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과 신형 디지털무늬 전투복의 혼용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얼룩무늬 전투복은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군복 단속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군에서 얼룩무늬 전투복이 살아남아 현역 장병들과 함께 당당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육군훈련소와 신병교육대가 바로 그곳이다. 이번 시간에는 훈련병의 얼룩무늬 전투복과 이들을 훈육하는 분대장의 군복에 대해 함께 살펴봤다.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싶은 사람은 얼룩무늬 전투복이 완전히 도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2~3년 후) 이전에 입대하면 된다.
육군훈련소·신교대에서 기초군사훈련용으로 사용
분대장은 신형군복·붉은 챙 모자·휘장 등 차별화
오는 듯 마는 듯한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도 육군훈련소의 훈련은 멈추지 않는다. 철조망 밑을 통과한 훈련병들의 흙 범벅이 된 전투복에서 과거의 낯익은 얼룩무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육군훈련소는 현재 8만2000착가량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을 부대피복으로 운용하고 있다. 훈련병 개개인이 군 생활 내내 사용하도록 지급하는 신형 디지털무늬 전투복과 별도로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받는 기간에만 쓰도록 얼룩무늬 전투복 3벌을 빌려준다고 보면 된다.
보급통제장교인 최용진 대위는 “훈련소에서는 땅바닥을 기고 구르는 기초군사훈련이 강도 높게 이뤄지므로 전투복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개인에게 지급한 전투복이 훈련소에서부터 손상되게 할 수 없으므로, 훈련 시 입을 별도의 전투복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운용 개념 덕분에 훈련병들은 훈련 기간에는 주로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생활하며, 수료식 때는 새것처럼 깨끗한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입고 나갈 수 있다.
2~3년 후에는 얼룩무늬 ‘안녕’
육군훈련소에서 부대피복으로 운용하는 모든 전투복이 구형 얼룩무늬는 아니다. 현재 10%가량은 디지털무늬 전투복으로 대체된 상태. 우리 군은 장병들이 전역하면서 반납한 전투복들을 기초군사훈련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육군훈련소와 신교대에 보급하는 체계를 구축해두고 있다. 최 대위는 “현재 추세로 봤을 때 훈련용 얼룩무늬 전투복이 디지털무늬 전투복으로 완전 교체되는 데는 2~3년가량 소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기초군사훈련에 임하는 훈련병들의 장구류는 기상과 훈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얼룩무늬 전투복에 교번이 쓰인 헬멧, 요대와 수통, 판초우의, 야삽, 대검 등을 착용한다. 개인장구 요대는 수고리가 오른쪽 암고리 걸쇠 부분에 결속되도록 하고, 탄입대는 양 허벅지 중앙에 맞춰 핀을 이용해 요대에 결합한다. 수통은 우측 엉덩이 중앙, 판초우의는 왼쪽 엉덩이 중앙을 기준으로, 대검은 왼쪽 허벅지, 야삽은 오른쪽 허벅지에 오도록 착용하면 된다. 수통과 판초우의의 무게는 각 1㎏, 야삽은 2㎏이다.
홍세원 훈련병은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어보니 신형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어떤 불편한 점을 개선했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 훈련병은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은 신형에 비해 소재가 무겁고, 단추를 채워야 해 입고 벗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며, 고무링 착용과 수납공간 부족 등 세세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며 “함께 훈련받는 모든 동기들과 함께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입고 이병 계급장을 달 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분대장 군복의 꽃은 ‘마스터 분대장 휘장’
육군훈련소에는 훈련병들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조교’라고 부르는 분대장들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도 일반 병사들과 같은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입지만, 훈련병들을 훈육하는 분대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분대장 모자.’
검은색 야구모자 디자인에 붉은 챙을 갖고 있는 분대장 모자의 중앙에는 분대장을 상징하는 마크가, 왼쪽에는 육군훈련소의 연혁을 나타내는 ‘since 1951’이라는 글자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분대장 마크는 육군훈련소의 영어 약자인 ‘KATC’ 밑으로 부대마크를 날개가 감싸 안은 형상을 하고 있다. 육군훈련소 마스터 분대장 중 한 명인 오재영 상병은 “모자의 마크는 훈련병들을 우리가 날개처럼 품어줘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대장 모자의 경우 초도 보급은 부대 차원에서 구매해 지급하며, 땀이나 오물 등으로 심하게 오염되면 각자가 추가로 구매하고 있다. 병사인 분대장의 경우 복무 기간 중 대개 2개의 모자를 사용한다.
이와 함께 육군훈련소 분대장 군복의 특징적인 부착물로는 왼쪽 가슴의 분대장 마크를 들 수 있다. 분대장 마크는 ‘강해야 이긴다. 훈련은 전투다’라는 표어를 밑바탕으로 육군훈련소 부대마크와 칼과 펜, 횃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칼은 정예 신병 육성 의지, 펜촉은 강인한 교육훈련, 횃불은 육군의 선도적 역할을 상징한다.
‘마스터 분대장 휘장’은 분대장 가운데서도 선택받은 소수만이 부착할 수 있다. 분대장 마크를 금빛으로 빛나는 철제 휘장으로 만든 마스터 분대장 휘장은 각 교육대에서 6개월마다 한 명씩 선발해 수여한다. 병사 가운데 우수함을 인정받은 이들은 분대장들 중에서도 최고의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병사지만 육군훈련소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의지로 분대장이 되고, 또 지난 1월 마스터 분대장으로 선발됐다는 오 상병은 “군 생활은 학생이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예행 연습”이라면서 “군에 입대한 후 분대장 마크를 가슴에 달고, 맡은 임무를 가장 잘 수행했다는 증명인 마스터 분대장 휘장까지 착용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초군사훈련에서 최고의 성적 거둬야
마스터 분대장은 교육대서 1명만 선정
건강한 청년들을 군인으로 환골탈태시키는 육군훈련소 분대장이 돼 빨간 챙이 멋진 분대장 모자를 쓰고 가슴에 분대장 마크를 달고 싶다면, 기초군사훈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분대장 선발자’로 뽑혀야 한다. 육군훈련소 관계자는 “헌병과 의장대 등 훈련소에서부터 우수 자원을 점찍어서 선발하는 병과들이 많은데, 분대장은 훈련소에서 운용하는 자원인 만큼 성적도 최고로 우수하고 외모도 제일 잘생긴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를 먼저 빼둔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마스터 분대장 휘장을 착용하는 길은 그보다 더 어렵다. 마스터 분대장은 60~80명에 이르는 각 교육대 분대장 중 단 1명만 뽑으며, 상병 이상 복무한 뒤 주요 간부들의 추천을 받아 교육대장 면접으로 선발자를 가린다. 마스터 분대장 휘장을 가슴에 달았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사나이 중 한 명이라는 증명을 얻었다고 보면 된다.
■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이 입고 싶다면?
신형군복 완전교체 전인 3년 내에 입대를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싶은 사람은 얼룩무늬 전투복이 완전히 도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3년 후 이전에 입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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