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대한민국 국군 리포트

“軍이 준 ‘무한 사랑’…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병사”

맹수열

입력 2015. 11. 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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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병영문화 혁신 감동 스토리 大賞 - 육군수도군단 강민우 병장?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자포자기 입대

충고·격려해 준 간부·동기 큰 힘 얻어

아버지 병원비, 전 장병 모금으로 해결

여비 챙겨 주신 중대장님 사랑 못잊어

 

 

 


 

 

   ‘병영문화 혁신’은 우리 군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다. 우리 군은 밝은 병영을 조성,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 한 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육군이 16일 공개한 ‘병영문화 혁신 감동 스토리’들은 이런 노력의 성과 중 일부다. 달라진 우리 군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1750여 편의 이야기 가운데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강민우 병장의 수기는 ‘사고뭉치’였던 그가 군대를 통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음은 강 병장의 수기. 국방일보 게재에 맞춰 일부 수정했다. 

 

 

 아버지! 아시나요?

 예전의 사고뭉치 큰아들이 이제 군 복무를 통해 행복하고 희망을 가진 사람이 돼 나갑니다.

 

1. 이보다 나쁠 순 없다

 저희 집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정입니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으셨고 어머니는 지체장애 3급이십니다. 나라에서 저희 가정에 지원해주는 돈은 매달 100만 원이 넘지만 4인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사실 빠듯한 금액입니다. 이런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저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됐고 어린 나이에 술, 담배는 물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방황하면서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졌고, 가출해 한동안 집과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2. 여전한 사고뭉치

 집을 나간 후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홀로 힘들게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으로부터 입영통지서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2014년 6월 9일 자포자기식으로 논산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사실 실질적 경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저뿐이었기 때문에 군에 오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이라며 어려운 가정을 탓하지 말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시는 마음에 입대를 권유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사회생활에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에 군을 피난처로 생각하며 입대를 결정했습니다.

 저는 논산훈련소에서도 유명했습니다. 다친 어깨 치료 때문에 하루 늦게 지연 입대한 것부터 ‘끝이 안 보이는 동굴’에 들어와 있다는 답답한 마음에 폐쇄공포증을 호소하고 정신과 재신검을 받는 등 여전한 사고뭉치였습니다.

 

3. 변화의 시작

 그렇게 훈련소에서 회의와 절망 속에서 보내다가 자대 전입을 가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 돼가고 있었습니다. 전입 신병 시절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 늘 곁에서 알려주고 챙겨주던 소대 선임들, 이등병 때 장비를 파손하는 실수를 했지만 다그치지 않고 잘 다독여주던 중대장님과 소대장님, 항상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분대장님, 늘 충고와 칭찬·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동기들…. 이런 전우들이 있어 저는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와의 소원했던 관계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전입 신병 면회·외박 때 아버지께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오셔서 처음으로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됐고, 지난해 부모 초청 부대개방의 날 행사에 생각지도 못했던 아버지의 참석은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4. 행복한 군 생활 하던 중 찾아온 위기

 그렇게 행복한 군 생활을 하던 중 저에게 너무나 큰 위기가 다가왔습니다. 아버지께서 등산 중 크게 다치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날 부대 인근에 사시는 막내 고모가 찾아와 보여준 사진을 보고 너무나도 놀라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지는 얼굴이 찢어지고 퉁퉁 부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는 다리와 골반, 광대뼈 골절이라는 중상을 당하셔서 큰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간호도 문제였습니다. 어머니는 장애로 정상적인 외부 활동이 불가능하시고 그런 어머니를 돌보는 역할까지 고3 동생이 해야 하므로 아버지 간호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대에서 급히 마련해 준 청원휴가로 아버지를 뵙게 됐지만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심장 상태 때문에 전신마취 수술을 하면 생존 확률이 50%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도 못 자고 밥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5. 힘든 나에게 힘이 돼 준 전우들

 아버지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수술 날짜가 계속 미뤄지면서 저는 죽고 싶을 정도로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뒤에는 전우들이 있었습니다. 부대는 한 달간 아버지의 병 간호를 할 수 있게 청원휴가 조치를 해줬고, 중대장님은 역까지 태워다 주시며 여비도 챙겨 주셨습니다. 솔직히 당시 저는 차비도 없었습니다. 중대장님께서 슬그머니 제 주머니에 넣어주신 그 사랑은 제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생존 확률이 50%밖에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저에게 걱정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전우들의 격려 전화와 대대장님을 비롯한 모든 전우들의 기도가 큰 힘이 됐습니다. 이런 전우들의 소망에 하나님은 응답해주셨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저희 집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기 때문에 기본의료비를 면제받을 수 있었지만 비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수백만 원의 병원비는 지불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대대장님께서 어떻게 아셨는지 속으로만 끙끙 앓던 병원비에 대해 물으셨고, 저는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병원으로 대대 주임원사와 행정보급관, 분대장님이 함께 찾아왔고 “부대원들의 자그마한 성의”라며 흰 봉투를 주고 가셨습니다. 저는 봉투 안에 담긴 5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에 너무나 놀랐습니다. 군단장님, 대대장님 그리고 전 부대원이 저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선뜻 내어준 것입니다.

 저는 특히 중대원들 중에 자신의 한 달 치 월급 전체를 선뜻 낸 전우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평소 담배 한 개비에 전전긍긍했던 그 녀석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한참을 속으로 울었습니다. 또 타 중대 전우들이 얼굴도 모르는 저를 위해 모금을 했다는 사실에 미안함마저 들었습니다. 이런 전우들의 귀한 정성으로 병원비를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대장님이 ‘2015년 장병 소원성취 프로젝트’에 제 사연을 응모해 받은 수상금을 주신 것도 병원비와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6. 나는 계속 간다

 그렇게 아버지가 어느 정도 회복하신 뒤 또 한 번 갈림길에 서게 됐습니다. 군 복무를 계속해야 할지, 가정의 생계를 위해 군 복무를 중단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고3인 동생의 학비와 앞으로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지만, 군 복무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 전우들과 끝까지 같이하지 못하고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가정의 생계가 우선이기 때문에 전역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최종 결과가 나기까지 3개월. 전우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저로서는 그들과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시한부 인생과 같이 너무나 아깝고 소중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용기를 내 군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지금 전역해 돈을 번다면 당장 가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군 복무 완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며 “남은 군 생활 동안 네가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전우에게 갚고 좀 더 성숙한 아들이 돼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7. 군에 와서 꿈을 찾았고 멋진 전우들도 얻었고…

 종종 병역기피나 병역비리로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군 복무는 대대장님이 늘 말씀하시듯 ‘이 시대의 애국자요 다음 세대의 리더가 되는 중요한 인생 수련의 장’이며 무엇보다 평생 함께 가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소식을 들으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저는 군에 와서 꿈을 찾았고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멋진 전우들도 얻었습니다. 사랑합니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제가 받은 은혜 열심히 살아가면서 꼭 갚겠습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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