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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병영칼럼] 군복은 과학이다

입력 2015. 06. 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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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크레파스에는 ‘살색’이 있었다. 사람의 얼굴이나 팔다리를 칠할 때 바로 이 ‘살색’ 크레파스를 썼다. 국내에서 외국인을 보기 드물던 시절에는 이런 ‘살색’이란 표현을 써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다문화 시대에는 인종차별적 단어가 됐다. 인종마다 살색이 제각각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살색’이 아니라 ‘살구색’ 또는 ‘연한 오렌지색’이라고 부른다.  

 ‘살색’과 비슷한 운명을 걷고 있는 색깔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국방색’이다. 이는 1948년 이후 우리 육군이 군복색으로 사용했던 카키색이나 어두운 녹갈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키(khaki)’는 원래 ‘흙먼지’를 뜻하는 힌두어다. 연한 녹색과 갈색을 뒤섞은 이 색깔은 1846년 인도 펀자브 주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군복의 위장색으로 처음 사용한 이후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 세계 군복의 기본색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군복 색깔이 자주 변하면서 국방색이란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우리 군은 2011년 디지털 무늬인 사계절 전투복을 채택했다. 흙색을 바탕으로 수풀과 나무 등 국내 지형을 분석해 만든 디지털 문양의 이 신형 전투복은 적외선 감지기나 레이더·위성촬영 등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 효과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5일 전투복을 현재의 사계절용에서 하계용 전투복과 동계용 전투복으로 나누기로 하고 3억8600만 원을 투입해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적용한 품질 개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름 전투복은 2017년 6월 이후 입소한 장병, 겨울 전투복은 내년 9월부터 입소한 장병부터 착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투복은 보호색의 진화다. 카멜레온처럼 주위 환경에 맞춰 위장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한국군은 디지털 무늬 전투복 이전에는 위장 효과를 높인 얼룩무늬복을 입었다. 흑색 20%, 녹색 30%, 갈색 30%, 모래색 20%로 이뤄진 옷이었다.

 이제는 전투복의 기능이 보호색을 넘어섰다. 미군은 영화 ‘아이언맨’의 첨단 슈트를 연상시키는 전술공격용 경전투복(TALOS)을 2018년 실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 전투복은 영화에서처럼 외골격 추력장치, 전신 방탄 기능, 상황인식 디스플레이 등을 갖추고 있다. 내장된 센서들은 장병의 체온, 피부온도, 심장 박동수, 체위, 습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방탄 성능은 물론 웨어러블 컴퓨터를 장착해 명령·장비제어·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군도 2025년까지 위성항법장치(GPS)와 소형 PC가 부착되고 자동 온도·습도 조절과 열 차단 기능, 세라믹 타일과 나노섬유를 이용한 방탄 기능까지 갖춘 전투복을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미래형 스마트 전투복의 개발 목표에는 상처를 감지해 자동으로 치유하는 기능까지 포함돼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란 광고 카피가 있었다. 이제는 ‘군복을 입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을 입는’ 시대가 됐다. 전투복으로 스마트 의류가 이용되는 만큼 장병들의 병영 마인드도 더욱 스마트해지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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