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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사단] 선·후임 사이 녹이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송현숙

입력 2014. 12. 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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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육군17사단 승리부대 커피 동아리 ‘맥심(脈心)’


별다방, 콩다방은 가라~ 커피콩 볶는 병사들

작지만 따뜻한 모임 분위기 ‘자랑’ … 커피문외한도 즐길 수 있어

믹스커피보다 가격 저렴·맛 우수 … 회원 소통·바리스타 교육은 ‘덤’

 



 

 육군17사단 승리부대 행정병 최훈석(22) 상병은 아침 식사 후 활기찬 일과를 위해 찾는 비밀 병기가 있다. 바로 향긋한 원두커피. 요즘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맛에 푹 빠져 있다. 신선한 원두를 직접 갈아 드립으로 내려 먹는 커피 한 잔이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업무 집중도도 더 높여준다고.

 누가 봐도 최 상병에게서는 커피 애호가의 면모가 느껴진다. 그런데 입대 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사실은 자판기 커피밖에 모르는 ‘커피 문외한’이었다. 그런 그가 군에 들어와 커피 한 모금만 마셔도 원두의 국적까지 맞히는 절대 미각이 됐다. 뿐만 아니다. 가깝고도 먼 생활관 맞선임과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믿고 따르는 선·후임 사이가 됐다. 부대 커피 동아리 ‘맥심(脈心)’을 만난 후 달라진 병영의 풍경이다.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지난 토요일 오전, 육군17사단 승리부대 병영도서관을 찾았다. 닫힌 문 사이로 향기로운 원두커피 향기가 솔~ 솔~ 풍겼다. 맥심의 정기 모임 장소임을 후각이 먼저 알아차렸다.

 “여기 기름층 보이죠? 이걸 ‘크레마’(Crema)라고 불러요. 갓 볶은 신선한 콩에서만 나온답니다. 여기 1샷 30㎖의 에스프레소를 뽑았습니다. 모든 음료의 베이스지요. 여기에 뜨거운 물을 섞으면? (아메리카노!) 우유를 섞으면? (카페라떼!), 거품을 섞으면? (카푸치노!) 그렇죠! 간단하죠?”

 이날 활동 주제는 ‘모카포트를 이용한 모카라떼 만들기!’. 지도는 동아리장 박새암(27) 상병이 맡았다. 군복에 체크무늬 앞치마를 정갈하게 둘러매고 회원들 앞에 선 박상병은 모카포트의 구조와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까지 막힘없이 설명했다. 초보자 눈높이에 맞춘 쉽고 간결한 설명에서 전문성이 엿보였다.

 이어 원두를 갈고, 물을 붓고, 1분 동안 정성스럽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머그잔에 담은 뒤 스틱형 핫초코 1봉지를 고루 섞어 주었다. 병영에서 구하기 어려운 초콜릿 시럽 대체품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에 담가 중탕한 보급용 흰 우유로 하얀 거품을 만들어 티스푼으로 떠 넣어 주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모카라떼 한 잔이 완성됐다. 드디어 시음 차례. 보기 좋은 놈이 먹기도 좋다고, 모카라떼를 한 모금씩 머금은 병사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고가의 커피 기계도, 가지각색의 시럽도 없지만, 상황에 맞춰 맛을 찾아내는 열정 한 스푼이 병영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행복 커피’를 만들어 냈다.

 ‘마음이 통하는 길’이라는 뜻을 가진 맥심은 올 2월 정식 출범했다. 바리스타 경력 5년 차인 박새암 상병이 자대 전입 후 집에서 가져온 커피 추출 기구들로 가끔 솜씨를 발휘한 것이 소문이 나면서, 평소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전우들의 프러포즈로 이어졌다. 때마침 커피학을 전공한 이수익(21) 일병이 전입 와 천군만마를 얻은 박 상병은 본부중대를 중심으로 정원 10명의 소수정예 동아리를 꾸렸다. 작지만 알차고 따뜻한 모임 분위기가 최고의 자랑거리다.

 정기 모임은 주말에 열리지만, 평일 아침 식사 후 자유시간을 이용한 부정기 모임이 더욱 활발한 편이다. 주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음료도 만들면서 바리스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박 상병은 “원두커피라고 하면 비싸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1㎏당 5000원이면 살 수 있는 생두를 사다가 1주일에 한 번씩 보급용 로스팅기로 직접 커피콩을 볶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단가 면에서 믹스커피보다 저렴하다며 구체적인 근거까지 내놓았다.

 커피 예찬론을 펼치는 박 상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훈병 박해인(29) 일병이 일르듯 한마디 거들었다.

 “동아리를 위해 박 상병님이 금연했습니다. 맛있는 원두를 사서 후임들 마셔 보게 하려고 독하게 담배를 끊더라고요. 덕분에 군에서 특별한 경험과 여유를 선물 받았습니다. 또 우리가 내린 커피가 웬만한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훨씬 맛있고, 회원들 간 소통도 잘된다고 자부합니다.”

 병영의 동아리가 예의 그렇듯, 맥심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로스팅은 물론 금연까지 해 가며 동아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리더 박 상병이 6개월 후 전역한다. 2기 출범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상병은 전우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기쁜 마음으로 나눈다는 각오다.

 “부족하지만 믿고 따라준 전우들과 간식 등으로 성원해 준 부대장님 이하 간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고, 맥심이 부대 자랑으로 오래오래 전통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사진 < 정의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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