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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보다 개미가 무겁다?약자도 뭉치면 강자가 된다

입력 2015. 12. 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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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미와 연합작전


 

연합전력, 강한 상대 하나를 심리적 압박하는 데 효과적

한나라 장량, 개미를 이용한 전략으로 호걸 항우를 꺾어

‘제궤의혈’ 이란 말 남기며 ‘작은 허점도 조심하라’ 강조

 

 최근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16경기 무실점과 13경기 연속 승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개미의 사례를 들며 팀워크를 강조했다. 개미들은 천적인 개미핥기가 입으로 개미 한 마리를 빨아들일 때 리더 개미의 지휘로 일제히 동그랗게 뭉친다. 개미 떼는 개미핥기의 입보다 훨씬 더 크게 뭉쳐 위기를 모면한다. 이처럼 개미는 협동과 연합으로 놀라운 힘을 쏟아낸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위기에 몰렸던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연합작전으로 독일군의 최종 공세를 막아냈다. <

 


연합작전은 심리적 간접접근전략

 바실 헨리 리델하트의 전략론 2부 14장 ‘1918년 전략’ 중반은 루덴도르프와 포슈에게 초점을 맞춘다. 독일 장군 루덴도르프는 후티어전술로 1918년 3월 최후공세를 펼쳤다. 이 전술은 보병의 전진 속도에 맞춰 적의 강점을 향해 짧은 시간에 강렬한 포격을 가하면서 연속적인 탄막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군은 돌파구를 확장할 예비 병력이 부족했다. 오히려 연합군 주력을 격멸하지 못해 공격전선에 균열이 형성됐고 그 틈 양측으로 연합군의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연합군은 종심방어전술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독일군의 공격이 지체된 틈을 타 철도를 이용, 예비병력과 군수품을 수송해 역습을 감행했다.

 리델하트는 이어서 연합작전을 지휘한 프랑스 장군 포슈의 간접접근전략을 분석했다. 포슈는 1918년 봄 연합군총사령관에 임명돼 독일의 루덴도르프와 맞섰다. 그는 권위보다 설득과 인격적 감화로 연합작전을 수행했다. 7월 연합군은 마른 강을 연하여 반격을 감행함으로써 종전을 앞당겼다. 리델하트는 연합군이 독일군의 뒷문인 그리스 살로니카 공세를 통해 오스트리아 배후로 전진한 간접접근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독일군 최고사령부는 전쟁의지를 상실했고 그들의 유럽 정복 야망은 사라졌다.

 리델하트는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2부를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전쟁의 진정한 목적은 적 지도부의 심리를 향해야 하며, 군대라는 실체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 물리적 타격보다 심리적 타격이 더 큰 결과를 야기한다.”

여러 힘을 보탠 연합전력은 한 명의 강한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데 효과적이다. 함께 뭉쳐서 개미핥기에 대응하는 개미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집단 지능, 뭉치면 영리해진다

 개미는 보금자리로 운반해야 할 먹이가 무거우면 여러 마리가 힘을 합쳐 함께 옮긴다. 한 마리의 힘은 약하지만 여러 마리가 모이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대초원에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탑들이 있다. 흰개미들이 진흙 알갱이에 침과 배설물을 섞어서 3m 이상 둔덕을 쌓아 올린 것이다. 원뿔 모양의 탑 안에는 여왕의 거처, 새끼개미를 기르는 육아실, 버섯을 재배하는 방, 식량 저장소 등 여러 개의 방이 있다. 무려 200만 마리의 흰개미가 버섯을 길러 먹고 산다. 질식하지 않고 식량인 버섯이 자라게 하려면 적절한 습도 유지와 환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환기 시스템으로 높이 솟은 둔덕을 만든 것이다.

 탑 안쪽 중앙에서 꼭대기까지 이어진 커다란 수직 굴뚝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열이 빠져나간다. 바깥바람이 지표면을 통해 들어와 더운 공기를 위로 밀어내면 자연히 보금자리 안 온도가 낮아지고 적절한 습도가 유지된다. 몸길이 0.5㎝에 불과한 그들은 서로 협력해 진흙으로 벽을 만들고 굴을 뚫고 큰 둔덕을 쌓아 올린다. 이러한 흰개미 집의 냉방 원리에 착안해 지어진 이스트게이트센터가 짐바브웨에 있다. 이 10층 벽돌건물은 낮에는 열을 저장하고 밤에는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이렇듯 개미들은 집단 지능을 가진 협력의 대명사이지만 때로는 전쟁의 주연과 조연을 맡기도 한다.

 

개미전쟁과 항우를 죽인 개미

 아즈텍 개미는 중앙아메리카 코스타리카의 몬테베르데 고산지대에 사는데 까만 개미와 붉은 개미가 있다. 서로 종이 다르지만 다른 개미 왕국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왕끼리 동맹을 맺는다. 가능하면 많은 여왕개미가 손을 잡고 한꺼번에 더 많은 일개미를 짧은 시간에 만들어낸다. 그러나 전쟁에서 이기고 천하를 평정하면 그동안 동맹을 맺었던 모든 여왕이 전쟁을 벌여서 다 죽고 한 마리만 살아남는다.

 개미는 호걸 항우를 죽였다. 진시황이 죽은 뒤 천하가 혼란에 빠지자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몇 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기원전 231년 항우는 해하에서 유방에게 패하자 오강(烏江)을 건너 강동에서 반격하려 했다. 그런데 오강을 건너려다 강 건너편 바위에 새겨진 까만색 글자를 발견했다. ‘항우가 오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다(項羽烏江自刎).’ 항우는 하늘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음을 비관하고 자결했다. 유방의 작전참모 장량이 꾸민 전술이었다. 그는 개미가 단 것을 좋아하는 습성을 알고 미리 바위에 꿀로 글자를 적어 놓았다. 장량은 작은 개미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란 말도 남겨 조그마한 허점도 조심하라고 일렀다.

 ‘코끼리보다 개미가 무겁다’라는 표어도 있다. 개미 한 마리가 코끼리 한 마리보다 더 무거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코끼리의 무게와 모든 개미의 무게를 달아보면 어떨까?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전략론 탐구 과정도 개미가 여러 구슬을 꿰어가듯 조금씩 들여다보면 어느새 창조적 생각들이 솟아날 것이다.

<오홍국 전쟁과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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