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선산 충혼탑(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주로 비봉산공원)
전사자 1557위 위패 모시고‘지역 독립유공자 공적비’세워
후손에게 나라사랑정신 함양 산교육장으로도 활용
옛날 풍수학자들은 선산 비봉산의 산세를 보고 “조선 인재의 절반은 영남에서 나고, 영남 인재의 절반은 선산에서 났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비봉산은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해발 122m의 산이다. 선산의 진산인 이 산은 그 모양이 봉황이 날아가는 모습(飛鳳)을 닮아 붙여졌다. 풍수설에 따르면 비봉산은 봉황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교리 뒷산, 서쪽으로는 노상리 뒷산이 봉황의 두 날개이며 구미시 선산출장소 뒷산 봉우리가 몸통과 목이란다.
영남 제일의 명당인 비봉산에는 6ㆍ25전쟁 당시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1557분(군인 1507ㆍ경찰 43ㆍ애국지사 7명)의 위패를 모셔 놓은 충혼탑이 있다.
구미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25분쯤 가면 선산터미널에 도착한다. 도보로 10여 분쯤 걸어가면 선산보건소 옆 계단 앞에 닿는다. 충혼탑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의(敬意)를 표하라는 홍살문을 지나야 한다. 보건소 담장을 끼고 계단을 오르면 비봉산 자락의 웅장한 충혼탑이 눈앞에 나타난다. 단숨에 173 계단을 오르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무더운 여름엔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래서 쉬엄쉬엄 가는 게 좋다. 양쪽 돌담 위에 얹어 놓은 전통기와를 관찰하는 맛도, 가족이랑 가위바위보하며 한 계단씩 오르면 소중한 추억은 덤으로 얻는다.
마지막 계단에 발을 올려놓으면 1600여㎡의 파란 잔디밭이 펼쳐지고, 잔디밭 너머로 10m 높이의 충혼탑이 우뚝 솟아 있다. 2001년 이 자리로 이전한 충혼탑 앞에는 밀림의 왕자 사자 석상이 지키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충혼탑 아래 총을 들고 출동하는 국군과 태극기와 수류탄 투척하는 조각 작품을 보면 60여 년 전 치열한 전장을 조금이나마 연상케 한다.
충혼탑 뒤에는 전사자 위패를 봉안해 놓았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고귀한 충혼을 고이 모신 이곳, 세대는 흘러도 호국충정 변함없이 이어지리라. 거룩하신 순국 용사 깊이 새겨 추모합니다”라는 글귀와 선산읍, 고아면, 도개면 등 8개 읍ㆍ면의 6ㆍ25전사자 1557위의 명단을 봉안소 앞에 새겨 놓았다.
이분들 중에는 6ㆍ25개전 초기 한강방어선이나 낙동강 방어선 등에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국운을 살리는 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분도 있을 것이다. 또 수세에 몰렸던 국군이 공세적 발판을 마련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하거나 지원한 분도 분명 있다. 특히 서울 수복과 평양 탈환 등 압록강까지 북진의 선봉에 섰던 분도, 중공군과 맞서 싸우다 통일을 목전에 두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을 이도 있을 것이다. 백마고지전투나 김일성고지전투에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 사선을 넘나들며 지금의 38선을 긋는 데 힘을 보탠 분도 계실 것이다.
위패 봉안소 앞에서 호국영령들의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가나다 순으로 새겨 놓은 이름을 읽다 보면 한 분 한 분이 소중하지 않은 분이 없다. 각 읍ㆍ면 출신 전사자 모두가 이 지역의 영웅을 넘어, 대한민국의 영웅이다. 이것만 봐도 충혼탑 부지선정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이 배려하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충혼탑 들머리에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선산출신 독립유공자 공적비’ 13기를 세워 놓았다. 이곳은 후손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는 민족정기 선양의 산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혼탑과 독립유공자 공적비를 품은 비봉산은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충혼탑 주변과 이 산 곳곳에는 다양한 운동시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중에서도 비봉산 정상 형제봉 코스가 인기가 높다. 이 코스는 충혼탑에서 시작해 영정봉, 부처바위, 임도로 이어진다. 산행 내내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져 한여름 뙤약볕 걱정도 없다.
비봉산 둘레길로 산책 나온 김부자(75ㆍ선산읍 하조리) 씨는 “이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산책할 때마다 이분들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이분들이 목숨으로 지켜 낸 이 나라를 우리 아들과 손자들이 잘 지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서울지방보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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