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DMZ동서횡단 냉전을 넘어 희망을 보다

[연중기획_DMZ 동서횡단, 냉전을 넘어 희망을 보다]⑩ 김포, 강화 <끝>

이영선

입력 2015. 12. 08   18:21
업데이트 2023. 08. 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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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해안선 무려 80여 ㎞ … 전방 철책 중 유일하게 해병이 담당
칼바람 거세지만 경계 눈빛 더 매서워 … 빈틈없는 경계태세 추진

 

 

해·강안의 철책은 육지의 그것과 또 다르다. 전방 철책 중 유일하게 해병대가 담당하는 강화·김포 지역은 육지의 최전방보다 심리적 거리가 더 가깝다. 육지 DMZ에서 볼 수 있는 수풀, 굴곡진 산야와 달리 잔잔한 강물은 북을 향한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맨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북의 가옥과 산야는 그곳 역시 우리와 하나였음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강물이 가르는 분단 현장이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을 주는 강도는 육지 DMZ보다 오히려 강하다.

 

과거의 아픔 서린 곳에 해병대 장병들이 철통 경계

강화는 유적의 섬이다. 세월을 관통하는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도서다. 강안 곳곳에는 근대 무기로 무장한 서구세력에 온몸으로 맞서던 조선 말 선조들의 결기 서린 성벽이 여전히 흔적을 남기며 서 있다. 김포를 따라 서쪽으로 흐르던 한강이 서해와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연미정은 이런 역사적 의미를 전하는 장소 중 한 곳이다.

연미정의 정확한 건립 시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고려 고종이 학생들을 공부시켰다는 기록이 전한다. 한강과 서해가 만나는 장소의 조류 모양이 제비꼬리와 같다고 ‘연미정’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정자 주변에는 ‘돈대’라 불리는 작은 성벽들이 남아 강으로부터의 침략에 맞서고 있다. 

연미정
연미정


연미정은 현재 대한민국 안보 차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연미정 검문소가 이곳에 있는데 이곳부터 강화도 민통선이 시작된다. 과거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지켰을 이곳 근처에는 현재 해병대 ○○소초가 들어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경계작전은 육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육지와 달리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어 더 많은 정신 집중을 요한다. 방문한 지난 3일은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살과 귀를 에는 칼바람이 거셌지만 경계병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초소의 김대현 일병은 “언제 어디서 적이 침투하고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도록 임무 수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미정 우측으로는 서해의 일부인 ‘염하수로’가 흐른다. 한강과 맞닿아서 물의 염도는 실제 더 낮지만 ‘염하’(짠물)로 불리는 물이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통역 담당자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프랑스군에게 ‘Salty Water(짠물)’라 일러줘 이후 ‘염하’라 불린다고 한다. 한강과 서해의 물길이 더해지는 곳에는 ‘유도’라는 작은 섬도 있다.

유도
유도


가로 600m 세로 150m가량의 작은 섬이다. 조선시대에는 작은 주막과 뱃나루가 있어 한강하구를 거슬러 올라가던 뱃사람들의 휴식처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6·25전쟁 이후에는 중립구역으로 설정된 한강하구 안에 위치한 까닭에 철새들의 휴식처로 이용될 뿐이다.

 

고려 옛 영화 누리던 예성강 하구 ‘이념의 무게’에 빈사

강화 평화전망대는 민간인에게 허용된 가장 서쪽의 전망대다. 서울에서 56㎞, 개성에서 18㎞ 지점에 위치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쪽의 시야는 시원하다. 북의 예성강과 한강이 만나며 너른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예성강 하구는 고려 시절 ‘벽란도’로 불리던 동북아 무역의 중심지였다. 고려로 향하던 송나라 상인, 아라비아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하는 관문이었다. 하지만 만사가 그렇듯 세월은 번영의 지속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록 예성강 하구 연백평야에서 북한에서 생산되는 쌀의 3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의 영화에 견줄 바는 아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시대를 거스르는 북의 이념의 무게에 허덕이는 장소로 전락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전망대 옆 망배단 앞에는 북쪽 전경을 촬영한 파노라마 사진이 걸려있어 눈으로 보는 실제 풍경과 비교할 수 있다. 사진 풍경은 예성강 하구 왼쪽 연백평야부터 오른쪽 황강포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저 뒤로는 개성의 명산 송악산이 우뚝 솟아 위용을 자랑한다.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까닭에 너른 파노라마 사진이 주는 느낌은 시원함이다. 사진 속 모습과 실제 광경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망대를 방문한 당일은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그 작은 재미를 방해했다. 구름에 뒤덮인 전경을 사진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망배단 옆, 가곡 ‘그리운 금강산’ 기념비에서 울리는 노랫소리는 눈보라와 어울려 망향의 애절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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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매복’ 작전도 전개 … 해상 순찰로 감시 취약지대 보완


강화와 김포는 전방 철책 지역 중 유일하게 육군이 아닌 해병이 경계를 담당한다. 경계 해안선 길이만 무려 80여 ㎞에 달한다. 그만큼 임무수행이 쉽지 않다. 이러한 악조건을 견디는 것은 군인정신이다. 특히 해병정신은 그들의 자세와 다짐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강화도 ○○소초에서 만난 장병들은 인상적이었다.

해병 2사단 장병들이 가상의 적 침투 상황을 가정한 전투배치훈련 중 하며 철책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해병 2사단 장병들이 가상의 적 침투 상황을 가정한 전투배치훈련 중 하며 철책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해병2사단 장병들이 철책점검에 앞서 실탄 확인을 하고 있다.
해병2사단 장병들이 철책점검에 앞서 실탄 확인을 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려는 장병들의 의지는 굳세다. 비록 눈앞의 강물이 1차적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전방 소초인 만큼 긴장감은 남다르다. 특히 해안 철책 앞에 형성된 뻘이 보기보다 단단해 적 침투가 용이하다는 취약성이 있는 만큼 경계태세는 빈틈없다. 매일 철책을 점검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비상 상황을 가정한 불시 전투배치 훈련을 시행한다. 

적의 상륙 저지를 위해 설치된 용치
적의 상륙 저지를 위해 설치된 용치


소초 관계자는 “실전 같은 반복 숙달 훈련으로 지금은 10분 내에 전 소초원의 전투배치가 완료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김포와 다리로 연결되면서 고립성이란 섬의 특성이 사라졌지만 해병의 경계임무는 그렇지 않다.

외포리 기동대 선상소초
외포리 기동대 선상소초

 

외포리 기동대는 해군 이외에는 찾기 힘든 ‘선상 소초’에서 생활하며 해상 경계 임무를 수행한다. 기동대는 해병 중 유일하게 닻을 내린 바지선을 생활관으로 사용하는 부대다. 해군과 혼성으로 편성돼 임무를 수행한다. YUB(항만경비정)와 RIB(고무단정)을 이용해 적 도발에 대한 대응과 타격을 담당한다. 

외포리 기동대 장병들이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모습
외포리 기동대 장병들이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모습


적 반잠수정 침투에 대비해 바다 한가운데서 기점을 표시하고 주·야간 경계를 펼치는 ‘해상 매복’이라는 독특한 작전도 전개한다. 해상 순찰로 해안 초소의 감시 취약 지대를 보완한다. 비록 타 해병부대와 임무 성격이 다르다해도 기동대 장병들의 ‘빨간 명찰’에 대한 자부심은 다르지 않다.

아버지가 현역 해병 원사인 서세광(해병 대위) 기동대장은 “아버지께 부끄럽지 않은 해병, 언제 적이 도발해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부대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선 기자 < ys119@dema.mil.kr >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사진 < 조용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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