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정성엽박사의 군가이야기

쉬운 가사·친근감 있는 힘찬 선율로 800곡 넘어

입력 2015. 11. 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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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주변국들의 군가(1) - 일본


 나라별 고유 음률·용어 내포

가사에는 ‘군의 의지’ 담겨

가창 실태로 정신무장 가늠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국가는 군가를 제작해 부른다. 나라가 없더라도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면 군가가 있다. 우리 독립군과 광복군이 그러했다. 군대는 국가를 구성하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이고 군가도 마찬가지다. 군가는 나라마다 고유의 음률과 용어를 내포하고 있다. 한 나라를 구성하는 국민들이 군에 입대하고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군가를 부르면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정을 갖고 복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군가들은 어떨까? 모든 나라가 군가를 갖고 있지만 여기서는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변국의 군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일본 군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본 군가

 일본은 제창 형태로 부르게 돼 있는 곡을 ‘창가(唱歌)’로 구분한다. 또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외우기 쉬운 노랫말을 사용하고 선율도 대중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도록 만든 노래를 ‘마마코 창가’라고 한다. 이렇게 구분된 부류 속에 ‘수신(修身)창가’, ‘영웅(英雄)창가’, ‘성인(聖人)창가’, ‘철도(鐵道)창가’, ‘군가(軍歌)’ 등을 포함하고 있다. ‘철도창가’는 일본의 근대화 시기인 19세기 후반 일본 전역에 많은 철로를 놓으면서 노동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양식 음계에 의한 최초의 일본 군가는 1885년에 제작된 ‘발도대(拔刀隊)의 노래’다. 이후 ‘적은 몇 만인가’, ‘용감한 수병’, ‘부인종군가’, ‘하늘을 대신해 불의를 친다’, ‘일본육군’ 등의 군가가 제작돼 군과 국민의 사기를 고취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의 유행 선율에 따라 단조풍의 곡들이 많아지면서 군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청일전쟁을 전후해서는 장조 선율의 힘찬 곡으로 변화했다. 이 무렵 나온 곡으로는 ‘용감한 수병’, ‘군함행진곡’, ‘일본해군’ 등이 있다. 1894년 11월에 발표된 ‘용감한 수병’은 같은 해 7월 서해에서 벌어진 청나라 북양함대와 일본 연합함대 간 해전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곡이다. 군가 ‘일본해군’은 러일전쟁 개전을 앞둔 1904년 1월에 발표됐는데 80여 척에 달하는 일본해군 군함 이름을 모두 노랫말로 쓰고 있어 가사가 20절까지 있다. 현재 일본의 군가는 약 800곡이 넘는다.



 군함행진곡

 2002년 10월 일본 도쿄 앞바다에서 펼쳐진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적이 있다. 우리 군함 2척은 관함식 사열함이 정박해 있는 도쿄 항으로 입항했고 다른 나라 군함들은 모두 요코하마 항이나 요코스카 항으로 입항했다. 필자는 요코스카에 있는 일본 방위대학교를 방문했다가 러·일 해전 당시 일본 전함인 미카사함을 볼 기회가 있었다. 1905년 도고 제독이 지휘했다는 일본 연합함대의 기함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미카사함이 전시된 미카사공원 앞쪽에 ‘군함행진곡’의 기념비가 건립돼 있다는 점이다. ‘군함행진곡’은 원래 1893년 일본 ‘소학창가’에 수록된 ‘도리야마 히라쿠’ 작사, ‘야마다 겐이치로’ 작곡의 4분의 3박자 곡 ‘군함’이었다. 1897년 일본해군 군악 병조장이었던 ‘세도구치 후지기치’가 4분의 2박자 곡으로 수정했고 1900년 고베에서 열린 관함식에서 해군군악대가 행진곡으로 연주함으로써 일반에 알려지게 됐다. 1938년에는 ‘애국행진곡’ 공모전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이 곡의 기념비가 미카사공원에 건립된 이유는 미카사함의 입·출항 시 군함행진곡이 힘차게 울려 퍼졌을 뿐 아니라 1904년에 이어 1905년 5월에 벌어진 러시아와의 해전에서 미카사함에 승조한 군악대원들이 비전투원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원 못지 않게 용감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군악대원들은 전투 시에 포탑전령 겸 무선전신 조수의 임무를 맡았는데 1904년 서해해전에서는 전체 전사자 33명 중 6명이 군악대원이었을 정도였다. 태평양전쟁 시에는 일본방송에서 승전소식을 전할 때마다 ‘군함행진곡’을 많이 틀었고 어린이들은 하모니카나 휘파람으로 이 곡을 불며 놀았다고 한다. 지금도 일본 해상자위대 군악대가 가장 많이 연주하는 곡이고 외국군에도 많이 알려졌다. 일부는 세계 3대 행진곡이라고도 한다. 필자가 일본 해군기지를 방문할 때나 일본 군함이 입항할 때마다 군악대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는 일본 오락실에서도 이 곡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115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적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곡이다. 2000년에는 ‘행진곡 군함, 100년의 항적’이란 단행본 책도 발간됐다. 일본 해상자위대 군악대장 출신이 펴냈는데 무려 400쪽에 달한다.



 주변국 군가 관심있게 살피는 이유

 군사력의 증감은 상대국의 군사적 위협에 비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대국의 개념은 90% 이상이 주변국이다. 따라서 주변국의 군사력 증감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주변국의 유형전력에는 관심을 뒀지만 무형전력, 특히 군가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했다. 주변국은 군가를 어떻게 활용해 왔고 현재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현재 즐겨 부르는 군가는 어떤 곡들인가? 군가 가사에는 군의 의지가 담겨 있다. 각국 장병들의 군가 가창 실태를 보면 그들의 정신무장 상태를 알 수 있다. 테러전쟁 중인 프랑스에선 요즘 ‘라 마르세예즈’가 많이 불리고 있다고 한다. 주변국의 군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정책학 박사·한남대 한국군가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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