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제2차 세계대전 시크릿100선

바다 위 인공항, 노르망디 상륙 ‘결정적 행동’

김가영

입력 2015. 11. 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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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멀베리 항구


연합군 유럽 본토 침공작전

가장 필요한 것은 물자 공급

항구 마땅치 않자 ‘인공’ 제작

 


 

 

미군의 상륙지점이었던 오마하 해변 근처에 설치된 멀베리 인공 항구에서 연합군이 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책미래 제공

 

 

   연합군이 유럽 본토 침공 작전 계획을 세울 때 직면한 문제점 중 하나는 상륙작전 첫째 날과 작전이 수행되는 몇 주 동안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항구를 얼마나 빠르게 점령하느냐였다. 물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비록 상륙작전이 성공하더라도 유럽 본토로의 진출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안에 선박을 대고 물자를 직접 상륙시키는 작업은 속도가 너무 느렸다. 노르망디는 날씨가 험하기로 유명한 만큼 악천후로 물자 상륙이 중단될 수도 있었다. 또한 항구를 점령했다 하더라도 기뢰 등을 제거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군 수뇌부는 이런 변수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항구를 점령하는 것보다 차라리 인공항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1942년 초 처칠은 연합작전 본부장인 루이스 마운트배튼 해군중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바다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부두 시설을 개발하라는 내용이었다. 처칠은 “가능성 여부를 두고 논쟁하지 말고 어려움은 스스로 풀어나가라”는 문구로 편지를 마무리하면서 부두 개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명령을 받은 마운트배튼 중장과 참모진은 그런 시설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만 1년 이상을 보냈다. 당시 마운트배튼 중장의 참모였던 존 휴즈-할렛 대령이 노르망디 해안 밖에 블록십(blockship·항구 등을 막기 위해 침몰시키는 폐색선)들을 이용해 인공항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인공항 건설은 실마리를 찾았다. 스틸 소령이 아로망쉬 지역에 건설할 인공 항구 설계의 초안을 작성했다.

 항구 건설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근해에 정박 중인 수송전단으로부터 작은 선박들이 물자를 실어나를 수 있는 저장 기지를 얼마나 많이 세우느냐였다. 참모진은 물자 수송선을 보호하기 위해 암호명 ‘구즈베리’로 명명된 5개의 정박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우선 12척의 낡은 수송선을 썰물 때 해변에서 가까운 4.5m 깊이의 바다에 일렬로 가라앉혀 1.5㎞에 이르는 방파제를 만들었다. 이들 구즈베리가 없으면 북쪽에서 강풍이 불어올 때 선박들이 해안으로 떠밀려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될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는 해안에 있는 지상군 부대의 보급선이 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5개의 구즈베리들이 2개의 멀베리항으로 확장됐다. 미군이 건설한 구즈베리2가 멀베리A가 됐고 영국군이 건설한 구즈베리3이 멀베리B가 됐다.

 거센 파도로부터 멀베리 항구를 보호하는 것은 암호명 ‘피닉스’로 명명된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를 썰물 때 10m 깊이의 바다에 빠뜨려 조성한 방파제였다. 또 암호명 ‘봄바르돈’인 물에 뜨는 방파제를 1.5㎞ 길이로 이어 항구의 또 다른 보호막으로 삼았다. 그리고 25톤 중량의 잔교(棧橋·배를 접안시키기 위해 물가에 만든 시설)들을 배열해 잔교마다 한 척의 상륙함(LST)을 정박시키거나 40톤짜리 크롬웰 전차를 올려놓을 수 있게 했다.

 멀베리 항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된 후 6월 18일까지 사용됐지만 19일 큰 위기를 맞았다. 수백 년에 한 번 있을 강력한 폭풍우 탓에 미군이 사용하던 멀베리 항구가 대파된 것이었다. 결국, 최악의 상황은 면한 영국군 멀베리 항구를 미군 멀베리 항구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물로 수리해가면서 어렵사리 물자 공급 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악전고투를 하면서도 멀베리 항구는 기대했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노르망디의 아로망쉬에 세워진 멀베리 항구는 10개월 동안 약 250만 명의 장병과 50만 대의 차량, 400만 톤의 물자를 수송함으로써 연합군 승리를 위한 든든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자료=‘2차 세계대전 시크릿 100선’ 

김가영 기자 < k2y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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