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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랑 다리랑 분수랑… 뚝딱 뚝딱 DIY 재능 살린 감성 공간 탄생

맹수열

입력 2014. 10. 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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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를 통한 큰 기쁨’…육군6사단 선진대대


고된 훈련 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곳곳에 마련

간부들이 앞장서 모범…병사들도 자발적 동참

대학교정 같다며 ‘선진대대 캠퍼스’ 애칭 붙어

 


 

 

 

 

   “언론 매체를 통해 다른 부대의 생활관을 보면 ‘저렇게까지 꾸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희 부대 생활관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은 배려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승우 일병)

 지난 21일 찾아간 육군6사단 선진대대 장병들은 자신의 생활관에 대한 자랑을 해보라고 하자 하나같이 ‘배려’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들의 말대로 생활관 곳곳에는 고된 훈련을 마친 장병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작은 장치’들이 마련돼 있었다. 이런 장치들 대부분은 소속 간부와 장병들이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선진대대 생활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박함 속에 깃든 배려’였다.

 

 

 

배려 #1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인의식을 키우자배려

 

 선진부대 생활관 정문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복도를 막고 있는 유리문이었다. 모든 복도가 개방된 대부분의 부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일반 회사 사무실도 아닌데 왜 유리문을 설치했을까? 김성훈(중령) 대대장은 유리문을 설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날 한 장병이 저에게 정문 현관 바로 앞에 있는 생활관에서 살다보니 바람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유리문을 설치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만든 유리문이었지만 또 다른 효과가 ‘보너스’로 찾아왔다. 문을 통해 구획이 만들어지자 장병들에게 주인의식이 생긴 것이다. ‘내 공간’이라는 생각을 가진 장병들이 스스로 생활관 주변을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작품들이라 각 생활관에는 저마다의 개성이 깃들기 시작했다. 샤워실에 드라이기를 설치하는 등 작은 아이디어들도 반영됐다.

 “저마다 개성 있는 생활관을 꾸미게 되면서 점차 이곳이 내 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애정이 생기자 휴가를 나와서도 생활관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선진부대 고수호 상병의 말이다.

 

배려 #2
이름 하나 넣었을 뿐인데…동기부여 비법은?


 생활관 건물 3층 로비에는 ‘찬수 쉼터’라는 특이한 이름의 중앙 휴게실이 있다. 보통의 부대라면 사람 이름을 따오는 경우 위인이나 전쟁영웅, 혹은 지휘관의 이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찬수 쉼터’는 이 부대에서 근무하며 직접 휴게실을 만든 이찬수 하사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찬수 쉼터’는 이 하사의 기증과 리모델링을 통해 탄생했다고 한다. 부대 곳곳에는 이렇게 간부, 혹은 병사의 이름을 단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붙이자 간부들과 장병들의 자부심이 더 커졌다고 한다. 스스로 뭔가를 만들겠다는 동기부여도 됐다.

 이렇게 선진부대 안에는 간부들과 장병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식당과 창고를 잇는 ‘박석일교’나 식당 한쪽에 마련된 분수대, 생활관 옥상 계단에 만든 ‘스카이 라운지’ 등이 그것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아담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수대였다. 부대 내 자재로 만들었지만 마치 인테리어 업체에 외주를 한 것처럼 정교하게 제작된 분수대는 이른바 ‘행보관님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장병들이 고생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장병들은 웃으며 “간부님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배려 #3
웃음 끊이지 않는 병영, 비결은 ‘인식의 변화’


 선진대대 연병장 한편에는 또 다른 이색 장소가 있었다. 6사단(청성부대)을 상징하는 별 모양의 화단과 돌로 쌓아올린 인공폭포가 그것이다. 이 인공폭포 역시 부대 공사 중 나온 바위와 쓰고 남은 모터 등을 이용해 간부와 장병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다. 병사들에게 물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등병 시절 직접 이 인공폭포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는 이명현 상병은 “처음에는 왜 폭포를 만드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이제는 부대 명물이 된 폭포를 직접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여가 시간에 짬짬이 폭포 앞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자랑했다. 부대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폭포 근처에서 모든 간부와 장병들이 함께하는 삼겹살 파티를 연다고 한다. 이날은 수고한 장병들을 위해 간부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작은 배려들 때문인지 장병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인근 부대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선진대대가 마치 대학교 교정 같다면서 ‘선진대대 캠퍼스’라고 부르며 부러워한다고 한다.

 3년째 선진대대를 이끌고 있는 김 대대장은 부대의 이런 변화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장병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며 생활 속에서 작은 부분들을 개선해나가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라는 것이다. 김 대대장은 “병영문화 혁신의 핵심은 바로 지휘관을 포함한 간부들과 장병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부는 똑같은 인간으로서 장병들을 대하고, 장병들은 자신이 이 부대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면 밝은 병영문화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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