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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포식자 ‘상어’ 이름 딴 어뢰 잠수함 잡는 ‘포식자’로

입력 2015. 11. 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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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상어와 어뢰전


포탄·유도탄 비해 파괴력 월등

 우리군 상어 종류별 이름 이용

백·청·홍상어 구분 어뢰 개발

 

 비늘 돌기·피부비늘 등 응용해

물 저항 등 줄이는 의류 개발도

 

 

 

 미국의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이 1890년에 집필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강대국들의 제해권 장악에 많은 영향을 줬다. 또 1905년 러일전쟁의 결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국들은 거함거포(巨艦巨砲)에 사로잡혀 전함에 의한 바다의 지배를 노렸다. 그러자 전함의 천적인 어뢰로 무장한 잠수함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해상봉쇄는 바다의 간접접근전략

 바실 헨리 리델하트의 전략론 제2부는 1차 세계대전을 조명한다. 13장은 지중해 전역으로 이탈리아와 발칸 및 팔레스타인 전장에서의 간접접근전략을 다루고 있다. 먼저 이탈리아 전역은 독일군 루덴도르프가 이탈리아 북동부 카포레토에서 피아베 강까지 직접접근전략을 펼친 과오를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발칸 전역에서는 1915년 영국 연합군이 터키군 후방 공략을 위한 갈리폴리 상륙작전 실패 사례를 분석했다. 또한 팔레스타인과 메소포타미아 전역에서는 로렌스가 터키군을 상대로 펼쳤던 성공적인 게릴라전을 분석하고 있다.

 이어지는 14장은 영국의 해상봉쇄와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전이다. 영국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기 위해 해상봉쇄를 통한 간접접근전략이었다. 독일군은 강한 상어 이빨로 영국군의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독일군 U보트가 1915년 2월 최초의 잠수함 전역을 시도한 것은 영국의 해상봉쇄에 맞서기 위함이었다. 독일 잠수함은 무제한적 통상(通商) 파괴전을 실시해 영국의 해상 교통로를 차단했다. 이로 인해 영국은 대외무역이 막히고 대륙 전선에 병력증원과 군수물자 보급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군함과 상선을 가리지 않는 무제한 잠수함전은 1917년 미군 참전을 부르는 자충수가 됐다. 독일군은 해적으로 비난받았고 서쪽에서는 영·미 연합군, 동쪽에서는 러시아의 반격을 받았다. 결국 해상이 봉쇄된 독일은 사면초가에 빠져 전쟁의지를 상실했다. 리델하트는 해상봉쇄를 통한 간접접근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연합군은 독일군의 무제한 잠수함전에 맞서 음파탐지기와 잠수함을 잡는 어뢰 개발에 힘을 쏟았다.

 

 ■ 잠수함 잡는 상어, 어뢰

 잠수함의 공격수단은 어뢰인데 그 이름에 상어를 활용했다. 상어가 위험한 바다 동물의 대명사이자 강력한 포식자이며 치명적 공격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뢰의 파괴력은 일반 포탄이나 유도탄에 비해 월등하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대함유도탄뿐만 아니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다. 한국 해군은 상어 이름을 따 백·청·홍상어 어뢰를 개발했다. 1998년 한국 해군이 자체 개발한 잠수함 탑재 어뢰가 백상어다. 백상어는 2003년 실전배치된 21인치(533㎜) 중어뢰다. 경어뢰인 청상어는 함정과 항공기 및 헬기에서 발사된다. 넓은 범위로 음파를 발사해 광역 탐색이 가능하고 탐지거리와 목표 식별능력 등을 갖췄다. 홍상어는 한국형 구축함(KDX-Ⅱ급) 이상의 함정에 탑재된 장거리 대잠어뢰다. 이 어뢰는 물속에서 발사하는 일반 어뢰와 달리 로켓 추진장치로 공중으로 발사돼 바다로 들어가 목표물을 타격한다. 오늘날 한반도 바다와 하늘을 각각의 상어 어뢰가 지키고 있는 셈이다.

 상어는 바닷물 속에서 시속 50㎞로 헤엄칠 수 있다. 이는 웬만한 구축함보다 빠른 속도다. 상어 피부는 매끄러울 것 같아 보이지만 지느러미 비늘에는 아주 조그만 삼각형 미세돌기가 돋아나 있다. 이 미세돌기는 조개나 굴보다 훨씬 작아서 손으로 만지면 모래가 붙은 사포(砂布)처럼 겨우 느껴질 정도다. 예전에는 돌기가 대개 물속에서 주위에 불규칙한 흐름, 곧 와류를 생기게 해 매끄러운 면에 비해 마찰저항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1980년 미국 과학자들이 상어 지느러미 비늘에 있는 미세돌기가 오히려 마찰저항을 5%나 줄여준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스포츠와 군사과학기술에도 많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 상어 비늘 돌기를 스포츠·군사과학기술에 활용

 상어 비늘의 작은 돌기들이 물과 충돌하면서 생기는 작은 소용돌이가 상어 표면을 지나가는 큰 물줄기 흐름으로부터 상어 표면을 떼어놓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물과 맞닿는 표면마찰력이 최소화하고 결국 물속에서 저항이 감소되므로 상어가 빠른 속도로 물속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모방해 전신수영복에 상어 비늘에 달려 있는 삼각형 미세돌기 같은 것을 붙였다. 수영복 표면을 약간 거칠게 만들어 선수 주위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작은 소용돌이를 없애 시드니와 베이징 올림픽에서 많은 수영선수가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또 상어 피부 비늘은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달라붙어 서식하지 못하게끔 하는 특성이 있다. 2007년 미국 기업 샤클렛은 상어를 본뜬 플라스틱 필름을 선보였다. 이 필름을 항공모함이나 어선 선체에 바르면 각종 해양생물 부착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부착물 때문에 추가로 소모되는 연료비와 선박을 매년 한두 번씩 물 밖으로 끌어내 선체를 청소하는 비용도 절감하게 됐다.

 또한 상어 피부 비늘에서 영감을 얻은 독일 과학자들은 항공기 날개에 바르면 공기저항을 크게 감소시키는 페인트를 개발했다. 2010년 처음 개발된 이 상어 페인트가 항공기 동체와 날개에 사용되면 연간 총 450만톤의 연료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예전에는 상어를 단순히 첨단무기 명칭에 활용했다. 앞으로는 그 특성을 이용해 군사과학기술에 적극 이용한다면 미래전쟁 승리를 보장할 것이다.

오홍국 전쟁과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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