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시와 가요로 본 한국사100년

˝함께 싸우자” 독려해 왜적 격퇴

입력 2015. 06. 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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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끝>화왕산 전투의 의병장 노극홍


정유재란 때 곽재우 모친상 당해 귀향, 의병 사기 저하

7년 임진왜란 끝나자 벼슬도 사양하고

서당 세워 후진 양성…동산서원에 배향

아들은 병자호란 의병장 활약 ‘부전자전’  

 

 


 

 

 노극홍(盧克弘·1553∼1625)의 본관은 광주(光州), 자는 의보(毅甫), 호는 옥촌(沃村)이다. 아버지는 부정(副正)을 지낸 엄(儼)이며, 어머니는 청주정씨(淸州鄭氏)로 증판서(贈判書) 사중(思中)의 딸이다. 대유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이 외숙(外叔)인데 그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옥촌이 13세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어머니의 엄격한 훈도로 자랐다. 형제간에 우애가 지극해 모두가 칭송했다. 일찍이 옥촌은 여러 벗과 한강 선생을 모시고 용화산(龍華山) 아래에서 뱃놀이를 했는데 그때의 감격을 용화범주(龍華泛舟·용화에 배 띄워 놓고) 시로 읊었다.

 

龍華山下大江流(용화산하대강류)
共載諸賢一葉舟(공재제현일엽주)
胸襟灑落饒眞(흉금쇄락요진락)
難再人間此日遊(난재인간차일유)

용화산 아래 큰 강은 흐르고
어진 선비 모두 한 조각 배에 실었네
깨끗이 씻어낸 가슴엔 참 즐거움이 넘치는데
인간 세상 이날 노닒은 다시 하기 어려우리

 

 선조(宣祖)때 유일(遺佚)로 군자감주부(軍資監主簿)에 임명됐으나 벼슬에 오르지는 않았다. 유일이란 초야에 묻혀 있는 선비로서 학식과 인품을 갖추었는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경우 이들을 과거시험 없이 발탁하는 인재등용 방법이다.

 1592년 임진왜란 때는 자제들을 이끌고 의병장 곽재우(郭再祐)의 휘하에 들어가 서기(書記)·참모(參謀) 등으로 활약하며 왜적과 싸웠다. 1597년 정유재란 때에도 다시 화왕산성(火旺山城)에 들어가 방어했다. 곽재우가 모친상(喪)을 당해 귀향하자 성안의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의병들의 사기가 떨어져 흩어지려 했다. 이때 노극홍은 동지(同志)들과 합심해 민심을 수습하고 의병들을 독전(督戰)해 화왕산성을 끝까지 지키는 데 공을 세웠으니 바로 유명한 화왕산 전투다. 당시 전투를 회고한 그의 시다.


火旺山頭火旺城(화왕산두화왕성)
一般義氣與嶸(일반의기여쟁영)

陽力戰君知否(수양역전군지부)
自古男兒有舍生(자고남아유사생)

화왕산 꼭대기의 화왕산성에
모두의 의로운 기상이 쟁영(?嶸·뛰어난 모양)하네
수양의 역전을 그대는 아는가
예부터 남아는 삶을 버리는 것만 있을 뿐이네

 

 수양역전은 당(唐) 현종(玄宗) 시대 안녹산(安山)의 난이 터지자 반군을 토벌(討伐)할 관군을 지휘한 장순(張巡)의 용전을 가리킨다. 적군 10여만 명에게 포위돼 수양성(?陽城)을 사수한 지 수개월 만에 식량이 떨어지자 장순은 종복(從僕)들을 죽여 군사들에게 먹이면서까지 싸움을 독려했지만 결국은 패하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옥촌의 아들 월촌(月村) 세후(世厚)는 병자호란(丙子胡亂)이 나자 거병(擧兵·병사들을 모음)해 의병장(義兵將)으로 전장(戰場)에 뛰어들었으니 부전자전(父傳子傳)의 충의(忠義)는 만세의 사표(師表)가 됐다.

 화왕산 전투를 승전으로 이끈 옥촌은 전쟁이 끝난 뒤에는 서당(書堂)을 세워 후진의 교육에 힘썼다. 학행(學行)으로 조정에서 벼슬이 주어졌으나 사양했고 노인직(人職)으로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에 제수(除授)됐다. 창녕(昌寧)의 동산서원(東山書院)에 배향됐다. 저서로는 옥촌선생문집(沃村先生文集)이 있고 옥촌고(沃村稿)가 광주노씨세고(光州盧氏世稿)에 수록돼 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보내며 옥촌·월촌 부자의 충의에 숙연(肅然)히 머리 숙여 공경의 재배(再拜)를 올린다.

 


※ 연재를 마치며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 속에 나라를 빛낸 위인들은 대단히 많다. 역사는 위인들의 업적을 드러내고 찬양한 기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사에 기록된 행적(行績)보다는 이분들의 인간적 면, 일화(逸話) 등을 통해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연재해 보았다. 연재되는 동안 애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 그리고 질정(叱正)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박 희 선문대 교수·문학박사(한국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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