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석종기자의 무기의 탄생

영하 32°에도 시동…밤낮 안가린 땀의 결실

이석종

입력 2015. 12. 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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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끝> K2 전차 (하)



 

그동안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연재해 온 '이석종 기자의 무기의 탄생'이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뜻깊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자주국방의 초석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 기획시리즈를 통해 국산 무기체계의 개발과정과 국방과학기술 연구개발(R&D) 성과 등을 살펴봤습니다. 그동안 격려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2016년 새해에도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기획시리즈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6·25 전쟁을 통해 전차라는 무기가 전장에 미치는 효과를 뼈저리게 경험한 우리 정부는 1976년 미국으로부터 성능 개량 키트를 도입, M48 전차를 M48A3K와 M48A5K로 개조하는 첫 주력전차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 후반부터 우리 고유의 전차를 갖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당시 국내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의 지원으로 K1 전차를 개발했다. K1 전차는 '외국에서 설계되고 국내에서 생산'한 형식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기술자립이라 할 수 없었으며, K1 전차를 전력화한 이후에 국내 기술로 성능 개량한 K1A1 전차도 기존 전력을 보완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더욱이 부품의 외국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수출에 제약이 많아 해외 방산시장 진출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K1 전차의 한계를 넘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것이 바로 K2 전차다.



세계적 수준의 전차를 개발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범국가적 기술력이 총동원됐다.



ADD는 1995년 7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체계개념연구를 통해 K2 전차가 어떤 기능·성능·모양을 갖게 될 것인지, 어떤 기술들이 필요한지, 그 기술들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개발 후 K2 전차가 실제 전장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 등 개념연구를 수행했다.



이어 1998년 1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탐색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위력의 전차포,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해 사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동추적장치, 적이 발사한 미사일이 전차에 도달하기 전에 무력화시키는 능동방호장치, 탄약을 자동으로 포에 장전해 주는 자동장전장치 등 수십 종의 핵심 기술과 부품, 운용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인 K2 전차의 기술적 기반이 됐다.



ADD는 2003년 6월부터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돌입해 4년여 만에 설계를 완성하고 시제품 3대를 제작, 2007년 3월 2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제품 출고식을 했다. 2007년 2월부터 9월까지 개발시험평가를, 2007년 1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운용시험평가를 수행, 2008년 12월에 규격화를 완료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전차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하기 위한 멀고도 험했던 여정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 2km 이동 표적 공사도


K2 전차 개발 과정에는 많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시제전차를 조립해 첫 사격을 할 때의 일이다. 영점사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격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안전을 우선 고려해 포탑 내부에 승무원을 태우지 않고 내부 카메라와 계측장비만을 설치한 채 원격제어 방식으로 3발을 사격했다. 사격 결과 3발이 모두 20㎝ 이내의 삼각형을 이루며 거의 완벽한 탄착점을 형성했다. 이는 사격통제장치의 안전도뿐 아니라 다양한 조건에서 수행될 명중률 시험 성능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하는 쾌거였다.



사격장도 문제였다. 개발 당시 국내에는 2㎞ 이동표적에 대한 수평사격이 가능한 사격장이 없었다. 육군의 협조로 다락대 시험장에 사격 진지와 이동표적 장치대 공사를 했다. 2㎞ 사거리를 측량해서 산의 중턱에 사격 진지를 만들어야 하는 대공사였다. 더욱이 공사장은 곡사포탄 탄착지와 불과 수십m 떨어져 있었으며 사격이 있는 평일에는 공사가 불가능해 주말에만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마저도 불발탄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면서 동토를 헤치고 약 200m에 이르는 이동표적 장치대를 만들어야만 했다.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2㎞ 명중률 시험을 할 수 있게 됐지만 표적준비팀은 한겨울 추위와 쏟아지는 눈을 뚫고 새벽 6시에 현장에 출동해 표적과 감적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동표적 시운전을 하는 등 시험 준비를 위한 고생은 시험 종료 시까지 계속됐다. 이런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K2 전차가 탄생할 수 있었다.



저온시험도 쉽지 않았다. 영상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영하 32도의 챔버에 들어가 시동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시험요원들은 동상 방지를 위해 극지용 보온파카와 안전화를 신고 시험을 수행해야 했다. 쉽게 시동이 걸리지 않아 얼굴에 하얀 성에가 낀 채로 밖에 나와 숨을 몰아쉬어야 했지만 4전5기 끝에 성공했다.



극한온도에서 주퇴복좌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사격시험도 어려웠다. 영하 32도의 밀폐된 챔버 속 매연, 얼어붙은 탄과 탄통, 불발에 대한 공포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하지만 챔버에서 나와 하얀 성에를 뒤집어 쓴 채 녹음 짙은 7월의 수목을 배경으로 사격할 때는 자연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 연출됐다.



K2 전차는 이렇게 모든 연구원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땀과 헌신으로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국방과학기술대백과사전-K2 전차


K2 전차는 신개념의 핵심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육군 전차로 일명 '흑표'로도 불린다.



120㎜ 장포신 활강포와 신형 전차포탄을 적용해 적 전차 파괴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전차에 가장 큰 위협인 헬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장갑방호능력 향상과 대전차 미사일 방호체계 및 핵전쟁하에서의 방호능력 보유 등으로 생존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 자세제어, 야지주행속도, 심수도하를 포함한 지형 극복 능력이 향상돼 전투 가능 지역을 확대했고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피아식별 기능이 추가돼 우군 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승무원은 3명, 전투중량은 55톤, 최대속도는 포장도로에서는 시속 70㎞, 비포장에서는 시속 50㎞까지 가능하다. 항속거리는 450㎞, 잠수도하는 4.1m, 1500마력 디젤엔진으로 톤당 마력은 27.3톤이다. 주포는 자동장전이 가능한 120㎜ 55구경 장활강포로, 탄약 40발 적재가 가능하며, 부무장은 12.7㎜와 7.62㎜ 기관총이 탑재됐다. 제작사는 현대로템이다.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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