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날씨로 읽는 삼국지

제갈량 인형 보고 “아이고~ 놀라라…” 줄행랑

입력 2015. 01. 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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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


적 물리칠 비책 남겨두고 숨 거둬

목상 만들어 수레에 싣고 철수

추격하던 사마의, 좌정한 공명(?)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

 

 

 


 

 

 

" 제갈량, 폐하께 엎드려 마지막 글월을 올립니다. 사람의 생사는 하늘이 정한 것이며 정해진 수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제 죽음에 임하여 하찮은 충성이나마 다하려 하옵니다. 어리석고 졸렬한 신 제갈량이 어려운 시기에 크신 명을 받들어 승상직을 맡아 군사를 일으켜 북벌에 나섰습니다. 미처 공도 세우기 전에 병이 뼛속에 깊으니 폐하를 끝까지 섬기지 못하는 불충을 저지르게 되었나이다. 다만 이 점이 한스럽고 한스러울 따름입니다.”

 많은 사람은 제갈공명이 황제 유선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한나라를 부흥시키지 못한 한스러움과 그의 충정이 절로 가슴에 전해오기 때문이다.

 제갈공명은 호로곡에서 마지막으로 사마의를 죽일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소나기로 사마의를 놓쳤다. 이후 촉과 위나라는 100일 동안 대치한다. 공명은 매일 사마의에게 싸움을 건다. 여자 옷을 보내며 조롱해도 사마의는 들은 체도 않고 진을 지킬 뿐이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오나라와의 협공작전도 실패로 돌아갔다. 무리하게 일한 데다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건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다. 234년 8월 공명은 병이 도져 드러눕는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한나라 부흥을 위해 더 살고 싶었다. 공명은 하늘에 기도하기로 한다. 부하들을 치장하고 기도하는 곳을 지키게 한다. 일곱 날 기도하는 동안 만일 등불이 꺼지지 않으면 12년을 더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날 등불은 위연에 의해 꺼지게 된다. “사람의 죽고 사는 일은 하늘에 달렸구나.”

 한탄한 제갈공명은 사마의의 추격을 물리칠 방법을 일러준다.

 “내가 죽거든 발상하지 말고 누구도 곡을 하지 마라. 뒤쪽 군영부터 차례로 하나씩 후퇴하도록 하라. 사마의가 추격하거든 즉시 진을 벌이고 깃발을 늘여 세운 뒤 북을 울리며 적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 그리고 나서 미리 만들어둔 내 목상을 수레에 싣고 장수들로 하여금 좌우로 호위하며 앞으로 밀고 나가라. 사마의가 보면 놀라서 달아날 것이다.”

 그다음 황제 유선에게 편지를 쓰고 숨을 거둔다. 그의 나이 54세, 시골의 오두막을 떠나 천하에 이름을 떨친 지 25년이었다.

 “커다란 별 하나가 붉은빛을 띠더니 긴 꼬리를 남기며 떨어지는 것을 보니 공명이 죽었구나!”

 사마의는 후퇴하는 촉군을 추격한다. 그런데 도망치던 촉군이 갑자기 되돌아서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진두에서 지휘하는 수레에는 ‘한승상 무향후 제갈량’이라고 쓰인 깃발이 펄럭였다. 수레에는 제갈공명이 평소와 다름없이 앉아 있었다.

 “또 제갈공명에게 속았구나!”

 기겁한 사마의는 얼이 빠져 쉬지 않고 15㎞ 이상을 도망쳤다. 그리고 촉군 추격을 포기한다. 이 사건은 ‘죽은 공명이 산 중달(사마의)을 물리치다’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붉은 별 하나 긴 꼬리를 끌고/ 땅 위에 떨어진 날/ 그 죽은 별 하나 땅 위에 남기고/ 승상은 하늘로 돌아가셨구려/ 탁고한 어린 황제/ 홀로 남겨 두고 가는 길/ 발걸음 무거워 어찌 가셨을꼬.’

 제갈공명의 주군에 대한 충성과 한을 이렇게 짧은 글에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은 시인들은 제갈공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를 남겼다. 오늘은 이 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지난밤 군영 앞에 장성이 떨어지더니/ 오늘은 공명 선생의 부음을 듣는구나/ 장막에선 위엄 서린 호령 들리지 않고/ 기린대에 공훈의 이름 누가 올리리/ 문하의 3천 객은 어쩔 줄 모르고/ 흉중의 10만 대병도 뜻대로 안 되는구나/ 날은 맑고 녹음도 짙푸른 이 좋은 날/ 이제 그 노랫소리 다시 들을 수 없으리.’(제갈공명을 애도하는 두보의 시)

 ‘선생은 숲 속에 누워 자취 감추었으되/ 밝은 군주 삼고초려해 찾아오시니/ 남양에서야 비로소 물고기가 물을 얻고/ 용이 하늘 밖으로 날아 비를 내렸노라/ 탁고한 무거운 부탁에 예를 다하고/ 보국의 일념으로 충의를 기울였네/ 전후로 울린 출사표 남아 있으니/ 읽는 사람들의 옷깃이 눈물에 젖네.’(백거이의 추모시)

 실제적인 삼국지는 제갈공명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Tip] 제갈공명의 죽음을 알린 별은 진짜일까?

 

삼태성 별자리 보고 미래 예견


 제갈공명은 삼태성 별자리의 모습을 보고 죽음을 예견했다. 삼태성은 중국인들이 매우 아껴온 별자리다. 북두칠성 아래에 마치 사슴이 뛰어간 발자국처럼 세 쌍의 별이 연이어 있는 별자리다. 옛사람들은 북극성을 옥황상제로 생각했다. 북극성 주변을 임금이 사는 궁궐이라는 뜻인 자미원이라 불렀다. 자미원 아래가 태미원이다. 이곳에서 옥황상제와 대신들이 나랏일을 상의했다. 삼태성은 바로 이 태미원에 있는 별자리다. 따라서 공명은 밝은 별 하나가 삼태성 한가운데를 침범하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예견한 것이다. 그런데 별의 움직임이 정말 사람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필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신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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