘겹게 낙하산을 CDS 위에 올려놓고 결속 작업에 들어갔다. 미디움 클레비스, 디(D)링, 서스펜션 웹, 카고백 등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낙하산과 의장화물을 결속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매듭법이 기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부분은 넥타이 매듯이 한 바퀴 돌린 후 반대로 감아서 정확히 이 높이에 매듭을 만드세요.” 이 중사가 시범을 보이며 설명했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지만 전혀 쉽지 않았다. 단순히 강하게만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정해진 위치에 정확한 모습으로 결속돼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화물의장이 무거운 화물을 포장하는 정도의 임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화물을 결박하는 끈, 나사, 고리 등 각종 장비만 수백 종에 이른다. 모든 의장 절차는 철저히 매뉴얼에 따라야 한다. 화물 무게와 종류에 따라 어떤 고리와 끈을 사용하고, 어떻게 결박하는지 등 모든 것이 기술도서에 정해져 있다. 따라서 충분한 경력이 없다면 의장은 물론이고 화물에 맞는 의장 부속품 하나 찾아 오기도 어렵다.

 


 


 

 

 

 

임무 완수를 위한 절대 조건…강한 체력과 안전



“화물의장의 2대 기본원칙은 항공기 안전 보장과 물자·장비 파손 방지입니다. 그 정도로 힘을 줘서는 화물은 물론이고 항공기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어요. 적어도 쌀 한 가마니 정도 무게로 압박해야 합니다.”

나름 강하게 힘을 줘가며 화물을 결속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이 중사의 지적이 계속 이어졌다. 실제로 무거운 의장화물의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은 문제로 항공기가 추락한 사고가 해외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훈련이나 작전 수행 중 공중투하한 화물의 결속이 풀려 목표지점에서 벗어난 곳에 떨어지면 민간인 사망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내가 느슨하게 의장한 화물이 사고로 이어지는 아찔한 상황을 떠올리자, 화물을 결속하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친절한 미소, 선한 인상과 달리 이 중사의 몸은 강하고 다부졌다. “임무를 마치면 헬스 트레이닝을 비롯해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합니다. 몸을 가꾸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강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죠. 안전을 위해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체력입니다. 현재 공정화물의장중대의 간부는 총 12명에 불과합니다. 한 명이라도 다치거나 아프면 훈련 준비나 작전 수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모두가 체력 관리에 최선을 다하죠.” 이 중사가 설명했다.

화물의장사의 필수 장비는 다용도 칼, 일명 맥가이버 칼과 장갑이다. 화물을 의장하는 과정에서 끈을 자유자재로 자르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공정화물의장 3년 경력의 엄성언 하사는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임무를 수행한다고 방심해서는 곤란하다”며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거나, 날카로운 물건에 부상당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의장 작업은 거의 2인 1조로 이뤄진다. 두 명이 화물 양쪽에서 결속하는 끈을 일정하게 당기거나 균형을 맞추는 등 의장 절차에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며,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고무보트, SUV, 장갑차까지…무엇이든 의장


다음으로 호이스트(Hoist)를 활용해 대형 의장화물, HE(Heavy Equipment)를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HE는 차량·트럭 등 기동장비와 곡사포·야포 등 최고로 무거운 장비 투하에 사용되는 화물의장이다. 미리 의장돼 있던 훈련용 HE는 중형 자동차 정도의 거대한 크기였다. 이때 이 중사의 말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직접 조작해 보시겠어요?”

조작패드를 전달받은 손이 덜덜 떨려왔다. HE 상단의 고리에 호이스트를 걸고 상단 방향 버튼을 누르자 의장화물이 천천히 공중으로 올라왔다. “조심! 조심! 서쪽으로, 그만! 그만! 다시 동쪽으로!” 주변의 외침 속에 떨리는 가슴과 의장화물을 진정시켜가며 조심스럽게 목표 지점에 내려놓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HE는 보통 1.7톤 이상의 무게로, 기동장비 차량을 의장한 HE는 무려 3.6톤에 달한다. 올해 10월 공중기동기화물투하 5000개 달성을 눈앞에 둔 공정화물의장중대는 고무보트, 기동장비 차량, SUV는 물론이고 훨씬 무거운 장갑차를 의장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화물의장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상훈 중사는 “한국 공군 의장사들이 미 공군이 주관하는 국제공중투하경연대회(RODEO)에서 거둔 성과가 바로 그 증거”라며 “가장 최근에 열린 2009·2011년 RODEO에서 주최국인 미국을 제외한 국제팀 가운데 우리가 1위를 차지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어서 “2017년에 대회가 열린다면 미국팀과도 당당히 경쟁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 하루로 끝난 화물의장사 체험은 짧았지만,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에서 느낀 여운은 길었다. 공군에는 조종사와 정비사만 있는 것이 아닌, 수많은 특기를 가진 요원들이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사시 전군을 지원하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는 데 간부 12명, 병사 6명은 다소 적다는 느낌도 받았다. 정보경 상사는 “화물의장사는 아직 정식 병과가 아닌 정비 특기에 속해 있다”며 “그러나 병과 독립을 말하기 이전에 공군 전체에 단 하나뿐인 공정화물의장중대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고, 공정화물의장사가 교육을 통해 기상적재사(LM)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의견을 밝혔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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