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임재현 원장의 영화 속 의학이야기

잡힐 듯한데… 다시 한 번 힘모아 ‘메르스’ 대응을

입력 2015. 06.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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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바이러스 팬데믹에 관한 영화들



 

 

 예상치 않은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메르스(MERS), 이 생소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이제 우리나라가 더 유명하게 됐습니다. 병의 근원지는 중동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동안 쌓아 왔던 의료 한류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되고 있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이 걱정입니다.

 메르스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면서 서서히 그 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손자병법은 여기서도 통하는가 봅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재난 영화들은 대부분 일정한 공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발병과 첫 전파, 그리고 안이한 대응, 걷잡을 수 없는 확산,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그 공포와 싸우는 주인공, 때늦은 강경 진압과 주인공의 활약 등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 관련 징후들과 일부 유사한 점이 없지 않은데, 그런 영화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이러스 영화 ‘컨테이전’·‘아웃 브레이크’ 대표적


 바이러스 재난 영화의 바이블 격인 ‘컨테이전’과 ‘아웃 브레이크’는 매우 사실적인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만든 영화입니다. 그 바탕에는 원작 소설의 힘이 큰데, 하버드 출신의 의사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들은 재미와 의학적 지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중 바이러스의 팬데믹(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상태를 말함)을 다룬 소설은 ‘바이러스’ ‘아웃 브레이크’ ‘컨테이전’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아웃 브레이크’와 ‘컨테이전’이 영화화됐는데 화려한 출연진으로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한 ‘컨테이전’의 출연진은 마리옹 코티아르, 맷 데이먼, 로런스 피시번, 주드 로, 귀네스 팰트로, 케이트 윈즐릿 등 나열하기에 숨이 찰 정도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홍콩에서 악수 한 번으로 원인 모를 전염병에 걸려 돌아온 베스(귀네스 팰트로)는 그녀의 남편(맷 데이먼) 앞에서 죽고 그들의 아들마저 사망하게 됩니다. 이 병은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지게 되고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로런스 피시번)는 에린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즐릿)를 현장으로 파견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코티아르)는 백신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언론의 여론 몰이는 극심해집니다. 블로그 운영자인 앨런(주드 로)은 치버 박사와 설전을 벌이고 음모론을 전파하는데, 과연 그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 ‘컨테이전’은 극적인 전개보다는 사실적인 나열로 냉정한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입니다.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를 기대하신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보다는 더스틴 호프먼이 군의관으로 바이러스와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아웃 브레이크’가 좀 더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사태, 막연한 공포심·동요 ‘백해무익’


 그 외에도 ‘크레이지’ ‘나는 전설이다’ ‘12 몽키즈’ ‘눈먼 자들의 도시’ ‘월드 워 Z’ 등 셀 수 없는 외화들이 바이러스에 의한 세계 종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감기’와 ‘연가시’가 전염병의 창궐을 다뤘습니다. 특히 ‘감기’는 현재 우리나라에 퍼지고 있는 메르스 상황과 유사하다고 해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섬뜩하게도 바이러스 재난 영화에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고 그중에도 평택 지역이 자주 거론된다는 것을 아십니까?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는 한국 선박 태극호에 실려 있던 아프리카 원숭이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숙주였고, 영화 ‘월드 워 Z’에서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지는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로 설정됩니다. 게다가 우리 영화 ‘감기’에서 바이러스 유입 경로는 평택항을 통한 밀항입니다. 현재 메르스의 1차 발병지로 알려진 곳이 평택성모병원이니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유사합니다.

 어떤 배경으로 이런 설정이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병을 기회로 한국 방문 자제 등의 여론을 조장하는 중국·일본·홍콩 등 이웃 나라들에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의료 기술 선진국을 표방했던 우리 의료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성숙한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 외국인 환자들이 다시 우리 의료 기관을 찾도록 만들어야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조류인플루엔자·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을 훌륭하게 방역해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메르스도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싸운다면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르스의 초기 발병 및 전파는 병원 내의 밀집된 환경과 바이러스 배출이 가장 많은 시기의 접촉이 우연히도 맞아떨어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도 문제였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병에 대한 공포로 확대시킨 언론들의 무책임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면역 증강시키는 보존적 치료로도 충분히 이겨


 영화 ‘컨테이전’이나 ‘크레이지’에서 다뤘지만 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한 공포는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는 정부·언론 등의 잘못된 대응으로 생깁니다. 지금의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의 헌신적인 의료인들의 노력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막연한 공포심으로 동요될 필요가 없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감기 등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은 바이러스가 포함된 침 등의 미세한 물방울이 공기 중에 방출돼 호흡기로 바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입 등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위생을 통해 바이러스 침투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감기에 걸렸을 때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도록 마스크를 쓰고 접촉을 최소화하는 감염자의 에티켓이 중요합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등 수백 가지 바이러스는 그 수도 많고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독감 예방 백신은 그해 유행이 예상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것으로 다른 감기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들은 일 년에 2~4회, 소아는 6~10회 정도 감기에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수없이 노출되는 것입니다. 물론 감기는 상기도 감염으로 끝나지만 드물게 폐렴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고열과 근육통 등 훨씬 심한 증상을 유발합니다. 문제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는 것이지만 증상을 완화시키고 면역을 증강시키는 보존적인 치료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그 대상을 정확하게 알지 못할 때 더 심해집니다. 메르스는 이미 잘 알려진 질병이고 의학적으로 분석이 돼 있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에 떨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메르스의 확산을 막고 이번 사태를 훌륭히 마무리한다면 대한민국이 방역 선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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