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제2차 세계대전 시크릿100선

사막에서 산악에서 … 거침없이 침투 SAS 버금가는 특수부대의 전설

김가영

입력 2015. 12. 0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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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영국 폽스키의 사설부대



 

 


 

 

 

별자리로 길 찾아 적 후방에 침투

‘폽스키의 사설부대(Popski’s Private Army)’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영국 육군의 ‘제1 장거리 폭파중대’의 모자 배지에는 고대의 천문관측기구가 새겨져 있다. 사막이나 산악지대에서 별자리로 위치를 파악하며 적 후방에 침투해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의 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평범한 경영자에서 부대 지휘관으로

1942년 10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창설된 영국특수부대 ‘폽스키의 사설부대’의 지휘자이자 창설자는 러시아 출신의 벨기에 이주자 블라디미르 페니아코프였다. 그는 일반적인 군 지휘관과 달리 상당히 복잡하고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세인트존스대학을 다닌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말기 잠시 프랑스 육군에 근무하긴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이집트에서 설탕공장을 운영한 평범한 경영자였다. 대신 알프스를 등반하고 경비행기 조종법을 배우는가 하면 홀로 사막을 탐험하는 등 레저활동을 즐기면서 40대의 나이에도 강인한 체력과 생존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2차 대전이 일어나자 페니아코프는 영국군에 지원했다. 영국 육군은 43세의 나이에도 강인한 체력을 가진 데다 아랍어까지 구사할 수 있는 그를 리비아 아랍부대(LAF: Libyan Arab Force)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탁월한 능력으로 부하에게 존경 받아

리비아 사막지대에 거주하는 사누시족 22명과 영국 부사관으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를 이끌면서 리비아 동부지역에서 정보 수집 임무를 시작한 페니아코프는 지휘관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오랫동안 군에 몸담은 지휘관을 능가하는 체력과 판단력, 현지 적응력을 갖춘 데다 전투에서 두려움을 몰랐던 그는 부하들로부터 엄청난 존경을 받았다. 또 사막에서 LAF 이동을 도와주던 장거리 사막 정찰대(LRDG: Long Range Desert Group)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면서 ‘폽스키’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이 별명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지에 연재됐던 만화의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었다.

 1942년 9월 리비아 북동부의 바르카에서 기습작전 중 부상한 폽스키가 병상에 있는 동안 영국 육군은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LAF를 해체한 후 합동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차량화 특수부대를 조직하고 폽스키를 지휘관으로 임명하는 것이었다. 부대 창설을 주도한 존 해킷 중령은 공식적인 부대명이 있음에도 비공식적으로는 이 부대를 ‘폽스키의 사설부대’라 부르도록 지시했다.




‘사막의 여우’ 롬멜장군 보급선도 차단

 폽스키의 사설부대는 곧 사막전투에서 전설적인 무용담을 남기며 LRDG·SAS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특수부대가 됐다. 사막에서는 영국 정규군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독일군의 방어선을 뚫고 능수능란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2차 엘 알라메인전투에서 ‘사막의 여우’로 불리던 롬멜 장군의 유류 보급선을 차단해 몽고메리 장군이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부대는 이탈리아로 장소를 옮겨 임무를 수행했다. 사막에서 산악으로 작전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초기에는 다소 고전했지만 곧 진가를 발휘했다. 도저히 지나갈 수 없다고 생각됐던 산악 지형을 차량으로 돌파해 독일군의 후방에 침투한 것이다.



적 수백 명 사살 … 아군 사상자는 4명

그곳에서 현지 유격대원들과 합동작전을 벌여 수백 명의 적을 사살했다. 아군 손실은 사망자 1명과 부상자 3명뿐이었다. 하지만 1944년 2월 이탈리아 북부 도시인 라벤나에 연합군 최초로 입성하는 전과를 올린 후 폽스키는 왼손을 잃는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부대 창설 멤버 중 한 명인 진 카네리 소령이 부대 지휘를 맡았고 전쟁 막바지 전투에서 다수의 88㎜ 포를 포획하고 300명을 생포하는 대규모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폽스키 개인의 카리스마에 크게 의존했던 부대는 폽스키가 더 이상 지휘를 맡을 수 없게 되면서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9월 해체되고 만다.

 하지만 부대가 처한 환경과 지형에 굴하지 않고 가치 있는 성과를 올린 폽스키의 사설부대는 특수부대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료=‘2차 세계대전 시크릿 100선’

김가영 기자 < k2y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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