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임재현 원장의 영화 속 의학이야기

아름다운 로봇 여인 완벽한 예술

입력 2015. 05.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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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엑스 마키나 - 기계는 인간을 닮을 수 있으나, 문제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


의학적으로 호르몬 작용에 의한 결과물 ‘감정’

사람처럼 보이는 로봇 개발 키포인트 ‘피부’

완전한 사람 피부 표현 아직은 초기단계

 

 



 


 

 

 

   사물의 의인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생물에 인격을 부여해 사람과 동일시하는 것인데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어릴 적 인형을 친구 삼아 놀기도 하고 잠자리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꿈나라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른이 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들은 핸드백이나 구두를 보고 마치 아이들 대하듯이 합니다. 남자들도 새로 나온 스포츠카를 보고 “엉덩이가 예쁘다”라는 등의 농담을 합니다. 새 차를 사게 돼 오랫동안 타고 다니던 차를 처분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중고차 딜러에게 차 키를 건네 주고, 사라지는 내 차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 사례가 있지 않으신가요?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비단 식물이나 동물뿐 아니라 무생물에도 정을 쏟고 인간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인류만이 할 수 있는 특이한 행동입니다. 이러한 습성을 이용한 상품도 있었습니다. 다마고치라는 추억의 게임을 기억하실 겁니다. 달걀 모양의 장난감인데 건전지로 작동하며 화면에 나오는 동물을 키우는 것입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그 아류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인공지능(AI) 역시 그런 인류의 꿈의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SF영화가 앞다투어 인공지능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암울한 미래를 그린 것도 있고, ‘그녀:her’처럼 달콤한 사랑 얘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아포칼립스로 귀결되곤 합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몸을 가진, 이른바 안드로이드에 대한 영화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 손가락 안에 꼽힐 수 있는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에이 아이:A.I.’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바이센테니얼 맨’일 것입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즉 안드로이드가 감정을 가지게 되고, 점점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인공지능이 사람과 닮아가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 감정에서 시작합니다.

   결국 사람의 뇌와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차이는 감정 유무에 있을 것이라는 감독들 생각은 공통적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고 만약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사람을 능가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의 마지막 관문은 사람과 가장 닮아 보여야 하는 피부에 있습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엑스 마키나’는 이러한 인공지능에 대한 차가운 분석을 제시한 수작입니다. 사실적인 묘사와 절제된 화면, 그리고 숨겨진 감정을 둘러싼 숨막히는 수 읽기는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칼렙(도널 글리슨)은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블루북이라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회사 내 경품행사에서 일등으로 당첨되는데 그 상품은 비밀에 싸인 블루북의 창시자, 회장 네이든(오스카 아이삭)과 그의 저택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것입니다.

 외딴 산속, 헬리콥터로만 접근이 가능한 회장의 저택은 최신 보안시스템이 접목된 멋진 건물입니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칼렙에게 네이든은 제안합니다. 일주일 동안 놀다가 가든지 아니면 자기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참가하되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렙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합니다. 놀랍게도 네이든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칼렙이 해야 할 것은 튜링 테스트, 즉 인공지능 여부를 검사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컴퓨터의 대화를 바탕으로 심사위원은 이 둘 중에 누가 사람이고 누가 컴퓨터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만약 심사위원 중에 30%가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칼렙은 네이든이 창조한 매혹적인 AI인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테스트에 들어가는데, 시간이 갈수록 칼렙은 네이든과 에이바 사이에서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과연 네이든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에이바는 성공한 것일까요? 영화 ‘엑스 마키나’의 결말까지, 감독 알렉스 가랜드의 연출은 팽팽한 긴장은 늦출 수 없게 합니다.

 영화 ‘엑스 마키나’의 핵심은 인공지능의 감정 소유 여부입니다. 매혹적인 안드로이드,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청년 프로그래머의 마음을 흔들리게 합니다. 사실 감정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호르몬 작용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고 기쁠 때는 엔도르핀이, 사랑할 때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은 각종 연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희로애락이 호르몬 작용의 산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사람 간 사랑이라고 사회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유전자에 이식돼 전해지는 경험의 역사와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사회적 경험은 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의 사랑의 행위를 만들어 간다고 합니다. 발정기나 배란기와 관계없이 관계를 갖거나 수컷이 자식을 돌보고,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행동은 호르몬 작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심리학적·사회학적인 요인들이 있는 인간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정보가 슈퍼 컴퓨터에 저장, 분석돼 적용된다면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실제의 감정이 아니라 정보 분석에 의한 감정의 흉내인 것입니다. 가장 쉬운 예로 금단의 사랑에 빠져 자신을 희생하는, 아픈 사랑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른바 희생의 사랑이 필요한 경우 기계가 사랑을 위해 자신을 망가뜨리는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역설적으로 안드로이드를 가장 사람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시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영화라는 시각적인 매체의 필요도 있겠지만 안드로이드가 시각적으로 사람과 닮아갈 때 젊은 프로그래머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안드로이드가 사람처럼 보이려면 기계의 몸을 덮을 인공피부가 가장 필요했던 것입니다.

 인공피부 개발은 화상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심한 화상은 피부 이식을 해야 하는데 남아 있는 피부가 많지 않으면 이마저 어려워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인공피부는 임상적으로 피부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정도며 완전한 사람의 피부와 같은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부는 사람 몸 중에 가장 큰 기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이 필요한 것입니다.

  과학이 계속 발전한다면 결국은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가 거리를 활보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명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인공지능에 대한 염려와 경각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그 이유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조차 완벽하지 않은데 우리를 닮은 인공지능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수한 바람이 아닐까요?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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