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날씨로 읽는 삼국지

백성들 마음 잡아야 전쟁의 마지막 승리

입력 2015. 01.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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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끝> 종회의 보국안민


‘유비의 촉?蜀?’ 건국 50년 만에 위(魏) 실력자 사마소에 나라 뺏겨
적장 종회 꿈에 나타난 제갈공명  “백성을 어여쁘게 대하라” 당부

 

 


 

 

   2년간 연재해 온 ‘날씨로 읽는 삼국지’를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마치려 한다. 글을 연재하게 해 준 국방일보와 담당기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국방일보에 많은 글을 연재했지만, 이번만큼 뜨거운 격려를 받은 적은 없었다. 메일과 전화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장병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촉나라는 위나라의 실력자였던 사마소에 의해 결국 멸망한다. 제갈공명의 뒤를 이어 강유가 끊임없이 북벌을 감행했지만 다 실패했다. 강유는 검각에서 위나라 장수 종회를 맞아 전투를 벌였다. 이 틈에 위나라의 별동대장 등애가 촉의 서울인 성도를 급습해 황제 유선을 압박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촉은 등애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유선은 263년 등애에게 투항했다. 유비가 건국한 지 꼭 50년 만이었다.

 마지막 회는 죽은 제갈공명이 날씨를 이용해 한중의 백성을 돌보는 이야기로 맺을까 한다. 승기를 잡은 종회는 드디어 양안관까지 점령한다. 관 안에는 군량과 마초와 무기가 엄청나게 비축돼 있었다. 이젠 촉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다음 날이다. 밤중에 양안성 서남쪽에서 큰 함성이 일어났다. 적의 기습인가 하여 놀라 뛰어나간 종회는 아무런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위나라 군영을 감싸고 있었다. 모든 위군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서남쪽에 무엇이 있나! 종회는 순찰을 한다. 밖으로 사람을 내보내 알아보게 하지만 밖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어느 산 앞에 이르니, 돌연 사방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이 산은 정군산으로, 옛날에 하후연이 이곳에서 죽었다. 종회는 하후연을 추모한 후 산비탈을 돌아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광풍이 일어난다. 돌아보니 수천 명의 기병이 그 바람을 타고 뒤에서 달려든다. 기겁한 종회는 군사를 몰아 정신없이 도망쳤다. 장수들이 말한다.

 “검은 구름 가운데서 기병들이 쳐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이 가까이 다가오면 한 줄기 회오리바람으로 변했습니다.” 항복한 촉의 장수에게 물어보니 정군산에는 제갈공명의 묘가 있단다. 종회는 지혜로운 장수였다. 그는 예의를 갖춰 제물을 마련하여 제갈공명의 묘 앞에서 제사를 올렸다. 제사를 마치자 광풍이 잦아들었다. 검은 구름도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러더니 바람이 불면서 흩날리던 이슬비가 멈추고 날씨가 맑게 갠다.

 그날 밤 종회가 장막에서 얼핏 잠이 들었을 때다. 갑자기 한 줄기 맑은 바람 속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학창의를 입고 윤건을 쓰고 깃털부채를 들었다. 얼굴은 관옥처럼 희고 입술은 붉은 염료를 칠한 듯 붉다. 맑은 눈과 깨끗한 인상이 신선과 같았다. 그가 사뿐하게 장막 안으로 들어온다. 종회는 일어나 공손하게 맞이하며 묻는다.

 “뉘십니까?”

 “그대가 오늘 아침 정성껏 내게 제를 올리니 그대에게 일러 주고자 왔노라. 한의 운수가 이미 쇠하여 천명을 어길 수는 없구나. 그러나 전쟁 때문에 양천의 백성이 곤란을 겪을 것을 생각하니 가련하고 애달프다. 종회여! 촉의 경계에 들어간 뒤에는 절대 백성을 죽이거나 핍박하지 마라. 백성을 어여쁘게 대하라.”

 말을 마친 선비는 곧바로 돌아서 나가버린다. 종회가 놀라 깨어보니 꿈이다.

 제갈공명이 다녀간 것을 깨달은 종회는 곧 전군에 명령을 내린다. ‘보국안민’을 쓴 백색 기를 마련한다. 이 깃발을 앞세워 진군하되 백성을 상하는 자는 목을 베겠다는 명령을 내린다. 전쟁에 시달렸던 한중 백성이다. 위나라 병사들이 쳐들어오면 무차별로 사람들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위군은 너무 점잖았다. 종회는 백성을 일일이 위로하고 쌀 한 톨도 범하지 않는다. 오히려 식량을 백성에게 나눠주었다. 전쟁에서도 이겼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잡는 데도 이긴 것이다. 누가 천하의 근본일까? 국가일까? 지도자일까? 아니다. 백성이다. “백성의 마음을 잡는 자가 이긴다”라는 말로 연재를 마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TIP]

나라를 말아먹은 환관 황호

 

 ‘황호는 기민하고 아첨을 잘하였다. 진지가 동윤을 대신하여 시중이 되자, 황호와 서로 협조했다. 진지가 죽자 황호는 황문령에서 중상시 봉거도위로 승진했다. 그는 권력을 쥐고 흔들어 국가를 전복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촉서 동윤전)

 ‘환관 황호 등이 조정에서 권력을 잡았다. 그는 은밀히 강유를 폐하고 염우를 세우고자 했다. 강유 또한 그들을 두려워하여 다시는 성도로 돌아가지 못했다.’ (촉서 강유전)

 황호는 황제에게 아첨해 권력을 쥔 후 나라를 망할 지경까지 만들었다. 촉 멸망 직전까지도 황제 유선은 진실을 알 수 없었다. 황호가 거짓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삼국지는 환관의 득세와 부패 때문에 시작된다. 촉나라의 멸망도 환관의 득세와 부패 때문이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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