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그 後

나라사랑 보금자리 기획ㆍ추진 ‘산파역’

이주형

입력 2015. 06. 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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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이준용 신한은행 군 지원단장


삼성전자ㆍKT&G 등 민간기업 지원 약속

현재 229호 수리 육군 대표사업으로 각광

 

 

 

“새로 만든 집 마음에 드십니까?” “아주 좋아요. 감사합니다.” 2009년 9월 22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6·25전쟁 참전용사인 조판동(79) 옹은 당시 김상기 육군3야전군사령관을 비롯해 군과 민 관계자들이 보일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초라하고 지저분했던 집이 군과 민의 도움으로 정겹고 깨끗한 집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선봉 국가유공자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육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의 물꼬를 튼 시발점이기도 했다.

 


 

 


 

 


 

 




   “원래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은 전임이었던 이상의 사령관이 시작하셨죠. 그해 6월 호국보훈의 달 행사를 더 의미있고 색다르게 치를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참전유공자 집 고쳐 드리기가 나온 겁니다.”

 당시 3군사령부 인사처장으로서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이준용(예비역 준장·사진) 신한은행 군 지원단장의 기억이다.

 이에 따라 장병들은 참전용사들 집에 찾아가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파손된 벽에 시멘트와 합판을 붙이고, 페인트를 칠했다.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굉장히 고마워한 것. 물론 호국보훈의 달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런데 미련이 남았다. 더 잘 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도가 없을까 하는. 마침 용인시장이 군 출신이었다. 다른 누구보다 참전용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을 수 있었다. 이 단장은 시장을 만나 지역 내 참전유공자분들 집을 고쳐 드릴 것을 제안했고 동의를 받았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군은 인력을 제공하고, 용인시는 자재를 대기로 했지만 많이 부족했다. 이때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원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호국보훈의 달 행사에 위문을 간 것을 계기로 임희택 보훈원장과 만나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상이군경회도 가세했다. 점차 예산이 모이기 시작했다.

 대상자를 골라야 했다. 특히 첫 수혜자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야 했다. 발품을 팔다 보니 조판동 옹이 눈에 띄었다. 몸도 불편하시고, 얼마 전 부인이 돌아가셨다. 아들은 돈 벌러 다른 데 가 있고, 며느리·손자와 함께 열악한 생활을 하고 계셨다. 집도 학교 후문 바로 앞에 있어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듯싶었다. “됐다, 바로 이분이 딱이다.”

 그리고 8월 15일 집을 허물기 시작했고 한 달여 동안 공사한 끝에 집은 완공됐다.

 “현판식 행사할 때 김상기 군사령관이 참석하셨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처음에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셨죠. 그런데 참 감명 깊게 느끼셨나 봅니다. 국가가 어려울 때 온몸을 바쳐 헌신했다면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군 후배들도 선배들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들었다고 하셨지요. 또 대부분 연세가 80~83세에 매년 1만여 명이 돌아가시는 현실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추진하라고 하신 겁니다.”

 이후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군단별로 하나씩은 진행됐다. 1군단 파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해병대 출신 참전용사의 집을 고쳐 드렸다. 육군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이라면 누구나 예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상기 군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으로 부임하고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사업이 더욱 확대됐다. 이제는 군사령부에서 전 육군 차원으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사업 취지에 공감한 삼성전자·KT&G·국민은행 등 유수의 민간기업이 잇따라 참여의사를 밝혔고 지원 요청도 쇄도했다.

 2011년 6월 충남 계룡시 두마면의 김관수(81) 옹의 1호를 시작으로 5월 31일 현재 229호에 이를 정도로 육군의 대표적인 사업이 됐다(‘선봉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으로 진행된 13채는 제외).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단장은 뿌듯하다고 한다. 내 품에서 키운 자식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것처럼. 그렇지만 일말의 아쉬움도 남아 있다.

 “사실은 이 사업을 추진할 때 세입자는 제외했습니다. 집 주인이 나가라고 할 것을 고려한 것이지요. 세입자들의 생활은 더 열악합니다. 사는 곳도 대개 반지하이고. 집 한 채 고쳐 드리는 비용이 때로는 이런 반지하 10~20채를 고치는 비용과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왜 처음에 세입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았느냐는 안타까움이 종종 듭니다.”

 이 단장은 73사단장으로 있으면서 앙금을 일부 풀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세입자들 집을 고쳐 드린 것이다. 집 주인들에게 몇 년 동안은 그대로 살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하지만 아직도 미련을 버릴 수 없다. 따라서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이 자가주택자뿐만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빨리 확대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은 이 단장의 바람이다. 

 

 ▶ 참전용사 모교 명패 증정사업

 이준용 단장이 ‘집 고쳐 드리기’와 함께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업 중 하나가 6·25전쟁 참전용사 모교에 대한 명패 증정이다. 이 행사는 참전용사들의 값진 희생을 예우하고 학생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선배님들에 대한 존경과 안보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학교와 군이 협력해 참전용사의 존함이 새겨진 명패를 모교에 증정하는 것이다. 2009년 6월 용인포곡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최초 실시돼 2010~2011년 경기와 충남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됐다. 이후 2012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됐다. 5월 31일 현재 93개 학교에 명패가 증정됐으며 육군은 올해 22개교에 명패를 추가로 증정할 계획이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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